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스코드의 교통사고를 접하며...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연예인이다. 모두가 알아보고 한 편으로 환호하고 열광한다. 당장 계약금이 얼마며 개런티가 얼마니 하는 이야기들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대중적 인기와 부를 모두 누리는 부러움의 대상일 것이다. 그러나 그 일상마저 그처럼 화려하기만 한가.
사실 인기연예인의 교통사고 소식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슈퍼주니어도 크게 사고가 난 적이 있었고, 빅뱅의 멤버인 대성 역시 행사를 마치고 돌아오던 중 사고가 나서 입원한 적이 있었다. 그때도 지적되었었다. 지나치게 빡빡하게 짜여진 스케줄로 인해 정작 연예인의 안전마저 돌아보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지적이었다. 그리고 다시 걸그룹 레디이스코드가 빗길에서 멤버 한 명이 사망하고 두 명이 중상을 입는 끔찍한 사고소식을 전해왔다.
충분히 안전운전을 해도 좋을 만큼 여유를 가지고 스케줄을 잡는다. 소속연예인이 최선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철저히 관리하고 배려한다. 너무나 당연하고 상식적인 일일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정작 무대에서 과로로 쓰러지는 연예인이 있고, 지나친 스케줄로 인해 방송 도중 표정관리가 안되는 경우마저 있다. 그 가운데는 심지어 미성년자도 있다. 어째서? 시간이 곧 돈이니까. 어떤 경구같은 것이 아니다. 말 그대로 같은 시간에 스케줄 하나 더 돌리면 그만큼 돈이 들어온다. 연예인 개인의 안전이나 건강따위 아랑곳하지 않는다.
하기는 그래서 세월호도 그렇게 허무하게 가라앉은 것일 것이다. 그깟 안전따위. 그깟 위험따위. 안전을 조금만 희생하면 돈이 들어온다. 위험만 조금 감수하면 더 많은 돈이 들어온다. 하물며 인간이다. 개인이다. 다른 유무형의 재화의 가치는 오로지 시장에서 결정된다. 그러나 인간의 가치는 관계에 의해 결정된다. 추가로 지불해야 할 비용보다 그로 인해 얻어질 이익이 더 크다면 이익을 쫓게 되는 것이 사람의 심리인 것이다. 그런 위험을 감수해서라도 이익을 노릴 가치가 충분히 있다. 다시 말해 그로 인해 감당해야 할 리스크란 - 즉 연예인의 안전이나 건강문제는 뒤로 미룬다.
스케줄에 쫓기느라 승합차에서 쪽잠을 자고, 화장을 고치고, 급한 밥을 먹고, 안전벨트를 할 여유도 없었을 것이다. 안전벨트를 한 채 잘 수도, 화장을 고칠수도, 끼니를 해결할 수도 없었을 테니 말이다. 그렇다면 더 안전에 유의해서 오늘처럼 비오는 날에는 더욱 조심해서 운전해야 했을 텐데 무엇이 더 중요한가를 잠시 잊고 말았다. 아니면 잊도록 강요받았던가.
이제는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다. 연예인들이 어떻게 스케줄을 소화하는지. 높은 개런티 만큼 연예인들이 얼마나 가혹한 환경에 놓여있는지. 하지만 단지 연예인이 누리는 인기와 높은 수입으로 그것을 눈가림하려 하고 있었다. 그만한 인기를 누리고 돈도 버니 감수해야 하는 것 아닌가. 다시 말하지만 그래서 그만한 돈을 벌기 위해 세월호는 위험을 감수했다. 배가 침몰하고 승객들이 죽거나 다치면 과연 자기는 아무 피해도 없겠는가. 하기는 그나마도 너무 많다고 유가족을 비판하는 의견이 적지 않은 것을 보면 결국 그것은 구조에 의한 사고라 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꽃다운 나이다. 그 무렵 필자가 꾸었던 꿈들을 기억한다. 품었던 희망들을 떠올린다. 가장 아름답고 그래서 인생에 가장 소중한 시절이다. 한 사람이 죽고 두 사람이 중상을 입었다. 막 대중들에 자신을 알려가던 시점이었다. 안타까움을 전하며. 어째서 우리 사회에는 이토록 아픈 일들이 자주 일어나는가. 다시는 이런 끔찍한 일들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어쩌면 잊고자 하기 때문일 것이다. 쉽게 잊고 편하게 살고자 하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잊기를 강요한다. 생각하지 말기를. 침묵하며 아무것도 않기를. 그렇게 또 지나가는 것일까? 그나마 몇 년에 한 번 일어나는 일이라고. 고인의 명복과 모두의 무사회복을 빈다. 마음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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