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피노키오 - 송차옥의 결심, 힘을 잃다!

까칠부 2015. 1. 15. 03:29

아무래도 언제부터인가 드라마가 힘을 잃어가는 이유일 것이다. 결국 송차옥(진경 분)의 기자로서의 양심이 아닌 어머니로서의 모정에 기대고 만다. 최인하(박신혜 분)가 내부고발을 결심하느 것도, 기하명(이종석 분)이 송차옥을 용서하게 되는 것도 결국 서로에 대한 감정 때문이었다. 기하명에게 미안하고, 최인하가 안쓰럽다. 최인하의 어머니다.


어느 순간 기대하게 되었을 것이다. '피노키오'라는 제목과 드라마의 설정을 보면서 어쩌면 기자와 언론에 대한 치열하면서도 명징한 메시지와 묘사를 보여주지 않을까. 기자로서 오로지 진실만을 위해 발로 뛰며 취재하는 모습을 기대했었다. 진실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부당한 현실과 싸우며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을 바라고 있었다. 판타지에 불과할지라도 참된 언론과 언론인들에 의해 진실이 밝혀지고 잘못이 바로잡혀진다. 사회 전체가 보다 한 걸음 나가게 된다. 하지만 현실의 정의란 바를 정(正)이 아닌 인정의 정(情)이었다. 이 사회를 지배하는 법칙이다.


박로사(김해숙 분) 회장이 딸 최인하만 노리지 않았다면. 최인하를 자기와 같이 만들려 하지 않았더라면. 어차피 박로사 회장도 자기가 잘못하고 있는 것을 안다. 자기가 하는 행동들이 옳지 못하다는 것도 안다. 그래서 아들 서범조(김영광 분)에게도 그런 자신의 모습을 지금껏 숨겨우고 있었다. 몰랐으면 하고 바랐다. 아직 아무것도 알지 못하던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럴 수밖에 없었다. 15년 전 그때도 마찬가지였다. 그것만이 최선이었다. 그렇게 송차옥은 자신과 자신의 양심을 속여왔었다. 아마 박로사 회장의 입에서 딸 최인하의 이름만 거론되지 않았다면 이번도 역시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박로사의 사주를 받은 범인에 의해 팔을 다친 상황에서도 심각하기보다 최인하와의 로맨스로 이어진다. 자본의 사주를 받은 테러리스트에 의해 기자와 언론사가 공격당했는데 그 심각성보다 팔을 다친 것을 기회로 기하명과 최인하의 관계를 진전시키는데 활용하고 있다. 딸을 걱정하는 어머니 송차옥의 모정과, 최인하의 어머니 송차옥을 지켜보는 연인 기하명의 연민과, 심지어 황교동(이필모 분)조차 국장 이영탁(강신일 분)의 대사를 통해 윤유래(이유비 분)와의 로맨스를 암시하고 있다. 기껏 벼려놓은 주제의 날카로움이 그 단맛에 녹아버리고 만다. 


송차옥이 스스로 명예훼손의 피고소인이 되어서까지 진실을 밝히겠다는 결심을 전한 순간에도 그래서 놀랍다기보다 당연한 수순이라는 느낌부터 받고 있었다. 많은 것들을 각오해야 하는 결정이었을 텐데도 그 과정에서 당연히 있었어야 할 고민과 갈등이 생략되었다. 최인하의 어머니로서 모성만이 강조되고 있었다. 어머니라면 자신의 딸을 지키기 위해서 이 정도 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송차옥이 처음 박로사와 맞설 결심을 하던 순간처럼. 진실이 아닌 딸을 지키기 위한 어머니의 싸움이다. 진실이란 단지 그를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피노키오가 사라졌다. 더 이상 최인하가 피노키오라는 것은 드라마에 있어 그다지 의미있는 설정이 아니다. 피노키오가 아니더라도 상관없다. 최인하의 피노키오가 드라마의 내용과 전개에 있어 필수요소로 작용했던 적도 한 번도 없었다. 그나마 기하명과 사랑을 할 때만 거짓말을 하지 못하는 피노키오의 특징이 중요한 역할을 했었다. 기하명을 좋아한다는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못한다. 구색맞추기 말고 그 이외에 최인하의 피노키오가 중요하게 쓰인 장면이 드라마에서 얼마나 되던가. 거짓말을 하지 못한다는 피노키오의 특징은 진실만을 전해야 한다는 기자의 사명과 만났을 때 의미를 갖는다. 기자가 사라졌다.


날 선 긴장감이 아쉽다. 아무도 알지 못하는 진실을 밝혀낸다. 기만과 은폐 속에 가려진 진실을 발로 뛰어 찾아낸다. 수많은 현실의 장애물을 뛰어넘어 오로지 진실 하나만을 찾아내어 세상에 알린다. 사랑은 누구나 하는 것이다. 굳이 기하명과 최인하여야 할 필요가 없다. '피노키오'만의 사건과 갈등이 필요했다. 배우들의 연기가 아깝다.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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