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의 발견 - 사랑은 지옥이야! 한여름의 복수?
사랑이란 그렇게 아름답기만 한 것인가. 아니라는 것을 모두가 안다. 인간이 언어라는 것을 쓰기 시작한 이래 가장 오래 가장 많이 만들어지고 또 전해진 것이 다름아닌 사랑이야기였다. 사랑을 이루기 위해 감당해야 하는 길고 고통스러운 시련들과 심지어 그럼에도 때로 보답받지 못하는 허무와 절망이 비극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다.
그 사람이 나를 돌아봐주기를 바라고, 내 곁에 있어 주기를 바라고, 영원히 나만을 바라보며 나만의 사람이 되어주기를 간절히 바라게 되고, 그래서 인내하고, 그래서 질투하며, 그래서 화를 내다가, 그래서 눈물짓고, 그래서 울부짖게 된다. 자신을 속이고, 상대를 속이며, 마침내는 자신과 상대의 진심조차 알 수 없게 되어 버리고 만다. 남는 것은 사랑이라는 이름의 집착 뿐. 사랑이 오히려 자신과 상대를 해치는 독이 되어 버리고 마는 것은 바로 그래서다.
사랑이라는 것이 지겨워지기도 하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였을 것이다. 그만큼 간절하지 않았기 때문에. 혹은 너무 간절해서 자기를 혹사하느라. 억지로 자기를 속이고 누르고 상대에게 맞춰가는 사이 정작 상대를 사랑하는 자신이 닳아 없어져 버리는 것이다. 차라리 너무나 진실하고 절실했기에 지나고 나면 그 흔적조차 돌아보지 않게 된다. 어설프게 사랑했다면 강태하(문정혁 분)처럼 미련이라도 남았겠지만 그조차 없이 모두 태워버리고 난 뒤 남는 것은 지겨움과 냉소 뿐이다.
오히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정작 강태하에 대한 잔인한 복수를 떠올리면서 한여름(정유미 분) 자신이 강태하를 의식하게 되었다. 돌이키기도 싫지만 지난 사랑의 기억마저 떠올리고 말았다. 지금껏 한여름은 강태하와 만나면서도 그저 무심했다. 원망이나 미움조차 없이 그저 지겨워하고 있었다. 한여름이 강태하와 함께 일을 할 수 있었던 이유다. 아주 작은 미련이라도 남아있었다면 지금 사귀는 사람도 있는데 지난 사랑과 함께 일을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선택일 수 있다. 자주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도 나누어야 한다. 무척 부담스럽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독점욕이 어쩌면 평범하게 전혀 음험하거나 비틀린 모습 없이 투명하게 보여지고 있다. 오해하고, 의심하고, 질투하고, 그러면서 상대를 구속하고 싶은 당연한 욕망들이 오히려 유쾌할 정로로 해맑게 보여지고 있었다. 자기 여자를 좋아하는 남자와 자기가 좋아하는 여자가 현재 사귀고 있는 남자가 우연으로 인해 함께 밥을 먹고 결국 불편한 속에 소화제를 찾는 장면은 아무렇지 않지만 단연 압권이었을 것이다. 그 자리에서조차 두 남자는 자존심싸움을 한다. 두 남자 사이에서 아무렇지 않아 보였던 한여름도 결국 윤솔(김슬기 분)의 도움을 받아 손가락을 딴다. 얹힌 것이다. 결코 아무렇지 않을 수 없다.
강태하가 한여름과의 추억을 떠올리다가 실제의 한여름과 혼동하는 장면에서는 우습도록 아련한 느낌마저 받았다. 시간과 시간이 교차한다. 현실과 환상이 서로 뒤섞인다. 되돌리고 싶은 순간들이다. 이루고 싶은 간절한 바람이다. 그렇게 꿈으로라도 그 사람과 함께이기를 바라게 된다. 과연 눈앞에 있는 그 사람이 실제의 그 사람인지 아니면 단지 자신의 헛된 망상에 불과한 것인지. 자신을 속이고 자신마저 잃는다. 현실마저 잊게 된다. 한여름도 과거 강태하를 그렇게 사랑했었을 것이다. 누군가는 그렇게 사랑에 지금도 고통스러워하고 있을 것이다.
한여름의 복수가 시작되려는 모양이다. 강태하의 간절한 고백이 한여름에게는 단지 당황스럽지도 않은 한때의 유희에 불과한 듯했다. 마음껏 자신을 향한 강태하의 진심을 비웃고 조롱한다. 일부러 현재의 연인인 남하진(성준 분)을 앞세워 그를 괴롭히려 한다. 그러나 이런 종류의 복수야 말로 전혀 남는 것이 없다. 그다지 시원하지도 않고 후련하지도 않다. 잠시 한 번이면 모를까 굳이 상대를 의식하며 계속 얽히는 것이야 말로 불필요한 낭비에 불과하다. 과연...
도준호(윤현민 분)와 윤솔과의 사이에 대한 강태하의 기억이 의미심장하다. 윤솔의 곁에는 벌써 32년째 도준호가 있었다. 하지만 둘 사이는 연인이라기에는 너무 가깝다. 너무 가까워서 서로가 보이지 않는다. 제 3자이기에 가능한 무언가가 강태하에게는 보였던 것일까? 윤정목(이승준 분)의 짧은 설레임은 그대로 막혀버리고 만다. 새로운 로맨스를 기대했다.
강태하의 존재에도, 안아림(윤진이 분)의 등장에도 여전히 한여름과 남하진 두 연인의 사이는 여전하기만 하다. 오해도 하고, 의심도 하고, 질투도 하면서, 그러나 뻔한 거짓말과 눈물연기에도 아무렇지 않은 척 쉽게 넘어가 준다. 사랑하니까. 이 사람이 소중하니까. 드라마가 즐거운 이유다. 울지도 소리지르지도 않는다. 악의를 드러내지도 않는다. 그저 사랑만 한다. 시간이 유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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