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하트 투 하트 - 배우 최강희의, 최강희를 위한 드라마

까칠부 2015. 1. 10. 02:56

사람은 누구나 가면을 쓴다. 익숙하면 익숙해서. 낯설면 또 낯설어서. 자기를 내보이는 것이 두렵다.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기 아닌 타인이란 항상 미지의 존재일 것이다. 단지 안다고 착각하고 있을 뿐이다. 아니 스스로 그렇게 믿고 싶은 것 뿐일 터다.


하필 정신과 의사다. 하필 대인기피증 환자다. 인간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안다 생각한다. 인간의 내면을 누구보다 정확히 꿰뚫고 있다 여긴다. 물론 실제의 대부분의 정신과 의사들은 그같은 섣부르고 무모한 오만과는 거리가 멀 것이다. 겸허해지지 않고서는 결코 타인을, 인간을 이해할 수 없다. 변장과 헬멧으로 무장한 채 결코 자신의 본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하는 대인기피증환자와 정신과 의사가 서툰 창과 허술한 방패처럼 서로 만나고 어울리게 된다.


기억을 잃고 있었다. 환자 자신조차 알지 못하는 환자의 내면을 꿰뚫고 진단을 내려야 할 정신과 의사가 정작 환자를 앞에 두고 정신을 잃고 있었다. 환자가 스스로 자해한 것도 모르고 있었다. 단지 눈에 보이는 겉모습만으로 대인기피증환자는 그것을 살해현장이라 단정짓고 만다. 환자는 자해하려 했고 정신과의사는 그것을 말리려 했다. 진료실로 사람이 들어온 것을 알고 119를 부를 것을 요청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에 비친 모습은 정신과의사가 환자를 살해하려 목에 만년필을 꽂아넣는 장면이었다. 그녀의 대인기피증이 사람들의 오해와 놀림에서부터 시작되었다 했던가.


자기도 알지 못하는 기억으로 인해 졸지에 살인자로 몰리고, 자신을 하늘 위로 올려준 미디어와 대중은 한순간에 모든 것을 저 깊은 나락으로 내동댕이쳐 버린다. 자기의 여자라 여겼던 연인마저 떠나간다. 자기로 인해서가 아니다. 자기에게서 비롯되지 않았더라도 얽히고 섥힌 관계는 어느새 자기가 짓지도 않은 책임마저 자기에게 지워버리고 만다. 타인을 두려워하는 대인기피증이 타인을 어느새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만다. 아이러니다. 그렇게 삶은 부당하고 세상은 부조리하다. 두 사람의 악연같은 인연처럼.


최강희(차홍도 역)의 캐릭터는 과연 명불허전이다. 보는 내내 지켜보는 자신마저 불안해질 정도로 강박적인 내면을 연기해 보이고 있었다. 우스꽝스러운데 어딘가 아련하다. 슬프고 안타까워야 하는데 불현듯 웃음이 터져나온다. 어쩌면 억지스러울 수 있는 과장된 연기조차 자연스럽게 만드는 능력이 있다. 최강희가 있기에 가능했다. 그다지 새로울 것 없는 드라마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단 한 사람 배우 최강희였다.


시놉시스 자체는 그다지 특별할 것이 없었다. 오히려 그래서 더 궁금했다.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 최강희와 천정명(고이석 역)라는 두 배우를 활용해서. 생각보다 더 훌륭했다. 드라마를 만드는 것은 작가지만 완성시키는 것은 배우다. 흥미롭다. 장점들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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