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트로트의 연인 - 최춘희와 장준현의 성장, 그들의 이야기가 시작되다!

까칠부 2014. 7. 15. 07:33

무명의 - 아니 제법 잘나가는 밴드들조차 10명도 채 되지 않는 관객을 앞에 두고 연주하던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털어놓고는 한다. 예전 밤무대를 통해 가수로 데뷔하던 시절 신인가수들은 손님이 채 들어오기도 전인 초저녁 시간에 아무도 없는 빈 무대에 서기도 했었다. 술취한 손님이 던진 술병에 맞아 다치고, 갑작스럽게 난입한 손님에게 봉변을 당하고, 그래도 차마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은 역시 음악이 좋고 무대가 좋았기 때문일 것이다.


비로소 가수가 된다. 갑작스럽고 너무나 순조로웠던 데뷔가 가수라고 하는 자각을 가질 기회조차 빼앗아 버리고 말았다. 무대가 얼마나 소중하고 자기에게 얼마나 큰 기회가 찾아왔는지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그동안 연락조차 되지 않던 아버지가 자기의 노래를 듣고 위로를 얻고 먼저 전화까지 걸어왔다. 자기의 노래를 어디 있는지 알지 못하는 아버지마저 듣고 있다. 그런데 이제 그 노래를 부를 기회마저 잃어버리고 말았다. 다름아닌 자신의 실수로 인해. 고작 개런티로 슬리퍼를 받고, 흑염소 앞에서 노래를 부르면서도 그녀가 결코 자신의 무대를 포기하려 하지 않는 이유다.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하다.


매니저는 오로지 자신의 연예인을 위해 존재한다. 자신의 연예인이 오로지 자기의 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다른 모든 역할들을 대신하게 된다. 알아주는 이 하나 없어도, 아니 누군가 알아주기를 기대해서도 안 될 것이다. 연예인의 성공만이 그 모든 노력과 수고의 가치를 증명해 줄 것이다. 아무리 자기가 자존심마저 내려놓고 끈질기게 방송국 국장을 설득해서 방송금지가 풀리게 되었어도 사장님이 그렇게 해주신 거라며 기뻐하는 가수에게 그것을 내세울 필요는 없는 것이다. 가수가 기뻐하고 가수에게 좋으면 그것으로 좋은 것이다.


하나씩 내려놓는다. 한때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만들던 최고의 스타였다는 과거도, 음악인으로서의 자신의 자존심이나 자긍심도, 심지어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자존감마저도. 다시는 자신의 가수를 저런 무대에 세우지 않겠다. 관객조차 없이 흑염소를 상대로 노래를 불러야 하는 비참한 처지에 놓이도록 만들지 않겠다. 그것이 매니저 장준현(지현우 분)의 새로운 자존이며 자아다. 자신의 가수를 위해 체면도 염치도 모두 던져버리고 방송국 관계자를 찾아가 설득하고, 혹시라도 연습에 방해가 될까 평소 하지 않던 청소며 설거지, 집안일을 도맡아 한다. 바로 얼마전까지 운전도 해 본 적 없다며 태연히 최춘희(정은지 분)에게 운전대를 맡기던 장준현이었다. 최춘희와 함께 사라진 사장 조근우(신성록 분)을 향해 주먹까지 날리고 있었다. 최춘희가 전혀 엉뚱한 조근우에게 감사하는데도 그는 웃는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것은 조근우와 박수인(이세영 분) 두 사람일까? 아직 샤인스타라는 거대기획사의 사장이라는 자각이 부족하다. 처음으로 자신의 가수를 위해 방송국 관계자에게 전화를 건다. 자신의 가수를 훼방놓으려는 샤인스타의 이사이자 박수인의 어머니인 양주희(김혜리 분)와도 대립각을 세운다. 하지만 최춘희에 대한 감정이 걸린다. 그것은 과연 샤인스타라는 거대기획사의 사장으로서 내린 결론인가, 아니면 최춘희를 사랑하는 한 남자로서의 판단인가. 최춘희가 장준현과 같은 집에 살고 있는 모습을 보고야 만다. 최춘희에게 고백하고 사실상 거절당한 뒤였다. 마침내 알게 된 새로운 사실에 조근우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역시 샤인스타의 사장으로서일까? 아니면 남자 조근우로서일까?


박수인에게 재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실력이 부족한 것도 아니다. 조근우 역시 충분히 박수인의 가치를 인정하고 있는 중이다. 그녀를 괴롭히는 것은 그녀 자신의 뿌리깊은 자격지심이;다. 어머니의 딸이라는. 어머니에 의해 길러지고 만들어진 존재라는. 그런 자신을 거부하지 못하는 자기에 대한 환멸이고 혐오다. 그런 것까지 결국 이기고 올라서야 한다. 자기가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 어떤 아픔도 어떤 슬픔도 어떤 괴로움도 결국 딛고 올라서 자기가 주인공이 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스타다. 모두가 동경하고 모두가 우러르는 존재. 인간이 되거나. 신이 되거나. 어머니 양주희의 존재는 그녀에게 주어진 시련이 아니었을까?


비로소 가수가 되었다. 가수로서 순조롭게 성장해가고 있었다. 장준현 역시 매니저로서 새로운 자신을 발견해가고 있었다. 나머지는 결국 로맨스일까? 조근우가 고백하고 장준현은 진심이 된다. 최춘희를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이 정면으로 부딪힌다. 우연이 쌓여간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장준현의 노력이 이자까지 쌓여 적립된다. 조근우의 다정함은 최춘희에게 당장 위로가 되어준다. 조근우와 어머니 양주희에 의해 박수인과의 대립과 갈등 역시 심화된다. 다음 위기는 무엇일까? 목청이 좋다. 그러고 보니 그녀를 배척하는 선배가수들로부터 인정받는 것이 남았다. 트로트는 특히 선후배간의 위계가 엄격하다.


아마 그를 위한 과정이었을 것이다. 가수로서 성장하기 위한. 가수로서의 자각을 이끌어내기 위한. 비단 최춘희의 경우만이 아니다. 주류에서 한참 벗어난 길조차 어렵게 뚫어가며 내일을 향해 나아가는 신인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연예계에는 헤아릴 수 없이 존재한다. 스타로의 꿈을 위해서. 혹은 연기자, 아니면 음악이라는 열정을 향해서. 아주 조그만 기회조차 놓치지 않으려 필사적이다. 단지 개런티르 슬리퍼 몇 개만 주어도 좋다. 관객이 흑염소라도 좋다. 장준현 역시 최춘희의 상처를 계기로 매니저로서 성장하고 있었다. 단단한 껍질을 깨고 조금 더 커지고 조금 더 성숙해졌다. 사람이 아름다워지는 순간이다.


지금까지 조근우가 드라마의 중심에서 조율과 변주를 맡고 있었다. 그만큼 최춘희와 장준현 모두 주인공다운 존재감을 보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최춘희와 장준현이 가수로서, 그리고 매니저로서 크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며 무게중심 역시 크게 옮겨가고 있었다. 조근우의 고백은 조근우 자신은 물론 박수인마저 최춘희의 주변으로 옮겨 놓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바로 그들의 이야기다. 그들이 주인공이었다. 기대가 크다.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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