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신의 선물 - 조금씩 밝혀지는 진실, 샛별 사라지다

까칠부 2014. 4. 2. 07:11

문득 미국에서 일어났던 어떤 사건이 떠올랐다. 딸아이가 죽었다. 엄마는 울부짖었다.


"내가 죽였다."


그리고 체포되었다. 딸을 살해한 범인으로. 유죄판결까지 받았다.


아마 울부짖으며 엄마는 자기 가슴을 두드렸을 것이다. 자신의 죄인 양. 자신이 잘못해 아이가 죽은 것처럼. 반드시 살려야 했었다. 결코 죽어서는 안되었다. 그렇게 했어야 했다. 김수현(이보영 분)이 차라리 히스테리에 가까운 집착마저 보이며 딸 샛별(김유빈 분)을 살리기 위해 필사적인 이유일 것이다. 이번에야 말로 자신의 손으로 딸 샛별을 지켜내고야 말겠다.


김수현과 샛별에게 의미심장한 예언을 들려주었던 카페여주인(이연경 분) 또한 다르지 않을 것이다. 믿을 수 없는 딸의 죽음에 마치 미친 사람처럼 울부짖으며 떠돌다 어느 순간 사람을 앞에서 사라져 버렸다. 아마 김수현과 기동찬(조승우 분)이 시간을 거슬러 과거로 돌아온 것도 10년 전 사건의 피해자였던 카페여주인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딸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면 그 억울함이라도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밝히겠다.


아직도 김수현을 가슴을 치고 있는 것이다. 지금도 카페여주인은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울부짖고 있는 것이다. 자식을 잃은 어미가 제정신일 수는 없는 것이다. 때로 보기에 민망하다. 낯뜨거울 정도로 염치도 없고 부끄러운 것도 모른다. 무서운 것도 없다. 흉악한 연쇄살인범을 향해 맨몸으로 달려든다. 어쩌면 범인이 숨어있을지 모르는 아파트에 혼자몸으로 잠입한다. 시건을 되돌리는 정도야 어쩌면 충분히 가능한지도 모른다. 자식을 살릴수만 있다면 세상에 못할 일이란 없다. 제 목숨을 내어줄 수 있다면 그렇게 했을 것이다.


드라마 '신의 선물'의 첫회 오프닝을 동화 '어머니 이야기'로 시작한 이유였을 것이다. 김수현의 이야기인 줄 알았더니 어쩌면 10년전 마찬가지로 딸을 잃어야 했던 또다른 어머니의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자신의 눈을 뽑아 바쳤듯 무언가를 바쳐 딸의 죽음과 관련한 진실을 밝히려 한다. 이제 김수현 역시 딸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걸려 하고 있다. 복선이었는지도 모른다. 딸 샛별을 살리기 위해 엄마 김수현이 치러야 할 어쩌면 희생이었다.


가슴을 두드리는 것은 답답하다는 신호다. 무언가 가슴을 콱 틀어막고 있어 숨조차 쉬기 힘들다. 숨을 쉬려고 그 막힌 것을 뚫으려 가슴을 두드린다. 막힌 것이 크고 단단할수록 더 세게 가슴을 두드린다. 기동호(정은표 분)가 가슴을 두드리는 것은 무엇이 그리도 답답해서였을까? 자신이 동생의 연인인 수정을 죽였는데 이제 다시 무엇이 답답해서 고함을 지르는가. 기동호의 말은 어눌하다. 자신이 기르던 생쥐가 밟힐 것을 걱정하면서 그것을 말로 하기보다 오해하기 좋은 과격한 행동으로 보이고 만다. 이해하려 하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김수현의 터무니없는 오해에는 억울해한다. 시청자를 위한 장치였을까. 얼핏 합리적인 의심이 김수현을 확신으로 몰아가지만 그것은 전혀 사실과는 다른 일방적인 오해였다. 진실이란.


