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 - 장재열 마침내 한강우의 모순과 마주하다!

까칠부 2014. 9. 11. 07:24

조금은 신파로 흘러간다. 지해수(공효진 분)가 울먹이는 전화를 받고 바로 장재열(조인성 분)은 한강우(디오 분)가 가지는 모순을 눈치채게 된다. 기승전사랑. 사랑하는 연인의 절박한 눈물이 마침내 진실을 일깨우게 된다. 하기는 그래서 '드라마'일 것이다.


문득 상상해 본다. 의붓아버지에게 쫓겨 더럽고 냄새나는 화장실까지 도망쳐 숨었다. 그런데 그런 초라하고 한심한 자신의 눈에 그것도 똥통 안에 웅크리고 떨고 있는 어머니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 과연 당시의 장재열은 그런 어머니(차화연 분)의 모습을 보고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 어쩌면 그래서 장재열은 웃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자신도 약하고 힘없는 죽고 싶을 정도로 한심한 주제였지만, 그러나 그런 자신보다 더 약하고 힘없는 누군가의 도움을 간절히 필요로 하는 가련한 신세가 그곳에 있었다. 원래는 자신을 보듬고 지켜주었어야 할 어머니가 오히려 자신이 지켜주어야 할 너무나 작고 초라한 모습으로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어머니를 지켜야 한다. 자신이 어머니를 지켜주어야만 한다.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그래서 장재열은 똥투성이가 되어 화장실에서 빠져나오고 나서도 웃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울어서는 안되었으니.


화장실에서밖에 잠들 수 없었던 것은 그곳이 안전해서가 아니었다. 그곳이 그의 시작이었기 때문이었다. 어머니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강해져야만 했단. 강한 자신이 되어야만 했던. 불안했다. 두려웠다. 힘겨웠다. 하지만 지켜야만 했다. 그리고 같은 순간 어머니 역시 어머니로서 자식을 지키지 못하고 오히려 추한 모습만을 보이고 만 자신에 대한 환멸과 혐오를 느끼게 되었을 것이다. 그런 자신을 용서하지 못한다. 진정 더러운 것은 다름아닌 어머니 자신이었다. 어쩌면 장재열을 지키기 위해 또다른 아들인 장재범(양익준 분)을 죄인으로 만든 것도 그같은 그녀의 컴플렉스가 작용한 때문은 아니었을까. 어떻게든 장재열을 지켜야만 했었다.


배신당했다고 생각했다. 버려졌다고 여겼었다. 동생에게서. 다름아닌 자신이 대신해서 죄를 뒤집어쓰려고까지 했던 자신의 동생에게서. 하지만 그것은 단지 선택에 불과했다. 더 소중한 사람이 있었다. 자신에게도 너무나 소중한 사람이었다. 그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는 자신 역시 얼마든지 죄인이 될 수 있었다. 처음부터 동생을 위해 스스로 죄인이 되려 마음먹고 있던 터였다. 그래서 안도와 함께 화부터 나려 한다. 어째서 그런 자신의 진심을 동생은 알아주지 않는가. 그런 자신의 진심을 몰라준 채 혼자서만 어머니를 지키려 하는가. 혼자서만 어머니를 독차지하려 하는가. 질투였다. 혼자서만 착한 아들인 척 하지 마라!


어머니가 동생 장재열만을 편애한다고 생각했다. 동생 장재열만을 사랑하고 자기는 사랑하지 않는다고 여겼었다. 하지만 그 역시 어머니로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아직 어리고 약했다. 장재범과 장재열 두 형제를 모두 지키기에는 어머니 자신 역시 너무 약하고 힘에 부쳤었다. 장재범이 죄인이 되지 않으면 장재열이 죄인이 되어야 한다. 무력하기에 슬픈 모정이었다. 사랑하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 그저 동생 장재열 쪽이 더 어머니의 보살핌을 필요로 했을 뿐. 납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장재범의 비극일 것이다. 누구도 원망할 수 없다.


죄를 지었다고 생각했다.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형의 원망과 증오를 고통을 통해 직접 느꼈었다. 벌을 받아야 했다. 벌을 주어야 했다. 용서할 수 없는 자신의 일부를 자기로부터 분리시킨다. 한강우가 자신이 될 수 없는 이유는 장재열 자신이 그것을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용납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강우가 징벌받게 되면 장재열 자신도 구원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런 자신이 너무도 가엾기에 한강우를 연민하게 된다. 자신마저 용서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연민이다. 그럼에도 그는 행복하고 싶어했다.


어쩌면 간단한 것이다. 장재열이 한강우를 만든 이유는 행복해지고 싶어서였다. 한강우를 자신이 응징함으로써 스스로 용서받고 싶어했다. 한강우를 벌준다면 그때는 자신도 용서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한강우는 더욱 장재열을 닮아 있었다. 자신을 벌줌으로써 과거의 마음의 짐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 지해수와 함께 있고 싶다. 지해수에게로 돌아가고 싶다. 지해수와 함께 행복해지고 싶다. 더구나 형으로부터 용서도 받았다. 장재범이 장재열을 때린 것은 그를 용서하기 위해서였다. 그것을 장재열도 안다. 행복해지려 한다.


기대한 이상이다. 정신과적 질환을 연기한다는 것은 자기의 내면으로 들어간다는 것이다. 자기의 내면 깊숙한 곳에 숨은 또다른 자신과 마주해야 한다. 상황이 조금 신파적이라 어색하기는 하지만 조인성은 그런 자신의 역할을 훌륭히 그 이상으로 소화해낸다. 한강우와 마주해 있지만 한강우는 없다. 혼자서 울고 웃고 화내며 자신과 대화를 나눈다. 그 세밀한 변화를 모두 표현해낸다. 잘생긴 남자가 연기까지 잘하면 때로 얄밉다.


현실의 장애다. 정신과적인 전력이 두 사람의 앞날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작용한다. 누구도 정신과적인 질환으로 입원까지 했던 - 더구나 재발의 가능성까지 있는 사람과 함께 하기를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자신은 괜찮다 하더라도 주위에서 그대로 내버려두지 않는다. 딸의 의사로서의 꿈마저 지장을 받고 있다. 차라리 집과 가게를 팔아 유학을 보내려 한다. 장재열은 치료되고 있지만 두 사람의 앞날은 여전히 순탄치만은 않다.


결국은 사랑이다. 행복해지고 싶은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고통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치유되지 않는 상처로부터 자유롭기 위해. 정신과적인 질환 역시 결국은 행복해지기 위한 선택의 하나에 불과하다. 더 큰 행복이 있다면. 그래서 어떤 고통도 견뎌낼 수 있다면. 그런 확신이 생긴다면. 현실에서 그러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끝이 다가온다. 마무리수순이다. 장재범은 어머니와 동생을 용서하고, 동생 장재열은 형으로부터 용서받고 원래의 자신과 마주한다. 지해수의 사랑이 장재열을 구원한다. 조금씩 서로 상처를 가지고. 아픔을 견뎌가며. 그냥 살아간다. 그냥 행복해지려 한다. 의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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