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선물 - 또 한 사람, 사진을 찍어준 사람이 있었다!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었다. 그러나 대부분 지나쳐버리고 마는 심리적 맹점이었다. 그곳에 함정이 있었다. 사진이 있다면 누군가 그것을 찍어준 사람이 있다. 비로소 깨닫는다. 세 명이 죽고 한 명은 정신병원에 있다. 그리고 마지막 한 사람이 남았다.
과거의 현재와 지금의 현재가 교차하며 혼란이 더해진다. 납치의 이미지가 겹친다. 시간은 달라졌다. 그러나 누군가 자신의 딸 샛별(김유빈 분)을 납치했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거의 같은 생방송이 있던 날 방송국 앞에서, 보호자가 잠시 샛별에게서 눈을 떼는 사이, 그리고 가사도우미 아주머니를 보고 반가워하며 달려가던 도중, 생방송 도중 범인의 전화가 걸려왔고 범인을 통해 샛별의 목소리가 들려졌다는 사실까지. 그렇다면 이번의 납치 역시 이전의 납치와 같은 방식으로, 같은 내용으로, 같은 전개로 이루어지지는 않았을까. 이번에도 역시 똑같지 않을까.
그것이 다시 힌트가 된다. 전혀 달랐다. 이전에는 샛별이 경계하며 멈추는 장면이 없었다. '스네이크'의 밴에 몰래 닸다가 중간에서 내리는 장면 역시 없었다. 택시를 잡아탔고, 집 근처에서 내려서 사진관에도 들렀다. 그리고 아파트 바로 앞까지 왔다가 다시 되돌아서 나갔다. 수상한 사람에게 쫓기는 샛별을 구하려다 기영규(바로 분)가 상처를 입기도 했었다. 이 모든 장면이 CCTV에 찍혀 있었다. 문득 의문이 생긴다. 그렇다면 어째서 시간을 거슬러오기 전 이전의 납치에서는 지금과 같은 증거들이 나타나지 않았던 것일까.
범인이 아니면 알 수 없는 연쇄살인현장의 정보들을 너무나 상세히 정확하게 잘 알고 있다. 언론도 알지 못하는 내용들이다. 그러나 정작 연쇄살인의 범인들은 샛별이 납치되던 그날 사고로 사망한 뒤였다. 스네이크의 리더 테오(노민우 분)로부터 범인을 알 수 있는 결정적인 단서를 들으려는 순간 경찰이 찾아오고 테오의 작곡노트까지 사라져 버린다. 경찰서 취조실에서는 변호사가 테오를 협박하고 있었다. 현우진(정겨운 분)이 범인으로부터 협박받고 있었으니 그를 의심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어찌되었더나 범인이거나 범인을 돕는 누군가가 경찰 안에 있다. 현우진이 그랬던 것처럼 정작 경찰이 나서서 증거들을 지우고 있었을 수 있다. 도대체 범인이 누구이고 범인이 감추고 있는 비밀이 무엇이길래.
김수현과 기동찬의 행동을 예측하고 미리 정신병원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김수현을 공격하고 유력한 증인인 유진우까지 살해하려 시도하고 있다. 정신이 온전하지는 않지만 당시 사진을 찍어주었던 자신을 충분히 기억하고 증언할 수 있다. 어쩌면 김수현이 유진희를 만나는 틈을 이용해 그녀에게 죄를 덮어씌우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딸 샛별은 납치당하고 김수현은 살인범이 되어 경찰에 쫓긴다. 동화의 이야기처럼 되어간다. 남편을 잃고, 일을 잃고, 후배를 잃고, 이제는 수배자가 되어 안전한 삶마저 잃어 버린다. 그러나 과연 마지막 유진희를 죽이려 하던 그가 '헤파이'라는 범인인가. 마침내 범인이 모습을 드러낸 것인가.
추병우(신구 분)의 정체가 드러났다. 어째서 그가 기동찬의 주위를 맴돌며, 기동찬에게 심지어 100억을 주겠다는 말까지 하고 있었는가도. 기동찬이 형 기동호(정은표 분)가 진범이 되어 사형판결까지 받은 무진연쇄살인사건에 추도전이 깊이 관계되어 있었다. 테오의 형 윤제안이 고민하던 '죄'와 추병우가 기동찬의 앞에 나타난 이유, 그리고 5년 전 한 달 사이로 이들 사진속 세 남자가 불행을 겪어야 했던 배경까지 이 모든 것들이 한 가지 답을 가리키고 있다. 아마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검사 한지훈(김태우 분) 역시 이와 아주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추병우만한 인물조차 아들의 죽음에 대해 침묵하게 만드는 '그'는 누구인가. 어쩌면 굳이 드라마에 대통령이 등장해야 하는 이유와도 관계가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스케일이 커졌다. 일개 개인의 범죄를 넘어섰다. 경찰까지 동원한다. 테오의 입을 막기 위해 경찰이 그를 체포하고, 그를 위해 변론해야 할 변호사가 사생활을 들추며 협박을 해온다. 추병우는 물론 무진에서 유력인사이던 유진우의 부모 역시 침묵하고 있다. 의문의 상대에게 전화를 거는 한지훈의 모습에서는 경멸과 동시에 두려움과 긴장마저 느껴진다. 간단히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살인누명까지 쓰게 된다면 사건은 아직 더 들어갈 것이 남아 있다. 한지훈이 쥐고 있는 카드와 그가 협상하려는 대상이 드라마의 스케일을 결정한다. 대통령 김남주(강신일 분)는 사형집행의 결정을 앞두고 추병우를 만날 하고, 사형집행을 결정하고 나서는 가장 먼저 기동호를 그 대상으로 삼고 있었다. 관계가 없지 않을 것이다.
과연 시간을 거스르기 전에도 샛별은 납치범을 피해 일단 스네이크의 차에 숨어 무사히 빠져나가고 있었는가. 살해당한 샛별의 유류품 가운데 테오의 퍼즐조각이 포함되어 있었다. 추병우의 재단과 관계있어 보이는 열쇠고리는 어디에서 나왔을까. 기동찬이 가지고 있던 샛별의 머리핀의 출처가 중요한 열쇠가 되어 줄 것이다. 그곳에 샛별이 있었다. 설마 가사도우미가 납치에 관계되어 있었을 줄이야. 협박일까, 매수일까, 아니면 굴복일까.
제니(한선화 분)의 우스꽝스러우면서도 뭉클한 일편단심이 긴장으로 조여진 가운데 약간의 다른 이완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멍투성이 상처투성이가 되었어도 오로지 기동찬을 돕겠다는 생각 뿐이다. 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도 기동찬을 도우라 억지로 등을 떠민다. 시크릿의 멤버 한선화라는 사실을 조금 늦게야 눈치챘다. 배우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철저히 제니라는 배역이 되어 있었다. 가능성을 발견한다. 기대가 생긴다. 엉망이 되어 버린 얼굴도 예쁘다.
바뀐 것은 없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선택해야 한다. 엄마는 아직 포기할 생각이 없다. 시청자를 기만하려는 의도적인 장치들이 보인다. 김남주와 놀고 있는 어린 손녀의 모습을 샛별이라 착각했다. 얄미울 정도로 조이고 당기는 방법을 안다. 놀란다.
http://www.stardaily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0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