드라마

상속자들 - 반역의 김탄과 차은상, 마지막 싸움을 결심하다

까칠부 2013. 12. 6. 09:59

모든 걸 가지고 있다. 그러니 뭐든 다 할 수 있다. 다 안다고 생각한다. 다 알아야 하고 이해해야 한다. 만일 알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면 알도록 하면 되고 이해하도록 하면 된다. 그럴 충분한 힘도 가지고 있다. 그것이 자신이 만든 룰이다. 그 룰이 실제 타인을 결정한다.

 

기득권이란 어쩌면 앞서 무언가를 소유한 이들을 뜻하는 말일 것이다. 이미 스스로 무언가를 이루었고 그것이 지금의 세상을 만들었다. 그들은 룰을 만든다. 그런 점에서 기득권이란 노인과 닮았다. 답답할 정도로 고루한 노인이 되기도 한다. 잘못을 인정하기보다 그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는 힘이 있음을 먼저 이해한다. 그리고 어느새 자기 혼자만 남는다.

 

김남윤(정동환 분)의 캐릭터가 흥미롭다. 사실상 드라마를 지탱하는 중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로 인해 모든 사건들이 벌어진다. 차은상(박신혜 분)은 좋아하면서도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김탄(이민호 분)은 고작 사랑 하나 하는 것 가지고 그리 필사적이 된다. 김원(최진혁 분)과 김탄의 갈등도, 이번에는 김탄의 어머니 한기애(김성령 분)의 가출도 모두 그로부터 비롯되었다. 김남윤만 아니었다면 이들이 아파할 일도 상처받을 일도 없다.

 

그러나 모두는 안다. 이것이 세상의 룰이다. 아무것도 내세울 것 없는 한낱 가정부의 딸 따위가 내로라하는 재벌가의 2세와 사랑하고 사귀는 것이 말이나 되는가. 역시나 보잘 것 없는 출신의 한기애가 아무리 김탄을 낳았다고 김남윤의 안방을 차지하는 것도 말이 안되는 것이다. 결혼도 하지 않았고 호적에도 올리지 않았다. 김탄마저 김남윤의 법적인 아내의 자식으로 되어 있다. 굳이 제국그룹이 아니더라도 이복형제가 사이가 좋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드라마에서도 당연하게 이복형제간의 경영권 다툼이 있을 것이라 뉴스로 내보내고 있었다.

 

김원이 김남윤에게 아직 어린아이인 이유다. 아직 세상은 김남윤과 함께 세상의 룰을 만든 그들이 지배하고 있다. 김원이 누리고 있는 모든 것은 그들이 만들고 물려준 것들이다. 그 일부를 얻고서야 비로소 김원은 자격을 얻는다. 그것이 싫은 것이다. 김남윤 만큼이나 김원은 욕심이 많다. 자기가 룰을 만든다. 언젠가 그렇게 되기를 꿈꾼다. 김원의 말투는 묘하게 김남윤과 닮았다. 차은상과 김탄 앞에서는 김원도 어른이 된다. 김남윤과 반대편에 선 어른이.

 

어찌보면 슬픈 것이다. 보통 사람의 사랑하는 방법을 잃어버렸다. 언젠가는 그도 사랑을 했을 것이다. 보통사람처럼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로 인해 아파하거나 마음따뜻했던 적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손에 쥐인 것들이 그것을 잊게 만들었다. 무엇이든 자기 하고자 하는 대로 이루어진다는 것이 그로 하여금 그 간절함과 안타까움을 잊도록 만들었다. 한기애를 사랑한다. 아니었다면 굳이 한기애를 집으로 불러들여 비록 숨어살게는 했지만 자신의 안방을 차지하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김탄을 사랑한다. 누가 뭐래도 자신의 아들이니까. 김원도 사랑한다. 하지만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가를 모른다. 그저 힘으로 누르고 잡으려 할 뿐.

 

그러나 사람은 사랑을 한다. 사랑이란 가장 지독한 이기이며 에고다. 본능이며 욕망이다. 예측할 수 없고 계량할 수도 없다. 사랑에 때로 목숨을 걸기도 한다. 사랑을 위해 그 사랑 자체를 손에서 놓아버리기도 한다. 누구도 그것을 막거나 억누를 수는 없다. 결국에는 비져나오고 만다. 겨우 완성된 세계에 균열이 생기고 만다. 때로 사랑은 세상 전부가 되기도 한다. 한기애는 아들 김탄을 사랑하고, 한 편으로 회장 김남윤을 사랑한다. 그것이 한기애가 김남윤의 통제로부터 벗어나는 이유가 되고 말았다. 간절함은 어떤 필요나 위협보다 큰 동기가 된다.

