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 바로 지금 여기를 위해, 사랑받는 이유...

까칠부 2014. 2. 15. 08:29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대중으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는 이유일 것이다. 하찮다. 별 볼 일 없다. 여느 연인처럼. 한껏 폼을 잡다가도 한순간에 어린아이가 되어 버린다. 울고 화내고 앙탈부리고 억지를 쓴다. 그러나 그 눈은 항상 상대를 향해 있다.


누구나 그런 기억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를 너무 사랑해서 다른 것은 아무것도 보지도 듣지도 느끼지도 못하던 순간들을. 생각조차 마비되어 버린다. 시간이 지나면 후회하게 된다. 그때 내가 왜 그랬을까. 한심하다. 어리석다. 그런데도 문득 치밀어오르는 뿌듯함이 있다. 그래 그때 나는 최선을 다해 사랑했고 사랑하려 했었다.


매순간이 기적이다. 처음 그 사람을 만난 그 순간부터 매순간순간이 마치 기적처럼 소중하게 다가온다. 내일을 약속할 수 없다. 아니 내일을 생각하기조차 싫다. 그와 함께 있는 지금이, 바로 여기가, 그것만으로도 머릿속은 터져버릴 것만 같다. 순간이 영원처럼. 어쩌면 다른 많은 사랑들처럼 언젠가는 끝나게 될 사랑일지도 모르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더없이 진실하고 간절하다. 과거도 미래도 모든 것이 지금 이 순간을 위해 존재하는 것 같다.


떠날 것을 안다. 떠나야 한다는 것도 안다. 사실 남겠다는 도민준(김수현 분)의 대답을 기대했던 것은 아니었다. 떠나도 좋았다. 다만 지금 이 순간 만큼은 영원을 약속하고 싶었다. 영원히 함께 있겠노라고. 비록 허튼 꿈에 불과할지라도. 떠날 것을 알면서도 사랑하고, 떠나야 하는 것을 알면서도 사랑한다. 그래서 도민준도 남는 것을 선택할 수 있었다. 천송이(전지현 분)와 함께하는 지금의 순간들이 앞으로 고향에서 보내게 될 더 오랜 시간들보다 더 값지고 소중하다. 지금이 전부다. 세상에 없는 무엇이라도 지금과 바꿀 수 없다.


하기는 그래서 바보가 되는 것이다. 여배우가 눈이 붓도록 엉엉 소리내어 운다. 지구인을 냉소하던 이성적인 외계인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자기가 비판하던 그 행위를 직접 행동으로 옮기고 만다. 지구인과 체액이 섞이면 안된다.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정작 천송이를 앞에 두고는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그만 키스를 하고 만다. 바로 앓아 눕는다. 술에 취해 주정을 부리다가 천송이의 집까지 쳐들어가고는 새벽같이 난간을 통해 집으로 돌아온다. 자신마저 돌아보지 못한다. 자신의 모든 지각과 감각이 천송이 한 사람만을 향하고 있다. 죽어도 좋다. 돌아가지 못해도 좋다. 내일 촬영이 있고 말고는 내일 가서 생각할 뿐이다.


그래서 사랑스럽다. 진지할 때도. 심각할 때조차도. 진지해서 바보같아지고, 심각해서 한심해진다. 그래서 더 진지해지고 심각해진다. 다른 억지스런 에피소드를 섞을 필요따위 없다. 일부러 장면을 만들고 상황을 꾸밀 필요 또한 없다. 사랑하고 또 사랑한다. 사랑해서 자신을 잊는다. 인기여배우였다는 것도, 외계인이었다는 사실도 어느새 머릿속에서 사라진다. 그저 사랑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젊은 남녀만이 있을 뿐이다. 더구나 첫사랑이다. 서툴고 어색하다. 그런 만큼 더 불타오른다. 숨쉬는 것조차 유쾌해지고 만다.


일부러 웃기려 노력하지 않는다. 이것이 과연 코미디인가 싶을 정도다. 확실히 전지현도 이제는 중견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연차가 되었다. 김수현은 그 젊은 가능성이 두려울 정도다. 그저 상황에 충실하려 한다. 만나고, 사랑하고, 서로 밀고, 다시 당기는, 그 순간들에 충실하려 한다. 그러다 보니 웃음이 나온다. 감동하며 웃고, 같이 진지해지며 웃이며, 심각해져서도 웃는다. 무엇보다 행복하다. 그들은 사랑하고 있다.


신성록(이재경 역)의 열연 또한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도민준과 천송이가 단지 서로를 사랑하고 있을 뿐이라면, 이재경은 어느 누구도 사랑하지 않는 자신을 보여주고 있다. 묘하게 끈적거리고 질척거린다. 무엇도 욕망하지 않는 듯한 이질적인 표정과 눈빛이 정확하게 도민준, 천송이와 대척점을 이룬다. 누구도 사랑하지 않고 누구도 사랑할 수 없다. 신성록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될 뻔 했을까. 이재경의 음습한 악의가 대비되어 도민준과 천송이의 순수한 사랑을 돋보이게 해준다. 검은 큐피드다. 어쩌면 이재경이 있어 도민준과 천송이는 사랑할 수 있다.


이재경의 정체가 밝혀진다. 이재경의 행적이 드러나려 한다. 이휘경(박해진 분) 역시 만만치 않다. 검사 유석(오상진 분)과 도민준을 이용 절묘하게 정신병원에 갇혀 있던 이재경의 전처를 빼온다. 이재경에게 전처의 모습을 보여주며 자기가 알고 있는 바를 묻는다. 궁지에 몰린 이재경이 반격하게 될까? 천송이의 선택과 그럼에도 천송이가 자신의 가까이에 머물기를 바라는 올곧고 순수한 마음이 어쩌면 비극을 예고하는 듯하다. 너무 순조롭게 풀린다.


단지 사랑하려 한다. 사랑할 뿐이다. 다른 이유는 필요없다. 다른 사정따위 필요없다. 그것만으로도 즐겁고 행복하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 같이 즐겁고 행복해진다. 의기소침해 있는 동안에도. 울고 화내는 순간에도. 절망과 체념까지. 재미있다.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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