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 전투와 테러...
전쟁이란 정치다. 정치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전쟁이라는 것을 하게 된다. 그래서 정치의 끝에 전쟁이 있고, 전쟁의 끝에 다시 정치가 있다 말하는 것이다. 협상에서 시작해서 다시 협상으로 끝난다.
전투란 전쟁의 단위다. 전투의 1차 목적은 적의 전쟁수행능력을 파괴하는 것이다. 적의 군사력을 파괴하고, 적의 군사시설을 파괴하고, 적의 생산능력을 파괴한다. 적의 의도와 의지의 위에 자신의 의도와 의지를 둔다. 궁극적으로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일환으로서 치르는 것이 전투인 것이다.
테러의 목적은 전투와는 조금 다르다. 역시 전쟁의 한 수단이다. 적에게 더이상 전쟁수행능력이 남아있지 않거나, 혹은 적의 전쟁수행능력을 직접 타격할 역량을 상실했을 때 방편으로써 테러를 그 수단으로 사용한다. 이를테면 2차세계대전 당시 독일에 가해졌던 드레스덴 폭격이 그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아무런 군사시설도 생산설비도 가지지 못한 드레스덴이었지만 그곳에는 무엇보다 독일인이 있었다. 독일인에 대한 살육은 독일인에 대한 충분한 경고가 될 터였다. 공포를 무기로 삼는다. 바로 그것이 테러리즘이다.
어째서 테러리스트들은 무고한 민간인을 그 희생양으로 삼는가. 그렇다고 정예병력과 첨단무기로 보호되는 군인이나 군사시설을 직접 공격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그럴 능력이 되었으면 테러가 아닌 정규전을 통해 떳떳하게 그 의도를 달성하려 했을 것이다. 불안을 야기하고 공포심을 자극함으로써 사회를 동요시키고 궁극적으로 상대의 양보를 이끌어낸다. 무고한 민간인이 계속해서 희생당한다면 언젠가는 희생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협상테이블에 나서게 될 것이다. 아니더라도 자신들이 원하는 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과연 가자에 더이상 이스라엘을 위협할 수 있는 군사시설이라는 것이 남아 있는가. 아니 남아있다 하더라도 굳이 민간인이 집중해 있는 곳을 타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민간인의 희생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리고 협상을 제안한다. 더이상 민간인이 죽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으면 자신들이 요구하는대로 따르라. 어디서 많이 본 모습 아닌가? 정작 민간인을 볼모로 삼으며 하마스를 압박하는 것은 이스라엘 자신인 것이다. 차이라면 하마스는 민간인이 테러를 저지르고, 이스라엘은 정규군이 군사작전이라는 형태로 테러를 저지른다.
테러리스트와는 협상이 없는가. 테러는 용납하지 못하는가. 그렇다면 이스라엘을 보라. 군인이 하면 테러가 아닌 것이 아니다. 유사시 특수부대가 맡게 되는 임무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같은 파괴행위다. 이스라엘의 폭격은 지극히 정치적인 목적을 가지고 이루어진다. 팔레스타인 민간인의 목숨을 담보로 팔레스타인의 무조건적인 굴복을 이끌어낸다. 그것을 지금 바로 미국이 지원하고 있는 중이다.
테러가 어쩌고 하는 말이 이제는 우습게만 들리는 이유다. 도대체 무엇을 위한 폭격인가? 무엇을 위한 군사작전인가? 이스라엘 자신이 누구보다 더 잘알고 있을 것이다. 혐오스러울 뿐이다. 토할 것 같이 역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