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감격시대 - 가야의 반역, 신정태 행동에 나서다

까칠부 2014. 3. 27. 07:10

가야(임수향 분)의 행동을 이해하기 힘들다. 어머니를 죽이라 명령한 것이 다름아닌 외할아버지 도야마 덴카이(김갑수 분)였다. 아버지도 일국회 회주 도야마 덴카이가 보낸 자객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그래도 외할아버지이니 용서할 것인가, 아니면 부모의 복수를 하려 할 것인가.


어린아이의 칭얼거림이었다. 외할아버지에게 응석을 부리는 어린 손녀의 모습 그대로였다. 용서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복수를 꾀하지도 않는다. 반항한다. 있는대로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과 자신의 감정을 덴카이 앞에서 드러내고 차라리 아무 대책 없이 그 손에 죽기를 바란다. 딸에 이어 손녀마저 자신의 손으로 죽이면 그것으로 복수가 될 것이라 믿었던 것일까?


가야를 대신해서 신이치(조동혁 분)가 팔을 잃었고, 일국회로부터 파문당했으며, 황방의 방주 설두성(최일화 분)을 암살하려다 목숨까지 잃는다. 신이치가 죽고, 아오키(윤현민 분)마저 죽게 될 것을 알고 나서야 비로소 가야는 덴카이를 향해 칼을 뽑아든다. 그조차도 계획을 세운 것도, 직접 손에 피를 묻혀가며 양아버지인 덴카이를 살해한 것도 아오키 자신이었다. 가야는 그저 무력하게 아오키가 이끄는대로 따르기만 할 뿐이다. 여성인 것일까? 스스로 운명을 개척하기보다 누군가 자신을 대신해 책임져주기를 바란다.


차라리 치밀하게 복수를 계획하고 있었다면 어땠을까. 신이치를 끌어들이고, 아오키를 설득하고, 아카마저 가야에 의해 회주인 덴카이에 등을 돌리게 된다. 황방과 신정태(김현중 분)를 이용한다. 물론 신정태 역시 그같은 상황을 이용하려 한다. 황방에게도 기회다. 일국회가 먼저 방삼통을 치고, 클럽 상하이를 지키기 위해 황방이 방삼통을 돕는다. 싸움이 치열한 가운데 덴카이가 틈을 보이면 어쩌면 신정태에게 도움을 요청해서라도 그를 죽일 수 있을 것이다. 덴카이를 죽이고 혼란에 빠진 일국회를 황방이 몰아치는 뒤를 노린다면 신정태 역시 설두성을 죽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은 신정태와 가야, 신정태와 아오키의 승부로 넘긴다.


반란치고 허무하다. 역시나 과정이 없다. 세력을 모으고 계획을 세우는 과정이 사라졌다. 어떻게 덴카이의 심복이던 아카가 아오키의 편에 서서 그의 죽음을 지켜보게 되었는가. 아오키를 제거할 계획을 세우고서도 호위 하나 없이 독대하는 덴카이의 무모함도 무모함이다. 덴카이를 따르는 이들이 있었을 텐데도 덴카이를 제거하고 가야가 모든 것을 물려받는 과정이 너무 순조롭다. 불필요한 장면은 생략한다. 드라마라기보다 줄거리요약에 가깝다. 이러이러한 일들이 있었다. 실제 역사의 한 장면이라면 그것으로도 충분히 이해하는데 무리는 없다. 그러나 픽션이다. 작가가 쓰고 시청자에게 보여주는 그것이 곧 내용의 전부다.


허무하기는 황방과 일국회를 동시에 상대하려는 신정태의 계획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차라리 머리를 친다. 덴카이도 말하고 있었다. 설두성이 살아있는 황방과 사라진 황방은 전혀 다르다. 황방의 방주 설두성이 살아있다면 방삼통의 조선인들은 상하이의 중국인 상당수를 적으로 돌리지 않으면 안된다. 소수정예로 압도적인 다수에 맞서 승리를 거두려면 머리를 쳐야 한다. 신정태와 모일화(송재림 분)의 대화에서 자주 인용되는 삼십육계의 '금적금왕'이다. 


아무리 조직원이 많아도 머리인 설두성과 왕백산(정호빈 분)을 잃으면 황방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회주 덴카이와 지회주인 가야를 비롯 아오키 등 간부들이 사라진다면 일국회 역시 더 이상 싸움을 이어나갈 동력을 잃어버린다. 그렇게 황방과 일국회를 잠시나마 무력화시킬 수 있다면 방삼통은 최소한의 기회를 가지게 된다. 저들이 안정될 때까지 시간을 두고 힘을 기를 수 있다. 신정태의 계획처럼 황방과 일국회의 영역도 넘볼 수 있다. 그런데 먼저 밑에서부터 치겠다고 한다. 황방과 일국회의 규모가 생각만큼 크지 않다.


싸우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설두성과 왕백산을 먼저 치려 한다면 신정태와 모일화를 비롯 소수가 인의장막 안에 숨어 있는 설두성을 치기 위해 몸으로 부딪혀야만 한다. 일국회에 일어난 반란 역시 마찬가지다. 덴카이의 측근에 덴카이를 지키려 싸우는 자들이 있다면 가야와 아오키는 그들과도 싸우지 않으면 안된다. 싸움이 없었다. 그저 덴카이가 분노하고, 아카가 등장하고, 배신감과 당혹감에 떠는 사이 아오키가 덴카이를 찌른다. 액션이 아닌 말로써 풀어간다. 말로써 풀어가려면 한두명으로도 충분하다.


여건의 변화도 있을 것이다. 보도를 통해 전해지는 제작현장의 상황이 그다지 썩 훌륭하지 못하다. 여러가지를 고려하며 최소한의 자원과 인력만으로 장면을 만들어가지 않으면 안된다. 복잡한 동선을 고민하기보다 소설의 지문처럼 인물들의 대사로 나머지를 채우려 한다. 최소한의 제작비와 최소한의 인력으로 기존의 것들을 재활용해가며 촬영을 이어가야 한다. 말이 가장 쉽다. 영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행위, 즉 액션이다.


굳이 말로 풀어 설명할 필요따위 없다. 왕백산과 맞서며 신정태는 굳이 필요도 없는 설명을 하염없이 쏟아내고 있었다. 지금의 상황이 어떻다더라. 왕백산이 어떻게 공격했으며 자신은 어떻게 그것을 막고 피했다. 긴장이 풀어진다. 눈이 아닌 귀로써 액션을 들으며 즐긴다. 차라리 소설을 읽는다. 무술연기도 많이 허술해졌다. 동작은 교묘해졌는데 정작 이전과 같은 치열함은 없다. 피가 튀고 숨이 멎는 듯한 진지함이 사라졌다.


신파가 아주 곤혹스럽다. 신이치가 가야의 품에서 죽는 장면에서, 신정태와 가야가 마지막 이별을 하는 장면에서도. 필요없이 대사가 길고 감정까지 넘친다. 황방과 일국회를 동시에 공격하려는 계획을 들려주면서는 무언가 의미있는 대사를 남기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거기서 왜 한 번도 남을 공격한 적이 없는 천성이 순하고 착한 사람들이 나오고 있는 것일까. 그것과 이것은 전혀 아무 상관도 없는 이야기다.


드디어 막바지다. 신정태가 황방과 일국회를 향해 칼을 뽑아들었다. 판을 만들어준다. 황방과 일국회가 신정태의 의도대로 충실히 따라주는 장기판의 말이 되어 버린다. 급하고 편하다. 끝내려면 어쩔 수 없다. 벌려놓은 것들이 너무 많다. 한 번에 모두 해결한다. 무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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