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관대한 사회...
매일같이 밤늦게까지 일해야 한다. 주말에도 나가 일해야 한다. 일을 위해서는 가정은 뒷전이어야 한다. 그러면서 휴식은 취해야 한다. 스트레스도 풀어야 한다. 뭐가 있을까?
다른 취미생활을 가지려면 충분한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다. 경험의 축적이 필요한 취미생활일수록 더 많은 비용과 시간을 필요로 한다. 술을 마시는 동안에는 여전히 직장생활의 연장일 수 있다. 그래서.
원래 술이라는 게 그렇게 아무나 마실 수 있는 값싼 물건이 아니었다.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 일도 않는 백수가 술에 취해서 헤롱거리고... 근대 이후에나 가능한 모습이다. 술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고 값싸게 소비할 수 있게 된 이후에나 가능해진 모습들이다. 그리고 그런 값싼 술의 소비처는 대개 가난한 노동자들이었다.
하루의 고단함을 술로 잊고 다음날이면 다시 직장으로 향해야 한다. 사실상 마약이다. 술과 담배는 그나마 아무것도 없는 가난한 노동자들이 유일하게 즐길 수 있는 유희였다. 아직 채 10살도 되지 않은 아이들마저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웠다. 어째서 할머니 세대에 담배를 피는 사람들이 그리 많은가. 그만큼 삶이 고단했기에 술과 담배로 시름을 잊으려는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밤 늦게까지 일하고, 다시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그리고 술에 의지해 하루의 피로를 잊고는 다음날이면 다시 직장으로 향한다. 그냥 술만 마실 수 있으면 된다. 그래서 기업의 경우도 월급은 짜도 술값은 아끼지 않았다. 먹이고 마시게 하고 그리고 다음날이면 똑같은 일상으로 돌려놓는다. 가정 대신 여전히 회사의 위계가 유지되는 동안 직원은 회사에 종속된다.
그래서 값싼 술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런 술에 관대해져야 했다. 술에 취해 있어야 했으니까. 술에 취하는 것이 당연했으니까. 그래서 술에 취해 저지른 실수는 관대하게 넘어가주고. 술을 마시지 못한다는 게 죄가 되기도 한다. 억지로라도 술을 배우고 마셔야만 한다. 그런데 사소한 범죄 쯤이야.
이틀째 절주중. 정신이 너무 맑다. 잠도 안온다. 미치겠다. 몸은 피곤한데 정신이 맑으니 이건 뭐... 그런데도 여가따위 필요없으니 일이나 해야 한다는 사람들을 보면서. 내가 없으니. 죽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