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군사독재를 용서하지 못하는 이유!
그래도 먹고 살게는 해줬지 않느냐. 경제는 발전시키지 않았느냐. 그러니 공은 공대로 인정하자.
그래서 그 과정에서 죽어간 사람들은? 고문당하고, 감시당하고, 연좌에 묶여 인간으로서 기본권조차 제한당해야 했던 사람들은? 하지만 덕분에 이렇게 잘 살게 되었으니까.
돈만 벌면 된다. 돈만 많이 벌면 된다. 돈 많이 벌어 부자가 되면 그것이 옳은 것이다. 차라리 가난한 사람을 혐오한다. 가진 것 없고 힘없는 사람들을 경멸하고 증오한다. 부정을 저질러도 그것이 능력이 된다. 부패하여 불법과 탈법을 일삼아도 오히려 동경하며 부러워한다.
노인요양시설이 혐오시설이라. 노인요양시설이 들어오면 집값이 떨어진다. 집값을 올려야 하니까. 내가 손해봐서는 안되니까. 고아원도, 양로원도, 장애인시설도, 너희들 낙오자들은 아무도 안보는 곳에 너희들끼리 살아라. 보상 적게 해줬다고 남대문에 불지른 노인이 그리 새삼스럽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땅값 올려준다니까. 집값 올려준다니까. 나 잘 살게 해준다니까. 무엇이 옳고 그른지 무엇이 가치가 있는지 전혀 생각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당당히 말한다. 집값 떨어지는데 너희라도 같은 행동을 할 것이다. 그것이 정의다. 그런데 이 사회에 정의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을까? 옳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그것이 현실이라며 오히려 정의를 말하는 사람들을 가르치려 든다. 힐난하고 조롱한다. 위악이 곧 정의다.
부모부터가 아이들에게 정의를 가르치지 않는다. 도덕을 가르치지 않는다. 힘의 우열만을 가르친다. 강자가 되고 약자를 짓밟은 것부터 가르친다. 엘리트란 그런 과정을 통해 승자가 된 이들이다. 바로 이 사회를 지배하고 이끌어가는 이들이다. 괜한 것이 아니다.
일제강점기 출세하려면 눈부터 감아야 했다. 귀를 막고, 입을 다물고. 군사독재를 거치면서 더욱 옳은 것을 옳다 말하는 것은 터부시되었다. 그런 거 하지 마라. 어려서 부모님께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성공한 사람들은 이 사회를 지배하는 위치에 올라 있다. 막대한 부와 무소불위의 권력과 명예가 주어진다. 무엇을 배웠을까?
젊은 세대의 좌절을 안다. 이해하는 것은 나 역시 같은 과정을 거쳐왔기 때문이다. 옳은 것이 옳지 않고, 그른 것이 그르지 않고, 잘못된 것이 차라리 옳을 수 있다는. 세월호도 그래서 가라앉았을 것이다. 수백의 애꿎은 생명이 그렇게 사라졌을 것이다. 그리고 바로 경제논리로 그 진실을 가리려 하고 있을 것이다. 아직 절반 가까운 사람들이 진실을 밝히고자 지지의사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 그나마 위로가 된다.
그렇게 길들여져 왔다. 그런 현실을 겪으며 살아왔다. 일베가 어디 다른 차원에서 날아온 외계인들은 아닐 것이다. 누가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을까?
나는 야당이나 그 지지자들도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다. 진보네 좌파네 하는 인간들 역시 마찬가지다. 어느새 우리 안에 깊이 뿌리내리게 되었다. 결과가 과정과 동기마저 정당화한다.
내가 군사독재를 용서하지 못하는 이유다. 결코 타협할 수 없다. 내가 한국인인 까닭이다.
새벽부터 우울하다. 그런 건 보지 않는 것인데. 사람들이 참 당당하다. 아직 분노할 수 있는 것이 다행일까.
그래도 먹고 살게 해줬으니. 배부르고 등따습게 해줬으니. 웃을 수도 없다. 인간이 잔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