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에서 온 그대 - 인간이 외로운 이유, 사랑하는 이유
진실보다는 거짓이 많다. 이해보다는 오해가 많다. 그런데도 어떻게 대충 납득하며 살아간다. 사는 게 그런 것이거니. 가면을 쓰고, 진심을 숨기며, 사람들을 속이고 자신마저 속인다. 그래서 외롭다. 도민준(김수현 분)이 묻는다.
"너... 누구야?"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거짓도 오해도 없이 솔직하고 진실하게 자신을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도대체 몇이나 될까? 그렇게 치이고 그렇게 지쳐간다.
한 편의 잘 짜여진 연극과 같다. 미리 방송용으로 기획된 '천송이 스페셜'과 서로 악플을 달고 그것을 알면서도 친구랍시고 마음에도 없는 위로를 하는 만화방 홍사장(홍진경 분)과 어느쪽이 더 진짜같을까? 아무렇지 않은 척 유세미(유인나 분)는 천송이에 대해 상대를 자극할 수 있는 말을 은밀하게 전한다. 그들은 명목상 친구였다.
하기는 그것도 한결같으면 또한 진실이라 할 것이다. 수십년 전이나 지금이나 거짓말하고 우기는 것은 한결같다. 그러려니 한다. 그러나 지쳐간다. 그래도 아직 진심이 남아 있던 시절. 모든 것이 진실이라 여기던 시절. 이해받고 이해하고 있다고 여겼던 그때. 천송이의 지갑에 있는 사진이 바로 그때의 기억일 것이다. 먼 과거를 회상하듯. 아마 도민준이 기억하는 과거의 거리와 천송이가 그리는 과거의 거리가 거의 비슷할 것이다. 수백년을 산 사람처럼. 수십년을 산 사람처럼. 그래서 그들은 닮았다.
어째서 가막과부였던 것일까? 결혼도 하기 전에 과부가 되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벌써 자신의 인생이 결정되어 버렸다. 어떤 꿈도 아무런 희망도 가질 수 없다. 심지어 가족들마저 가문의 명예를 위해 자기가 죽기만을 바란다. 어쩌면 실제 죽이려 시도한 적도 있을 것이다. 한정된 공간 안에서 정해진 사람들만을 만나며 그렇게 고립된 채 죽는 날만을 기다린다. 지구에 속하지 않는 외계인과 인간에 속하지 않는 소외된 존재가 만난다. 그리고 수백년 뒤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천송이가 다시 외계인을 만난다.
어려서 너무 일찍 세상을 알아버렸다. 거짓과 진실이 같은, 이해와 오해가 같은 뜻으로 쓰이는, 기만으로 가득한 세상에 너무 어린 나이에 던져지고 말았다. 그런 현실에 또한 익숙해지고 길들여졌다. 그래서 더 세상과 소통하려 하는지도 모른다. 누군가 자신의 진심과 진실을 알아주고 이해해주기를. 자신의 편이 되어 주기를. 그러나 SNS라고 사람이 사는 세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앞에서는 그리 좋아한다 말하다가도 뒤에서는 온갖 악플로 그녀에게 상처를 준다. 이휘경(박해진 분)이 아무리 자신에게 진심을 드러내고 다가서도 결국 그 또한 자신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세상과 통하기를 바라면서 세상과 벽을 쌓는다. 도민준 역시 세상과 벽을 쌓고 살면서도 세상에 대한 관심을 놓지 못한다.
과거 유일했던 관계였다. 단 하나 소중했던 기억이었다. 천송이에게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절망적이었던 그녀에게 단 하나 소중했던 순간이었다. 그 순간을 간직한 채 두 사람은 나름의 긴 시간을 살아간다. 도민준에게는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 아마 천송이 역시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도민준이 본 예지는 어쩌면 그것을 말해주는지도 모른다. 그가 자신의 별로 돌아가는 것처럼 그녀 역시 예정된 곳으로 떠나게 된다. 그들을 다시 세상에 붙잡아 놓는다.
이휘경의 형 이재경(신성록 분)의 이중성은 그래서 매우 충격적으로 상징적으로 다가온다. 우애좋은 형제라는 가면 뒤에 가려진 그의 본성은 인간 그 자체일 것이다. 화려한 겉모습 뒤에 추악한 진실이 감춰져 있다. 애써 모른 척 살아간다. 애써 감추고 살아간다. 그러면서 다시 사랑을 한다. 진실을 바라고 진심을 쫓는다. 인간이란 어쩌면 이렇게 가련한 존재일까.
코미디치고 상당히 우울하다. 웃어야 하는데 웃을 수 없는 상황이 너무 많다. 지나치게 드라마에 몰입해 버린 때문일 것이다. 코디미란 원래 부조리에서 시작되었다. 현실의 모순과 부조리가 코미디라는 부조화를 만들어낸다. 무엇이 그들을 웃게 하는가. 의외로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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