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연애 말고 결혼 - 더 많이 더 오래 사랑하기 위해서

까칠부 2014. 8. 23. 06:56

사랑의 총량은 정해져 있다. 사랑하는 만큼 사랑도 소모된다. 더 사랑하는 만큼 더 빨리 사랑도 끝난다. 영원한 사랑이란 하나의 사랑을 영원히 이어가는 것이 아닌, 단지 똑같은 사람을 계속 새롭게 사랑하게 되는 것이다. 영원이라는 시간동안 무한히 반복하며.


사랑이 때로 지겨워지는 이유일 것이다. 사랑에 지치고 사랑에 질려 버린다. 사랑만 하기 때문이다. 사랑만 하느라 새로운 사랑을 만날 기회를 놓친다. 너무 사랑해서 더 이상 사랑할 것이 남아있지 않게 된다. 이제는 무엇때문에 그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인지. 정이라고도 하고 습관이라고도 부른다. 어떤 이들은 그것을 미련이라 일컫기도 한다. 그것 말고는 더 이상 남은 것이 없기 때문이다. 집착처럼 부여잡고 놓치 않으려 한다.


사랑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저 남편만을 바라보고 남편에게만 의지했다. 그 다음에는 아들만을 생각했다. 하지만 그 결과 정작 신봉향(김해숙 분)은 가장 중요한 자신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사랑하는 것도 사랑받는 것도 모두 자기의 몫일 텐데, 그 자기를 놓쳐 버리고 말았다. 아들을 위해서 그랬던 것인데 그것이 아들에게는 상처가 되고 있었다. 아파하는 부모를 보고 행복해 할 아이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


처음에는 단순히 몇 마디 욕설이 전부였다. 바보, 멍청이, 똥개... 그러다가 조금씩 짧게 자신의 근황을 적어보내기 시작했다. 덥다, 비온다... 그리고 어느 순간 아내에 대한 걱정을 전한다. 그동안 너무 가까이 있었을 것이다. 너무 가까이 서로를 의식하고 있었을 것이다. 멀어지니 생각난다. 멀어지고 나니 그리워진다. 새삼 서로의 가장 가까이에 서로가 있었음을 깨닫는다. 그 빈자리가 너무나 크고 외롭다. 나름의 사랑을 찾아가는 방식이었을 것이다. 아무렇지 않지만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주장미 어머니(임예진 분)의 내면이 그다지 드러나보이지 않은 것은 더 크고 무거운 것을 감추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고.


사랑만은 않겠다. 오히려 사랑에 당당해지겠다. 당당히 사랑과 마주보겠다. 그래서 남현희(윤소희 분)는 이훈동(허영민 분)을 남겨둔 채 자기만의 일을 찾는다. 남편이나 시어머니에게 의존하기보다 스스로 자기만의 삶을 개척하고자 한다. 구속이나 집착이 아닌 사랑을 위해서. 그저 일방적으로 바라고 매달리는 구차한 사랑이 아닌 스스로 선택한 당당한 사랑을 위해서. 주장미(한그루 분)가 공기태(연우진 분)와 그의 가족들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는 이유와 같을 것이다. 공기태만이 존재하는 좁은 집이 아닌, 그의 가족과 그의 모든 기억들이 함께 공존하는 더 넓은 공간에서 더 많은 공기태를 사랑하고 싶다. 공기태만을 바라보게 된다면 그녀는 하나의 공기태만을 사랑하게 될 것이다.


두 여자가 허심탄회하게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는다. 자신의 아픈 상처를. 후회를. 미련을. 집착을. 그리고 자기만의 각오와 다짐을. 그리고 인정하게 된다. 그들은 같다. 단지 어머니이고 아내가 되려 할 뿐. 결국 여자라는 하나의 이름을 가진 존재라는 것을. 이훈동이 청혼하러 가는 공기태를 응원하는 마음처럼. 결혼생활에 대한 원망과는 달리 진심으로 공기태의 결심을 축하해주고 있었다. 공기태의 불행이라면 집안에 자신의 편이 되어 줄 아버지가 자리를 비우고 있었다는 점일 것이다. 어머니와는 한 편이 될 수 없었다. 자연스럽게 어머니를 자신의 기억에서 지웠다. 그것은 죄이고 아픔이고 안타까움이었다. 차라리 잊고자 한다.


어째서 가족인가. 결혼이란 사랑하는 두 남녀의 만남이고 결합일 텐데, 어째서 굳이 가족까지 끌어들이려 하는가. 결혼이란 집안과 집안의 만남이라는 고루한 교훈을 위해서가 아니었다. 사랑하는 두 사람이 서로를 더욱 더 많이 더 오래 사랑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그것을 말해주기 위해서였다. 주장미가 자기의 일을 가지려는 것도. 공기태가 끝내 어머니와 화해하는 것도. 무엇보다 자기를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상대의 모든 것을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 가장 단순한 사실일 테지만. 그래서 더 쉽게 지나쳐버리기도 한다.


어머니를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어머니를 사랑하는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어머니를 사랑하지 않는 것이 아니었다. 어머니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이 아니었다. 오랜 오해가 후회와 함께 눈물에 씻겨내려간다. 그래도 어머니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가. 자신은 어머니를 사랑하고 있지 않은가. 차마 말로 전하기에 벅찬 진심이 침묵과 함께 흘러내린다.


신봉향의 매몰찬 태도는 단지 서운함이었다. 자기에게 알리지 않은. 자신을 무시한. 이미 오래전에 용서했다. 그만큼 심봉향은 어느새 주장미를 인정하게 되었다. 그런 자신의 진심을 몰라주고 있었다. 단지 조금 더 먼 길을 조금 다른 의미로 돌아왔을 뿐이었다.


확실히 색다르다. 그런데 익숙하다. 잔뜩 과장하고 비튼 드라마속 코미디가 어느새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익숙한 일상으로 다가온다. 결혼에 대해. 사랑에 대해. 삶에 대해. 행복해지고 싶은 평범하지만 당연한 욕망들에 대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만다. 좋은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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