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어게임 - 정직과 진실의 힘, 제이미까지 설득당하다
아이러니일 것이다. 가장 선한 얼굴로, 한 번도 누구를 속여 본 적 없다는 사실을 앞세워 다른 사람들에게 배신과 협잡을 제안하고 있다. 하기는 드라마 전체를 관통하는 역설이기도 할 것이다. 거짓말이라고는 해 본 적 없는 남다정(김소은 분)이 가장 거짓말을 잘하는 한 사람은 뽑는 '라이어게임'에서 승자가 되어야 한다. 승자가 되고자 한다. 여전히 바보같을 정도로 순진하고 솔직하지만 그러나 남을 속이고 이겨야 한다는 게임의 목적 자체는 부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하우진(이상윤 분)과 같은 강력한 조력자가 필요한 것이기도 할 것이다. 이를테면 아바타다. 남다정을 대신해서 거짓말을 해주는 그녀의 분신이다. 남다정이 여전히 착하고 순진한 모습 그대로 '라이어게임'에서 이겨나갈 수 있도록 해주는 존재다. 대신해서 거짓말을 하고, 대신해서 상대를 속이는 계략을 짠다. 다만 그 모든 행위들은 남다정의 동의에 의해 이루어진다. 남다정과 동기와 목적을 공유하며 남다정의 승리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차라리 이성으로서보다는 가족같고 형제같은 느낌이다.
어째서 인간은 선해지려 하는가. 인간의 본성은 과연 선한가. 그러나 대부분의 인간은 선해지고자 하는 본능을 가지고 살아간다. 선하다는 것은 다른 사람을 거스르지 않는 것이다.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고 누구의 도움도 함부로 거절하지 않는다. 믿을 수 있다. 의지할 수 있다. 인정이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인정받는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거짓말이라는 것을 하게 되기도 한다. 실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여전히 자신을 믿고 인정할 수 있도록 상대를 붙잡기 위해서. 설사 그것이 거짓에 의한 것일지라도. 무리를 이루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그것은 가장 강력한 수단이며 도구일 수 있다. 정직을 앞세운 남다정에게 강도영의 팀원 세 명은 물론 배신을 일삼던 제이미(이엘 분)마저 넘어오고 만 것처럼.
정직이야 말로 가장 지독한 기만이다. 진실은 가장 아름다운 거짓이다. 당장 '라이어게임'에 도전중인 남은 참가자 가운데 오로지 남다정만이 우승을 향해 흔들림없이 나가고 있다. 구인기(박재훈 분), 불독(이철민 분), 성준(이시후 분)등은 이미 남다정이 우승하고 자신들에게 나눠주기로 한 돈에 기대를 걸고 있는 중이다. 하우진은 벌써부터 남다정에게 우승상금을 모두 양보하겠다 했었고, 조달구(조재윤 분)는 남다정을 위해 게임에 참가했다. 남다정을 위해 배신도 했다. 가장 상극처럼 보이던 제이미마저 남다정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그나마 보다 선명해진 강도영의 악의가 그 앞을 가로막을 유일한 장애물처럼 보인다. 아마 마지막 순간 강도영을 상대하는 것은 하우진이 아닌 남다정 자신이 아닐까. 누구를 위한 선의이며 누구를 위한 배려인가. 최종승자는 아직까지 남다정 자신이다.
조달구의 배신은 착해서 약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을 것이다. 강도영의 유혹에 넘어간다. 자신이 배신함으로써 어쩌면 남다정은 이 지독한 게임으로부터 안전하게 발을 뺄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동안 줄곧 바라온 것이었다. 남다정이 더 이상 '라이어게임'에 출전하지 않아도 되는 것. 너무 위험하다. 한 번이라도 패하게 되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돈이 빚으로 남게 된다. 하우진에 대한 믿음이 흔들린다. 하우진의 복수로 인해 아버지가 생사도 알 수 없이 떠도는 신세가 되었다. 믿고 싶은 바람과 믿을 수 없는 현실이 충돌한다. 그것을 남다정은 어떻게 극복하고 넘길까? 남다정에게는 아직 하우진의 도움이 필요하다. 마지막 순간까지 하우진이 남다정의 곁에 있어주어야 한다. 다행히 마지막 결승 전 패자부활전이 있다. 계기가 되어준다.
그들은 형제였다. 쌍동이였다. 그래서 그들은 그토록 닮아 있었다. 마이크로 익스프레션이라는 아주 작은 심리적인 단서들을 놓치지 않고 한순간에 상대의 내면을 꿰뚫는 심리학 전문가 하우진과 그같은 무의식적 외적 표현들을 철저히 통제하여 자신의 내면을 보여주지 않는 강도영, 더구나 강도영 역시 사람의 심리를 쥐고 이용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보인다. 그들은 한때 같은 고아원에 있었고, 어느 순간 하우진이 기억에서 사라진 그때 강도영은 고아원을 떠나 비인간적인 심리학 실험장에 내던져졌다. 버려진 자식이 부모를 죽이고 형제와 싸운다. 차라리 자신을 기억조차 하지 못하는 하우진을 애처로울 정도로 증오하게 된다. 선과 악, 그리고 버려진 형제, 아주 익숙한 코드들이다.
드디어 첫 희생자가 나왔다. 지금까지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누군가가 위해를 당하는 장면은 없었다. 마침내 마지막 한 주를 남기고 강도영의 악의가 섬뜩하도록 드러난다. 남다정의 선의가 제이미의 불신마저 극복할 수 있게 된 뒤였다. 강도영의 악의는 어디서 비롯되었는가. 사이코패스는 아니다. 그러기에는 감정이 너무 풍부하다. 하우진 앞에서 강도영은 지금껏 유지해 온 자신의 가면을 벗어버린다. 그의 패인이다. 이제 끝에 다 와 간다.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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