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회

이스라엘의 학살과 반미의 이유...

까칠부 2014. 7. 30. 00:43

사실 운동권도 70년대와 80년대가 갈린다. 70년대는 아무래도 미국에 우호적인 경우가 많았다. 민주화의 모델이 미국이었고, 더구나 카터 정부 당시 한국의 민주화를 위해 박정희 정부와 대립각을 세운 것도 있었다. 무엇보다 한국전쟁에서 대한민국을 구해준 것은 다름아닌 혈맹 미국이었다.

 

그런데 80년대 광주민주화운동은 그러한 대한민국의 현실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당시 한국군의 전시 및 평시작전권은 미국에 있었다. 미국의 허락 없이 군을 동원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미국은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었을 것이다. 알고 있었음에도 최소한 묵인하고 있었을 것이다. 민주주의와 자유와 인권의 나라 미국이 자국민을 학살하는 독재정권을 지원하고 있었다.

 

세계적으로도 그런 경우가 적지 않았다. 칠레에서도, 브라질에서도, 제 3세계에서 일어난 무수한 군사쿠데타에 미국은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었다. 최소한 폭력으로 정권을 탈취하려는 그들의 행위를 묵인하고 지지해주고 있었다. 군사정권 아래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었음에도 침묵했다. NL이 태동할 수 있었던 배경이었다. 결국 미국을 몰아내는 것만이 진정으로 대한민국의 인민들을 해방시키는 것이다.

 

계급혁명이냐, 아니면 민족자주냐, 지금 생각하면 어쩌면 우습게 여겨질지 모르겠다. 그게 뭐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군사독재를 종식시키고 민주화를 이루고자 했던 당시의 운동권들에게 그것은 절체적 당위로 다가오고 있었다. 어떻게 군사독재를 종식시킬 것인가? 인민에 의한 계급해방을 통해 사회주의적인 평등사회를 이루겠다. 혹은 군사독재정권을 지원하는 미국을 몰아내고 북한과의 통일을 통해 진정한 자주국가를 건설하여 한민족 스스로 독립해야 한다. 이 가운데 후자가 NL이다. NL이 유독 통일과 북한문제에 예민한 이유다.

 

이스라엘의 학살이 엉뚱하게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반감으로 번지려 하고 있다. 어째서 반미였는가. 생각하게 되는 이유일 것이다. 다른 나라의 일이 아니었다. 바로 우리들 자신의 일이었다. 광주민주화운동에서부터, 멀리는 4.3제주학살까지. 미국의 국익과 이데올로기를 위해 얼마나 많은 이땅의 민초들이 죽어나가고 있었는가. 그럼에도 미국이 우방인 이유는 그것이 우리에게 이익이 되기 위해서다. 정치란 이렇게 참 치사할 정도로 냉정하다. 몰라서 반미가 아니인 것이다. 몰라서 북한과 손잡자는 것이 아니고.

 

시대가 바뀌니 당연히 사고도 바뀐다. 북한과 손잡고 제국주의를 몰아내자는 절박함을 지금의 젊은이들이 이해하기는 아마 힘들 것이다. 역사를 알면 알수록 미국에 대한 분노에 치를 떨던 시절이 있었으니. 그럼에도 미국은 필요하다. 약소국의 설움일 것이다. 아마 평화를 되찾는다면, 그래서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면, 팔레스타인 역시 이스라엘의 편을 들었던 미국과 손잡으려 할 것이다. 그것이 국제사회의 현실이다.

 

NL이니까 당연히 주사파라고. 통일과 민족을 말하면 당연히 종북일 것이라고. 가끔 그래서 굳이 말하는 것을 꺼리게 된다. 나도 사실 그 세대는 아니다. 그로부터 한 발 뒤에 모든 태풍이 지나간 흔적만을 보았을 뿐이다. NL을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았다. 필요하다 여겼을 뿐이다. 말했듯 현실은 냉정하다.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