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드 지킬, 나 - 부정당하는 나, 내가 존재하는 이유
사람에게는 누구나 서로 다른 두 개의 자아가 있다. 세상이 원하는 자신과 자기가 바라는 자신, 과연 이 가운데 무엇이 진정한 자신일까? 존재함으로써 존재하는가? 인식하기에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가? 인간은 홀로 존재하는 동시에 사회적 존재로써 살아간다.
분명히 자신은 지금 여기 존재하는데. 보고 듣고 만지고 말하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러나 모두가 그의 존재를 부정한다. 진짜는 오로지 구서진(현빈 분) 뿐이고 자기란 심지어 로빈조차 아니라 한다. 존재 자체가 오류이며 단지 구서진의 인생을 갉아먹는 기생충에 불과하다 말한다. 형이라 부르며 마음을 주었던 권영찬(이승준 분)마저 그를 거부한다. 과연 로빈에게 자기란 존재하기는 하는 것일까?
하기는 굳이 로빈이 아니더라도 대부분 한 번 쯤 자기를 향해 던지곤 하는 물음들일 것이다. 과연 자기란 누구인가?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가? 지금 자기가 있는 곳은 어디인가? 결국 남의 눈을 빌리게 된다. 자기가 자기를 볼 수는 없는 까닭이다. 거울처럼 자기의 눈조차 전혀 남인 양 한 걸음 떨어져 비쳐보려 한다. 자기가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서. 자기가 존재한다는 증거를 찾기 위해서. 그래서 찾았다. 장하나(한지민 분)가 자신을 간절히 부르고 있었다. 자기를 자기로써 바라봐주고 인정해주는 장하나가 그가 존재하는 이유가 된다.
류승연(한상진 분)에게도 모두가 알고 있는 사람 좋은 자신과 자신과 주위만이 알고 있는 이기적이고 탐욕적인 자신이 모두 존재한다. 모두가 그렇지 않을까? 정신과의사 강희애(신은정 분)에게 위해를 가하고 어쩌면 납치까지 한 범인이, 심지어 목격자인 장하나를 해치려고까지 했던 범인이 사람 좋은 모습을 하고 거동이 불편한 환자를 돕고 있다. 필요한 때 필요한 가면을 만들어서라도 쓰게 된다. 구회장(이덕화 분)이 앞에 있을 때와 구서진과 함께 있을 때, 그리고 로빈을 대할 때 권영찬이 보이는 말이나 행동 태도가 모두 조금씩 다르다. 딸과 통화할 때도 전혀 다른 자신을 보여주고 있다. 상대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는 자신의 모습을 연기한다. 단지 로빈의 경우처럼 이중인격이라는 구체적인 형태를 띄지 않을 뿐이다.
인간의 존재에 대해서. 존재의 이유에 대해서. 굳이 이중인격이어야 할 필요도 사실은 없다. 그저 겉으로 드러난 자신과 안으로 감추고 있는 자신이 충돌하며 갈등하는 이야기로도 충분하다. 그런 의도였을 것이다. 인간의 선과 악, 미와 추, 규범와 죄에 대한 인간의 모순된 이중성을 고발하려 했을 것이다. 너는 내 아들이 아니다. 내 형제도, 내 부모도, 내 친구도, 심지어 나 자신도 아니다. 이중인격이 아니더라도 자기의 기대에서 벗어난 모습을 보았을 때 현실에서도 흔히 내뱉게 되는 말들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단지 그것을 또다른 자신인 로빈에게 독립적인 인격을 부여함으로서 극대화시키고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존재하는 이유는 바로 사랑이다. 누군가를 위하고 누군가가 자신을 간절히 원할 때 자신은 비로소 존재하게 된다.
비로소 구서진의 또다른 인격 로빈이 전면에 등장하며 드라마의 긴장과 밀도가 높아진다. 모두로부터, 심지어 자기 자신으로부터도 부정당하던 로빈이 장하나라는 이유를 찾아내면서 자신에 대한 확신을 가지게 된다. 비굴할 정도로 자신이 없던 로빈이 당당하게 구서진에게 새로운 룰을 제안한다. 모두로부터 인정받는 구서진과 오로지 장하나 한 사람으로부터만 인정받는 로빈, 그 기묘한 동거와 그를 둘러싼 갈등과 대립이 새로운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만일 처음부터 로빈이 등장하고 구서진과의 갈등 및 대립요소를 강조했다면 과연 어땠을까? 하지만 로빈과 장하나 사이에 새로운 서사를 위한 시간이 필요했다. 두 사람은 다시 만나야 했다.
사람이 존재하는 이유. 사람이 살아가는 이유. 무엇보다 사람이 사랑하는 이유. 사랑하기 위해 살고 사랑받기 위해 산다. 간절히 자신을 필요로 하는 누군가를 위해 살아가게 된다. 그 간절한 필요가 자기가 살아가는 이유다. 너무 쉬운 결론이지만 쉽지 않은 과정이다. 색다르다.
http://www.stardaily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499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