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맨 - 주홍빈의 몸에 칼이 돋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
아이디어는 좋았다. 어떤 심리적인 억압이 있을 때 그것이 칼의 형태로 돋아나며 괴력까지 함께 가지게 된다. 그렇다면 문제는 그것이 언제 어떻게 나타나고 무엇을 위해 쓰이게 될 것인가. 사실 그게 더 중요하다. 그런데 결국 사랑이고 집안문제였다.
그렇다고 주홍빈(이동욱 분)의 집안사정이 그같은 초자연적인 능력까지 동원할 정도로 치열하게 긴장감있게 그려지고 있었는가. 말 그대로 집안문제다. 부자간의 문제이고, 부부간의 문제이며, 전처의 자식과 후처, 그리고 그 자식의 문제이기도 하다. 드러낼 수 없는 내연의 여자와 남편의 권위를 등에 업은 본처와의 신경전이기도 하다.
각각의 인물들이 최소 수십 단위의 인력을 동원하여 피를 보고 마는 왕조시대의 권력투쟁이 아니다. 국가단위이거나, 혹은 유수의 대기업을 끼고 있거나, 그도 아니면 폭력이 일상인 범죄조직이 배경이거나, 그만한 스케일과 동기, 그리고 배경이 필요하다. 하다못해 사모님께서 아들에게 꼬리치는 못된 여자 하나 혼내주는데도 몸소 찾아가서 손을 더럽혀가며 직접 따귀를 올려붙여야 했었다. 그런 사모님을 제압하는데는 주홍빈도 필요없이 손세동(신세경 분) 자신이 마음만 독하게 먹어도 충분하다 못해 넘친다. 그런 상황에 몸에 칼이 돋고 상상할 수 없는 괴력이 생겨봐야 설마 그런 일로 사람을 죽이려는 것은 아닐 것이다.
역시 미숙함이다. 그도 아니면 준비부족이다. 막 떠오른 독특한 아이디어를 대중드라마와 접목시키는데 많이 헤매고 있다. 대부분은 주홍빈의 초자연적인 능력과 상관없는 이야기들이다. 아니 정작 그런 것들은 문제가 아니다. 슈퍼히어로라고 항상 정의와 지구의 평화를 위해서만 살아가는 것은 아닐테니 말이다. 그보다는 과연 주홍빈의 초능력이 드라마를 위한 필수적인 요소인가 하는 것이다. 주홍빈의 사랑과 집안이야기를 다룬 드라마가 따로 있고, 그 위에 주홍빈의 초능력이 전혀 별개의 요소로서 완전히 겉돌고 있다. 그런 것도 있다. 차라리 메타포적인 요소로써 비유적으로 사용했어도 좋았을 것을 손세동과의 코미디적인 상황들이 너무 지나쳤다. 반전이라기보다는 그저 갑작스럽고 뜬금없는 전환에 불과한 것이다.
이동욱의 연기도 조금은 성급한 느낌을 준다. 주홍빈의 감정이 정작 드라마의 내용보다 반템포 빠르다. 먼저 흥분하고 먼저 화내며 먼저 웃어 버린다. 그것이 주홍빈의 초능력에 대한 신비감이나 절박함을 반감시킨다. 아마 그 때문일 테지만 신세경의 연기는 그보다 오히려 반 템포 느린 느낌이다. 들뜨다 못해 떠내려가는 듯한 주홍빈에 비해 차분한 것을 지나 깊이 가라앉는 듯한 인상마저 준다. 산만하다 느끼는 것은 서로 유기적으로 맞물리지 못하는 각각의 사정과 감정들 때문일 것이다. 재미없는 것은 아닌데 결과적으로 재미가 없다. 그 조화되지 못하는 사이사이를 메꿀 무언가가 절실하다. 아마 작가 자신은 알고 있을지 모른다.
흔한 멜로다. 뻔한 오해에 그리고 어디서 본 듯한 상황과 장면들. 손세동의 따귀를 올려붙이는 손길은 꽤나 매워 보였다. 표독하지만 그것도 그저 그 뿐. 손세동이 이벤트를 끔찍이 싫어하더라는 승환(신승환 분)의 정보도 주홍빈이 한 번 넘어지면서 새로운 계기를 만들지 못한다. 비틀고 뒤집고 흔들며 뻔한 로맨스에도 변화와 긴장감을 부여한다. 최소한 주홍빈과 손세동의 로맨스가 드라마의 주된 스토리는 아닐 것이다. 이렇게 재미없는 로맨스도 거의 드물다. 게임회사는 이제 아예 존재감조차 없다. 게임개발도 누구 하나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없다.
그래도 초반에는 아이디어의 힘이 남아 있어 신선하고 새로웠다. 하지만 그마저도 다 소진한 지금은 그저 난파선처럼 정처없이 표류하고 있을 뿐이다. 아직 의욕은 넘치는데 손발이 따라주지 않는다. 가야 할 곳은 많은데 - 그것이 문제다 - 방법을 알지 못한다. 우울한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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