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 - 섹스와 사랑, 지해수의 욕망과 금기

까칠부 2014. 8. 14. 06:50

마치 나무블록 같다. 한 쪽을 밀면 다른 한 쪽이 튀어나온다. 한 쪽을 강하게 밀면 그만 다른 한 쪽이 튀어나와 그대로 애써 쌓은 블록이 허물어져 버린다. 지금 보고 있는 그곳은 반대편에서 무언가에 쫓기고 눌리고 떠밀린 흔적들인 것이다. 상처자국들이다. 살아남기 위한 발버둥이 안전한 곳을 찾아 상처투성이의 모습을 남긴다.


지해수(공효진 분)에게 잠재된 욕망을 본다. 어린시절 목격한 어머니의 불륜이 단순히 지해수의 섹스에 대한 혐오만을 일깨운 것은 아닐 것이다. 극단적인 증오란 강박이다. 강박은 집착이다. 의지로 통제되지 않는 의식이다. 무엇이 지해수로 하여금 그토록 섹스에 집착하도록 만들었을까? 말 그대로다. 함께 어머니의 불륜을 목격했음에도 언니 지윤수(최문경 분)는 굳이 그것을 섹스와 연관지어 기억하고 있지 않았었다.


사랑도, 키스도, 스킨십도, 오히려 남자쪽에서 설렐 정도로 적극적이고 능동적이다. 다만 결정적인 순간 멈춰버리고 만다. 그녀의 욕망이다. 그리고 그에 대한 금기다. 어머니의 불륜은 그녀로 하여금 너무 어린 나이에 어른들의 사정에 눈뜨게끔 만들어 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그것은 결코 해서는 안되는 행동이었다. 당시 어머니의 처지가, 그리고 자신의 상황이, 섹스에 대한 당연한 본능과 욕망마저 죄악으로 여기도록 만들어 버렸다. 대신 언니인 지윤수는 어머니에 대한 분노를 남편 오도득(최승경 분)에 대한 억압으로 해소하고 있었다. 어머니에 대한 분노인 동시에 가장으로서 무능했던 아버지에 대한 분노였을 것이다.


그렇게밖에는 배우지 못했다. 10대시절부터 무려 14년간이나 감옥에 갇혀 있다 보니 세상의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하다. 심지어 아무렇지 않게 부는 바람조차 그에게는 신기하기만 한 다른 세상의 이야기다. 감옥에 갇힌 그에게 허락된 욕구나 바람이란 무엇이 있을까? 어린 시절의 대부분을 아버지라고 하는 감옥에 갇힌 채 보냈다. 그곳에서 허락된 유일한 소통방법은 오로지 폭력 뿐이었다. 동생을 미워한 것이 아니었다. 장재열(조인성 분)이 미워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다른 방법을 알지 못했다. 어떻게 하면 동생이 자기를 돌아보게 할 수 있는지. 무시당했다고 생각했다. 버려졌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그들에게 자기를 기억하도록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장재범(양익준 분)은 마치 천진한 어린아이와도 같다.


그런 형을 미워할 수조차 없다. 보통 사람이라면 그런 상황에서 얼마든지 형에 대한 분노나 혐오를 드러냈을 것이다. 장재열의 강박이다. 그의 상처다. 자신을 배신한 친구 양태용(태항호 분)에 대해서조차 그는 지나치게 관대하다. 오히려 그가 용서하지 못하는 것은 어머니다. 어쩌면 자기 자신이다. 자신을 향한 모든 폭력과 심지어 배신마저 너무 쉽게 용서하고 만다. 화장실에 숨은 채 혹시 누가 자기를 볼까 몸을 움츠린다. 그래도 누군가 자기를 보아줄, 자기를 기억해 줄, 자기의 이야기를 들어줄 한 사람만 있으면. 무엇이 장재열로 하여금 지해수에 대해 그런 예감을 갖도록 만든 것일까.


갈수록 과거의 시간과 가까워지고 있다. 한강우(디오 분)에게서 상처를 발견한다. 한강우는 죽음을 말하고 있었다. 어머니를 위해 죽음을 댓가로 무언가 해주고픈 절실한 바람을 말하고 있었다. 형의 증오와 마주했다. 차라리 반가웠을 것이다. 그것을 바라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조동민(성동일 분)을 억지로 말린다. 자신에게 위해를 가하려는 장재범을 이대로 내버려두자. 그리고 어린 한강우의 곁에 장재열 자신이 있듯 여행을 떠나는 장재열의 곁에는 지해수가 있다. 어쩌면 장재열과 지해수가 공유하고 있는 한 가지는 바로 '죄'가 아닐까. 그들을 억누르고 있는 원흉일 것이다. 그들이 극복해야 할 벽이다.


벌거벗고 지내다가 갑자기 옷을 입으려면 그렇게 어색할 수 없다. 평생 고아로 혼자서 살아왔다. 그런데 자신이 책임져야 할 가족이 생겨났다. 아내와 자식에 대한 사랑마저 낯선 부담감으로 다가온다. 어떻게 해야 할 지 막막하고 두렵다. 자신이 잘하고 있는지 불안하고 외롭다. 지해수를 위한 힌트일 것이다. 아내와 자식을 사랑하지만 그 사랑마저 낯선 탓에 혐오가 되고 증오가 되고 끝내 자해하게 된 어느 가장의 이야기가. 지해수의 섹스에 대한 불안과 거부는 단지 섹스를 증오하고 혐오해서만은 아닐 것이다. 결국 가장은 그것이 아내와 자식에 대한 사랑임을 깨닫고 눈물짓게 된다. 사실은 그같은 고통조차도 사랑에서 비롯된 것임을.


살아가려 한다. 사랑하려 한다. 그것을 의지라 말한다. 때로 자포자기하여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마는 사람들도 있다. 삶이란 그렇게 힘들고 버겁기만 하다. 아픈 채로도 살아간다. 아파서 비명을 지르면서도 사랑을 한다. 박수광(이광수 분)는 안 될 것을 알면서도 오소녀(이성경 분)를 쫓는다. 그가 가장 관심을 가지는 것은 사랑이다. 사랑만 할 수 있으면 괜찮아진다는 듯. 혹은 아직도 사랑의 감정을 마음에 품고 환자처럼 살아가는 이영진(진경 분)처럼.


어머니가 오히려 자신의 불륜에 대해 당당하다. 아니 딸앞에 당당히 따져묻기까지 한다. 그러면서도 아버지에 대한 끔찍한 마음을 여지없이 드러낸다. 복잡하다. 어머니를 바라보는 아버지의 눈빛이 미묘하다. 딸들만 상처입는다. 상처를 감당하지 못하고 저마다 비명을 질러댄다. 언젠가 정면으로 마주하게 될 것이다. 지해수에게 남은 과제다. 나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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