 

차은상이 김남윤을 거역한다. 정면으로 도전해 온다. 김탄을 사랑한다. 사랑할 것이다. 돈은 갚겠다. 그러니 이런 식으로 부르지 말라. 김탄도 자신을 거부한다. 차은상을 사랑하기에. 그리고 어머니 한기애를 사랑하기에. 그런 김탄을 김남윤은 잡지 못한다. 자신의 방식으로 잡으려 한다. 김원은 일찌감치 김남윤의 룰을 벗어나 버렸다. 김남윤의 룰을 자기의 룰로 만들려 한다. 윤재호(최원영 분) 실장은 누구의 편도 아니었듯 김남윤이 그를 버리자 마찬가지로 김남윤을 버리고 김원의 편에 선다. 그러고 보면 그동안 있는 듯 없는 듯 흘러가는대로 맞춰 살아가던 윤재호가 자신을 드러내게 된 것도 이에스더(윤손하 분)와의 기억 때문이었을 것이다.

 

사랑이 반역이 된다. 사랑이 혁명이 되고 모험이 된다. 많은 것을 걸어야 한다. 세상의 룰과 정면으로 맞서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득권에게. 그리고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노인들에게. 그들이 만든 세상의 원리와 법칙들과. 하지만 아직 그런 것에 휘둘리기에는 젊지 않은가. 김탄도, 차은상도, 최영도(김우빈 분)도, 이보나(크리스탈 분)도, 유라헬(김지원 분)도.나중에야 어떤 모습이 되어 있더라도 아직은 젊고 자유롭다. 역시나 학교가 배경인 이유다. 그래서 더 깔끔해진다. 순수하게 사랑하고 순수하게 다투고 순수하게 부딪히고. 유라헬의 질투조차 음험하기보다는 차라리 애처로울 정도로 순진해 보인다.

 

하필 어머니의 밥상을 받았다. 그래서 차은상과 국수를 먹을 수 있었다. 어쩌면 그동안 그토록 간절하게 그려왔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편의점에서 삼각김밥과 라면으로만 혼자서 끼니를 때우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차은상을 불러 함께 짜장면을, 잔치국수를 먹으려 했던 것이었을 게다. 밥이란 배고프니까 먹는 것이다. 배부르려고 먹는 것이다. 그 이상을 원한다. 잊고 있었다. 그 따뜻함을. 어머니의 손길이 닿은 집밥의 포근함을. 눈물에 배가 부른다. 별 것 아닌 밥에 별 것 아닌 반찬인데 너무 목이 메인다. 하나를 얻었으니 하나를 버린다. 최영도가 차은상을 포기할 수 있었던 또 한 이유였을 것이다. 가장 소중한 하나를 얻었다. 최영도에게도 어쩌면 가장 절실한 것은 다름아닌 가족이었을 것이다. 마음놓고 사랑할 수 있는 누군가.

 

과거가 다시 반복된다. 그때 최영도는 어머니를 보지 못했었다. 어머니와 마지막 식사도 못하고 영영 떠나보내야 했었다. 김탄 역시 최영도를 어머니와 만나게 해주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최영도가 김탄을 어머니와 만나게 했다. 김탄은 어머니와 만나 어머니를 지키기 위해 아버지와 싸울 것을 결심한다. 원래 그렇게 흘러갔어야 할 시간이 다시 되돌려진다. 가족을 얻고 친구도 얻었다. 아니 어쩌면 최영도에게 김탄이란 그 이상의 의미였는지 모르겠다. 차라리 외면하지 못하고 미워할 수밖에 없었던 어떤 절실함이었을 것이다. 단 한 순간도 최영도의 삶에서 김탄이 배제된 적이 없었다. 그러기 위해 그토록 증오하고 원망했을 것이다.

 

이별은 그렇게. 에둘러 말하지 않는다. 허튼 미련도 남기지 않는다. 솔직하게 이별을 고하고 단호하게 돌아선다. 아프기도 하다. 슬프기도 할 것이다. 상처가 없을 수 없다. 그러나 이별을 결심한 마당에 구질구질한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여전히 차은상을 사랑하기 때문일 것이다. 차은상을 너무나 사랑하기에 그래서 이별도 결심할 수 있었다. 어머니와 마지막 이별을 하지 못했던 바로 그 자리에서. 차은상 어머니의 집밥을 먹고. 그리고 김탄을 위해 그를 어머니에게 데려다주고 돌아온 자리도 그곳이었다. 그곳에서 차은상과 이별한다.

 

원래 김원 역시 김탄을 마냥 미워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다. 전현주(임주은 분)가 김탄에게 말하고 있었다. 김원이 김탄을 어떻게 여기는지. 김탄의 자기의 모든 것을 건 필사적인 싸움이 김원의 진심을 돌려세운다. 인간은 투쟁을 통해 그 본질을 드러낸다. 김탄이 무엇을 위해 강해지고, 무엇으로 인해 다시 약해지는가를 이해한다. 형제라도 서로를 다 알지는 못한다. 비로소 동생 김탄을 이해한다. 그의 방식을 부러워하기도 한다. 정작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햇을 때 형제를 되찾았다. 김남윤는 나이를 너무 먹었다. 너무 많은 것을 가지고 있다.

 

마지막 싸움을 시작한다. 차은상을 위해서. 어머니 한기애를 위해서.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위해서. 더 이상 아버지 김남윤의 뜻대로 휘둘리며 살지는 않겠다. 김탄의 곁에 차은상이 선다. 반역의 동지다. 그들은 누구보다 밝고 당당하다. 결전의 순간이 다가온다.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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