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격시대 - 잔혹한 폭력의 미학, 배우의 매력에 빠지다
원래 여성이 쌍검술을 주로 배우는 것은 남성에 비해 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 번에 상대에게 치명타를 입힐 수 없기에, 더불어 하나의 검으로 공격과 방어를 함께하는 것이 버겁기에, 가볍고 날렵한 두 자루 검을 사용함으로써 그 단점을 보완하려는 것이다. 치명상을 입히기보다 피해를 누적시키고, 두 자루의 검을 중첩하여 우월한 상대의 힘에 대항한다.
우아하기까지 하다. 상당히 정교하게 계산된 액션씬이었을 것이다. 가야(임수향 분)의 여성적인 매력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아름다울 정도의 잔혹함을 보여준다. 사실 여성들이 쌍검술을 주로 배우는 이유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이것이다. 힘이 부족한 만큼 칼은 가벼워지고 그만큼 동작은 빠르고 다채로워진다. 보기에 아름답다. 박력넘치는 신이치(조동혁 분)의 검술과 모일화(송재림 분)의 가차없는 잔인함과는 또다른 매력을 느끼게 한다. 중국의 그것과 같이 과장되지 않고, 일본의 그것처럼 작위적이지도 않다. 순간 화면을 멈춰버리고 싶었다.
김현중(신정태 분)이 남자가 되었다. 아이돌이던 시절 그는 남자이기보다 소년이었다. 그러나 이제 땀에 절고 때에 찌든 얼굴이 어울린다. 흙투성이가 되어 땅바닥을 뒹군다. 피를 묻힌 채 살기를 드러낸다. 그러면서도 빛이 나는 것은 아직은 순수를 간직한 과도기의 나이이기 때문이다. 훨씬 깔끔하고 세련된 차림의 도꾸(엄태구 분)에게서 느껴지는 음험함과는 다른, 아직 세상에 물들지 않으려는 순수와 열정이 그에게서 느껴지기 때문이다. 아이돌에서 성인연기자로 거듭나려는 김현중에게 있어 '감격시대'의 출연은 탁월하다는 말로도 부족할 것이다. 조금은 작위적이고 어색한 신정태의 캐릭터가 김현중과 만나 독특한 매력으로 완성된다.
사실 드라마 자체는 별다른 내용이 없었다. 성장을 위한 의식으로 살인을 경험케 하는 것은 이제는 식상하기까지 하다. 하필 일국회쯤 되는 조직이 신의주 하나 차지하겠다고 회주의 손녀인 가야를 조직의 넘버 3인 신이치까지 붙여서 파견하고 있다. 모일화의 성향을 알지 못하고 성급하게 접촉을 시도하는 것도 그렇고, 모일화와의 협상 역시 유치하다 싶을 정도로 서툴렀다. 청아를 찾기 위해 좌충우돌하는 신정태의 모습 또한 의도가 지나치게 강하게 개입되어 있었다. 그나마 신정태와 김옥련(진세연 분)의 풋풋한 모습이 신선한 느낌을 준다.
10대를 연기하는 진세연의 모습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말 그대로 소녀다. 세상에 물들지 않은, 하얀 그대로의. 역시 진세연이라고 하는 배우의 매력이고 가치일 것이다. 전작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녀의 나이에도 어울린다. 그보다도 더 깨끗하고 맑다. 우중충한 드라마에 밝은 빛을 드리운다. 우울하게 가라앉은 땀투성이의 신정태의 캐릭터가 진세연과 만나 원래의 자신을 되찾는다. 그러고 보면 신정태 역시 아직 10대의 나이다. 휴식과 같다. 신정태에게나. 시청자 자신에게나.
한결 원숙해진 만큼 음험한 속내를 감추고 있는 도꾸의 모습이 또다른 위험을 예고한다. 일국회의 단동진출과 모일화파와의 대결이 단동에 발을 디딘 신정태와 도비패를 휩쓸려 한다. 모일화를 만나러 가는 길에 신정태는 가야를 만난다. 운명은 항상 최악의 순간에 자신들을 시험한다. 선택해야 한다. 신정태는 이제 김옥련에게 미안함과 함께 의무감과 같은 것을 느끼고 있다. 사랑은 불같은 것이다. 자신을 태우고 주위를 태운다. 김옥련의 주위로 또다른 운명이 다가선다. 평범할 수 없는 운명인지 그녀의 주위 역시 심상치 않다. 김수옥(김재욱 분)의 등장은 김옥련에게 기회이며 시련이다. 신정태에게 가야는 첫사랑이다.
어차피 범죄자란 그런 것이다. 아무리 좋게 포장하려 해도 폭력을 사용해 타인을 위협하고, 법을 무시해가며 자신의 이익이나 챙기려는 무리들이다. 법만 규범이 아니다. 공공의 가치 역시 비강제적인 사회의 규범일 것이다. 사람으로서 당연히 지켜야 할 도덕도 윤리도 전혀 아랑곳않는데, 고작 민족이니 국가니 하는 따위가 그렇게 중요하게 여겨질 리 없었다. 이익을 위해 일본인 조직의 앞잡이가 되고, 돈을 벌자고 밀수만이 아닌 인신매매에까지 손대고, 무엇보다 사람까지 너무나 쉽게 죽인다. 신정태는 운이 좋다. 도비패만 조금 다르다. 그에겐 아직 성장을 위한 보호자가 필요하다. 저즐과는 다른 주인공 신정태의 완성이다. 폭력이 아닌 그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이 멋있다.
땀냄새가 나는 것 같다. 어디서 매캐한 연기와 피비린내가 맡아지는 것 같다. 동선의 설계도 잘되어 있고 영상미도 빼어나다. 내러티브는 영상을 위해 존재한다. 드라마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일 터다. 연인들은 사랑을 하고, 외로운 이들은 폭력으로써 자신을 증명한다. 땀투성이가 되고 피투성이가 된다. 배우들의 매력이 드라마를 살린다. 캐릭터 자체가 된다.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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