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

'불후의 명곡' 부활 - 뜨거운 안녕...

까칠부 2014. 10. 31. 08:08

내가 불명을 보지 않게 된 이유가 둘, 하나는 쓰는 게 너무 힘들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전설로 나와야 할 인간이 애들 노는데 함께 끼어 놀고 있다는 것이다. 격이 맞지 않는다. 그만큼 전설이라 해봐야 설 수 있는 무대가 그리 많지 않다는 뜻이겠지.

 

아무튼 그런 이유로 불후의 명곡을 제끼다가 지난주 부활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건 또 어떨까? 정동하가 아닌 부활이다. 정동하의 뒤에 일부 멤버가 서 있는 것이 아닌 부활의 이름으로 나오는 무대다. 더구나 새로운 보컬 김동명의 사실상 데뷔무대다. 그리고... 이건 진짜 대박이다.

 

일단 지금까지 부활의 모든 음반과 음원 가운데 가장 내 취향에 가까운 사운드였다. 격정적이면서도 우울한 서정미가 느껴지는 딱 부활의 사운드였다. 김태원과 채제민, 서재혁의 연주가 차라리 사치스럽게 귀를 채우는 가운데 그조차 거칠게 후비고 들어오는 김동명의 보컬이라니. 감미로우면서도 거칠고 높으면서 자연스럽다. 트로트 특유의 뽕끼를 살리며 록의 파워를 그대로 전한다. 이런 보컬이 어째서 지금껏 무명이었을까?

 

승부에서는 졌지만 그러나 어차피 승부까지 보지도 않았다. 무대만을 몇 번이나 반복해서 재생해 보았다. 과연. 원숙한 연주도 연주려니와 편곡에서 부활이라는 팀의 저력을 엿본다. 그리고 그 가장 앞에서 관객과 호흡하는 김동명의 천부적인 목소리를 듣는다. 부디 부활의 다음 음반도 이런 스타일로 나와줬으면.

 

늦게야 들었다. 그리고 후회했다. 그날 방송을 통해 실시간으로 느꼈어야 했다. 항상 시간에 쫓기느라. TV 볼 시간도 거의 없다. 무대가 좋았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그래서 겨우 어제서야 동영상을 찾아볼 생각을 할 수 있었다. 보람이 있었다. 내일 또 '불후의 명곡'이다. 기대해 본다. 전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