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하이드 지킬 나 - 명확하지 못한 주제, 구서진의 과거가 밝혀지다

까칠부 2015. 2. 12. 03:03

문제는 그것이다. 도대체 주제가 무엇인가? 구서진(현빈 분)과 로빈의 이중인격인가? 아니면 구서진, 혹은 로빈과 장하나(한지민 분) 사이의 로맨스인가? 그도 아니면 강희애(신은정 분) 교수가 납치된 진실인가? 도무지 하나로 이어지지 않는다. 구서진도 따로, 로빈도 따로, 납치사건도 따로, 이제 비로소 납치와 구서진의 과거가 이어진다.


드라마, 특히 연속극은 영화와는 전혀 다른 특징을 가지는 장르라 할 수 있다. 영화는 일단 시작하고 나면 끝날 때까지 멈추지 않고 이야기가 이어진다. 중간에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는 이상 아무리 길어봐야 2시간 남짓한 시간이면 모든 내용을 한 번에 앉은 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조차 기다리지 못하고 일어서서 나가는 사람들을 위해 상업영화에서는 영화의 초반부에 많은 주의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물며 드라마의 경우 한 회와 다음 한 회 사이에 짧게는 하루, 길면 일주일도 넘는 시간을 기다려 이야기를 이어가지 않으면 안된다. 과연 일주일 전 이시간에 자신은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드라마도 많고, 예능도 많고, 영화며, 소설이며, 만화며, 수많은 만남과 사건들이 있었을 것이다.


로빈은 장하나를 사랑하는데 구서진은 장하나를 혐오한다. 혹은 로빈과 구서진이 모두 장하나를 좋아해서 서로 다투고 있다. 구서진과 장하나가 만나는데 로빈이 나타나고, 로빈과 장하나가 서로 좋아하는데 구서진이 훼방놓는다. 로빈도 구서진도 따로 장하나를 만나지만 결국 서로를 향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로빈과 장하나가 만날 때는 구서진이 보이지 않고, 구서진과 장하나가 어울릴 때도 로빈은 사라져 있다. 구서진이 장하나에 대한 미묘한 감정을 드러내는데 한참동안 로빈의 모습이 보이지 않고 있었다. 단지 로빈과 캐릭터가 다른 만큼 다른 스타일의 전형적인 로맨스를 보여주고 있을 뿐이었다. 그것이 의도였을까?


그동안 끊임없이 자기를 속이며 살아왔었다. 괜찮다고. 그래야 한다고. 그러지 않으면 안된다고. 나중에는 그 변명들이 진심이 된다. 자기가 그렇게 믿음으로써 거짓들은 진실이 된다. 이제 와서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자신조차 헷갈린다. 장하나를 좋아하는가? 장하나에게 마음이 있는가? 아니라 단정짓지만 주위는 그의 결론에 쉽게 동의하지 않는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장하나의 주위에서까지 구서진과 장하나의 사이를 몰아간다. 어차피 그냥 보아도 뻔히 보이는 내용을 주위의 인물들을 통해 기정사실로 만들어간다. 지루해진다. 그나마 조금뒤 로빈이 나타나기는 하지만 이후의 전개 역시 전형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빈은 잘생기고 한지민은 매력적인데 그러나 그 이상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나마 강희애 교수를 납치하고 목격자인 장하나까지 해치려 한 범인의 입에서 구서진의 과거가 흘러나오고 있다. 구서진이 굳이 자기 안에서 로빈을 분리해내야 했던 이유. 그렇게까지 자기로부터 분리하고 싶었던 과거의 아픈 상처들이다. 혼자 납치된 것이 아니었다. 친구와 함께였다. 그리고 자신은 탈출해서 살아남았고 친구는 그곳에 남았다. 아버지가 인질범과의 거래를 거절한 결과였다. 하지만 역시 이 과거가 앞으로 드라마에 어떻게 어우러질지 지금으로서는 전혀 짐작조차 가지 않는다. 그와 관련한 어떤 복선도 단서도 드라마를 통해 주어지지 않고 있었다. 난데없고 갑작스럽다. 아니 덕분에 구서진이 장하나를 안았으니 의도한 바를 십분 달성했다 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이 어정쩡하다. 로빈과 장하나의 로맨스는 유쾌하지도 달콤하지도 않고, 구서진과 장하나의 로맨스 역시 안타깝거나 애절한 느낌이 없다. 강희애 교수의 납치 역시 절박하거나 긴장된 느낌을 주지 못한다. 그렇다고 구명한 자신이 악역이 되어 구서진과 장하나의 사이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구서진과 장하나의 사이를, 그리고 구서진과 로빈의 관계를 필연으로 만들 결정적인 계기가 부족하다. 중심이 되어줄 줄기가 없다.


무엇을 보았나 기억을 떠올려 본다. 무엇을 보게 될까 상상도 해본다. 아직 놀이공원이라는 배경조차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무엇을 예상하고 무엇을 기대해 볼 것인지. 장면장면은 나쁘지 않다. 캐릭터도 배우의 연기도 상당히 매력적이다. 어쩌며 그것만으로 충분한지 모른다. 역시 주인공은 현빈과 한지민이다. 그 이상이 아쉽다. 아직은 많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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