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터보와 김정남 - 연예인 야만시대의 이유...

까칠부 2015. 2. 1. 00:53

재작년이던가? 벌써 그렇게 되었다. 드라마 '빛과 그림자'를 보면서 기대했던 것 가운데 하나였다. 하기는 이길강이 비슷한 캐릭터를 연기하기는 했었다. 연예인을 쥐고 흔드는 악던 프로모션 사장으로.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세계 어느 곳이든 대중문화라는 것은 유흥가와 관계가 있었다. 술과 섹스, 그리고 각종 환락이 제공되는 가운데 당연히 노래와 춤, 연극도 공연되고 있었다. 최초의 가수, 무희, 연기자란 매춘부의 다른 이름이었다. 우리에게는 기생이라는 이름으로 더 익숙하다. 그리고 이들 환락가를 지배하고 있던 것이 예나 지금이나 범죄조직이었다.

 

20세기 중반까지도 쇼비즈니스의 중심은 어디까지나 환락가의 클럽무대였다. 바로 여기에서 현대의 모든 음악의 장르와 스타들이 배출되고 있었을 것이다. 당연히 술과 여자는 돈줄이었고, 대중의 경제적 성장과 더불어 공연 역시 환락가를 지배하는 범죄조직들에 중요한 돈줄이 되고 있었다. 통제와 지배를 강화한다. 그렇게 최초의 매니지먼트는 범죄조직과 깊이 유착해 있었다. 이를테면 마릴린 먼로와 캐네디 사이의 스캔들에 마피아가 깊이 연루되어 있는 것처럼 말이다.

 

여성들은 쉽게 성범죄에 노출되었고, 남성들 역시 폭력에 시달리고 있었다. 유명한 동대문사단의 임화수에 의해 폭행당하고 입원까지 했던 당대 최고의 배우 김희갑이 그 대표적인 예다. 영화의 제작과 배급에도 폭력조직은 깊이 개입해 있었다. TV가 주를 이루기 전 밤무대야 당연히 범죄조직들의 손아래 있었다. 그들을 통하지 않고서는 데뷔조차 할 수 없었다. 지금껏 뿌리깊은 연예계 부조리의 원인일 것이다. 그렇게 시작한 이들이거나 그들로부터 배운 이들이다. 오죽하면 저 대단한 박완규마저 폭력에 신음해야 했었을까.

 

연예인은 당연히 존중의 대상이 아니었다. 돈벌이의 수단이었다. 그래서 계약 역시 불공정했고, 착취 또한 지독했다. 계약이 끝나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가서 돈을 벌어주는 일이 없도록 아예 망가뜨리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Ref가 그렇게 기획사의 이간질에 넘어가 해체되고 말았다. 이성욱과만 솔로음반을 내주겠다며 재계약을 하고 나머지는 계약을 해지한다. 가려고 해도 갈 곳이 없다.

 

그나마 가장 신사적인 수법이다. 차별대우를 통해 연예인들이 스스로 분열되기를 꾀하는 것. 그런 점에서 끝까지 팀을 지켜냈던 DJ DOC나 소속사로부터 상당한 대우를 받고 있었음에도 김정남과 행동을 같이했던 김종국은 대단한 경우들일 것이다. 김종국은 심지어 김정남이 맞고 있었다는 사실조차 몰랐었다고 말한다. 알았더라도 함께하기가 쉬웠을까? 김종국이 새삼스럽게 보이는 이유다. 당시는 나도 잘 몰랐었다.

 

한 사람은 폭력으로 길들이고, 다른 한 사람은 우대하여 길들이고, 서로에 대한 열등감과 우월감이 서로와 섞이지 못하게 한다. 김정남이 김종국에게 사실을 털어놓고 함께 행동할 것을 제안할 수 있었던 것도 어쩌면 김종국의 성격을 알았기 때문이었을 듯. 결국 계약기간이 끝나고 소속사를 나왔을 때 소속사 대표는 다시 한 번 김종국 죽이기를 시도한다. 늘 있어왔던 방법이다. 그마저도 극복했다.

 

지금도 그와 연관된 이들이 여전히 업계에 남아있는 것이 연예기획사와 관련해서 추문이 끊이지 않는 가장 중요한 이유일 것이다. 하던 짓이 그런 것들이었으니까. 그렇게 지금껏 해왔었으니까. 세상이 바꼈어도 당장 크게 바뀌지는 않는다. 그래도 그런 모순들을 반성하고 극복해가는 과정에서 하나둘 새로운 기획사가 생기고 새로운 인물들로 채워진다. 어떻게 해도 역사는 발전해가는 모양이다.

 

물론 아직도 남아있다. 아는 사람은 알고 있을 것이다. 들려오는 이야기들이 있다. 가끔 공공연히 드러나기도 한다. 그러나 이제 주류에서 멀어져 있는 이들이다. 반가운 일이다. 김정남 만큼이나. 생각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