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에서 온 그대 - 손의 상처처럼, 깨진 도자기처럼
어느새 그녀는 상처처럼 내안에 깊이 들어와 있다. 제멋대로 들어온 그녀로 인해 모든 것이 엉망이 되어 버렸다. 손에 유리가 박히고, 거실에서는 도자기들이 부서진다. 지금까지 당연했던 일상들이 산산이 부서져버린다. 깊숙이 숨겨놓은 구두를 그녀가 찾아냈다. 깊은 곳에 꼭꼭 숨겨놓은 자신의 진심을 혹시 그녀가 찾아내지는 않을까.
전혀 그럴 의도가 없었다. 의식조차 없이 지내고 있었다. 그런데 누군가 말한다. 그것이 사랑이라고. 당신은 그를 사랑하고 있다고. 말이 대상을 정의한다. 권위가 말에 힘을 싣는다. 친구에게 조언을 구하고, 신경정신과의사를 찾아가 진단을 받는다. 사랑이라 말한다. 당신은 그를 사랑하고 있다고. 의지하고 있다고. 의지하고 싶어한다고. 조각조각 흩어져 있던 단서들이 형체를 가지게 된다. 자신은 그를 사랑하고 있는 것일까?
드라마 자체가 하나의 비유일 것이다. 누군가가 상처처럼 들어와 박히고, 그로 인해 자기의 일상이 엉망으로 휘둘리고, 그리고 어떤 계기로 서로를 의식하게 되는.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이야기에 대한. 외계인과 연예인이다. 사람은 누구나 고독하다. 세상과 단절되어 있다. 누구도 이해하지 못하고 누구로부터도 이해받지 못한다. 그런 자신이 이해하고 이해받는 단 한 사람. 고립된 가운데 오로지 두 사람만이 같은 집에 머문다. 세상 모두가 자신의 적인데, 세상 모두가 단지 타인일 뿐인데, 두 사람만이 같은 집에 함께 머물고 있다. 마치 사랑처럼.
이제는 천송이(전지현 분)의 존재에 완벽히 길들여져 있다. 잊고 있던 고독이라는 감정마저 일깨우고 말았다. 혼자가 된 집에 돌아가기 싫다. 원래 혼자였다. 수백년동안 그는 혼자였다. 그런데 새삼 혼자가 싫다. 누군가가 곁에 있다. 누군가가 곁에 있는 시간들이 당연하게 여겨진다. 지난 400년의 시간보다 천송이와 함께 있던 며칠이 더 길게 느껴진다. 의사와 상담을 마치고 자기가 얼마나 도민준(김수현 분)에게 의지하고 있었는가를 깨닫는다. 아니 그조차 느끼지 못했다. 아마 이야기해주는 사람이 없었다면 그녀는 마지막까지 모르고 있었을 것이다.
당연하게 천송이를 자신의 집으로 들인다. 아무렇지 않게 천송이 역시 도민준의 집에 머문다. 자신의 침대를 양보한다. 도민준의 침대에서 천송이는 잠이 든다. 일상처럼 익숙하다. 벌써 오래전부터 그들은 함께였다. 새삼 의식하게 되면서 그들은 서로를 마주보게 된다. 그것은 예정된 의식이었다. 확인하려 한다. 의심하고 묻고 그것을 증명하고자 한다. 도민준은 천송이의 시험을 받아들인다. 서로에게 서로란 어떤 의미인가. 자기에게 서로란 어떤 대상인가. 충동은 거부할 수 없는 필연이며 운명이었다. 그들은 앞으로도 함께여야 한다.
의도적으로 주위를 단절시킨다. 주인공들을 고립시킨다. 몇몇 조언자들만이 남는다. 사랑은 둘이서 하는 것이다. 유세미(유인나 분)가 이휘경(박해진 분)에게 고백하듯 서로가 서로에게 직접 전하는 것일 터다. 다른 사람을 통하니 오해가 생긴다. 천송이에 대한 감정을 유세미에게 고백하고, 자신을 향한 유세미의 진심을 다른 사람에게 전하라 말한다. 유세미는 이휘경을 보고 있었지만 이휘경은 유세미가 아닌 다른 사람을 보고 있었다. 아무도 없는 곳. 한적한 거리에서 유세미는 이휘경에게 고백한다. 이휘경은 처음으로 유세미의 고백을 듣는다.
불타오르지 않는다. 전혀 뜨겁지 않다. 그저 간절할 뿐이다. 소망처럼 간절하게 움켜쥐고 있을 뿐이다. 소리소문없이 다가와 어느새 흔적조차 없이 곁에 머문다. 세상에 단 둘, 그들만의 공간에서 그들은 태초의 첫인간이 된다. 서로에게 유일한 존재가 된다. 그들이 외로운 이유이며 사랑하는 이유다. 아무렇지 않은 사랑이야기가 시린 이유이기도 하다. 인간이 아름답다. 사랑이 아름답다. 처절하기에. 더없이 잔인하기에. 도민준이 잃어버린 것. 수백년의 시간동은 그는 가장 소중하고 가장 사소한 것들을 놓치고 살아왔었다. 그가 외계인인 이유였다. 떠날 때가 되어 그가 도저히 놓지 못하는 한 가지였다. 그를 붙잡는다.
마침내 천송이가 이재경(신성록 분)을 의심하기 시작한 듯하다. 시련이 시작된다. 천송이가 사건의 중심에 놓인다. 이재경의 악의가 천송이의 의심으로 인해 더욱 첨예하게 벼려진다. 천송이를 죽여야 한다. 그동안 그래왔던 것처럼 도민준은 여전히 천송이를 지키려 한다. 이재경의 악의와 도민준의 사랑이 지구를 떠나는 시한을 두고 부딪힌다. 비로소 도민준은 지구에 살게 되었다. 유세미가 알고 있는 사실과 유진(오상진 분)이 쫓고 있는 진실이 한 방향을 향해 달린다. 모두가 모이는 가운데 마지막 선택의 순간이 다가온다.
천송이가 본 도민준을 도민준은 부정한다. 천송이가 보았던 도민준이 도민준이 아니라 한다. 그래서 더 깨닫게 된다. 보이지 않는 도민준을 보려 했다. 천송이에게 보이지 않으려 했던 도민준의 진심이 도리어 천송이 자신도 모르고 있던 진심을 일깨우고 만다. 역설처럼 운명은 예정마저 거스른다. 우연처럼 오해가 진실을 불러낸다. 사랑은 코미디다. 행복해진다.
http://www.stardaily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84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