아무튼 조금씩 윤곽이 드러난다. 유학파다. 사탕을 먹고 잠들었다 말하고 있었다. 만일 수정과 함께 사진을 찍은 세 남자가 수정의 죽음과 관계가 있다면 이것들이 단서가 되어주고 있을 것이다. 남은 것은 하나, 과연 아직 밝혀지지 않은 나머지 한 사람의 정체가 무엇인가. 한 사람은 이미 죽었고, 다른 한 사람은 정신병원에 있다. 죽은 한 사람은 스네이크의 리더 테오(노민우 분)와 기동찬의 주위를 맴도는 추병우(신구 분)와 관계가 있다. 대통령 김남주(강신일 분)는 사형의 집행을 추진하고 있는 중이다. 기동찬과 김수현이 쫓던 그 남자가 과연 범인이었는가. 한지훈(김태우 분)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전화로 협박까지 하던 그 사람과 같은 사람인가.


현우진(정겨운 분)의 역할이 궁금하다. 지난 시간과 이번 시간 모두 현우진이 방송출연하던 그날 샛별을 납치당하고 있었다. 기동찬이 겨우 확보한 증거물을 없애버리기도 했었다. 기동찬의 주위를 맴돌며 역시 알지 못하는 누군가와 전화통화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기동찬과 그 가족을 지키고자 하는 선의는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기동찬과 그 가족에 대한 선의가 김수현과 샛별에 대한 선의를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10년전 이수정과 함께 사진을 찍었던 세 남자 가운데 하나인 유진희가 말한 '헤파이' 역시 사진속 친구를 가리키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어쩌면 자신을 지금의 모습으로 만든 당사자일 것이다. 아직 밝혀진 것은 없다. 비중에 비해 역할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중요한 장면을 기대해 본다. 범인의 편에서든, 주인공의 편에서든.


결국 샛별이 사라지고 말았다. 지난 시간에서와 마찬가지로 현우진이 방송에 출연하는 그날 그 시간에, 김수현이 잠시 전화를 받는 사이 감쪽같이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집 거실은 누가 뒤지기라도 한 듯 엉망이 되어 있었다. 시간도 장소도 상황도 모두 다르지만 근본적인 것은 결코 바뀌지 않았다. 주민아(김진희 분) 역시 끝내 계단에서 굴러 유산이 우려된다. 허무해진다. 그동안의 필사적인 노력에도 상관없이 이번에도 김수현은 딸의 죽음을 지켜봐야만 하는 것인가. 한지훈이 협박받고 있었다. 그것이 이유였는지도 모른다. 과연 10년전 사건과 샛별의 죽음과는 어떤 연관이 있었던 것일까. 아직 답은 오리무중이다.


만우절에 어울리는 엔딩이었다. 마음놓고 있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또다른 반전이 숨겨져 있을까. 어쩌면 샛별은 그동안 그래왔던 것처럼 또다시 주의를 잃어버린 것은 아니었을까. 다른 누군가를 찾아 나섰다. 하지만 그런 장난을 치기에는 너무 멀리 왔다. 서둘지 않으려면 슬슬 그동안 펼쳐놓은 것들을 정리하기 시작해야 한다. 그렇게 10년전 사건이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이제 어렴풋이 그림을 그려 볼 수 있다. 남은 것은 하나 샛별을 구하는 것이다.


처음 90걸음보다 마지막 10걸음이 더 멀다. 10걸음 가운데서도 가장 마지막 한 걸음이 숨막히도록 긴 법이다. 긴장을 놓지 않는다. 적절한 때 다시 조여준다. 해결되어 가는 줄 알았다. 다 풀어지는 줄 알았다. 다시 달려야 한다. 엄마 김수현은 달린다. 비극과는 별개로 그것이 긴장되고 즐거워진다. 재미있을 것이다. 재미있었다. 드라마에 빠져들고 만다. 중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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