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문으로 들었소 - 서봄의 성장, 힘의 실체를 깨닫다
문득 빈한한 가문의 출신으로 저 유명한 대원군마저 몰아내고 조선의 국정을 마음대로 주무르던 여걸 명성황후 민씨를 떠올리게 된다. 그녀도 그러했을까? 내세울 것이라고는 없는 몰락한 집안 출신이었지만 이미 자신은 조선의 주인인 국왕의 아내이며, 스스로 권력의 중심에서 많은 것을 이룰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그것을 자각하게 되었다.
언니 서누리(공승연 분)도 깨닫게 되었다. 이전의 자신과 지금의 자신이 전혀 다르다는 사실을. 불과 얼마전까지 서봄(고아성 분)은 서누리의 동생이었다. 이제 자신은 서봄의 언니다. 서봄은 대한민국 최고의 법무법인인 한송의 대표인 한정호(유준상 분)의 며느리다. 자신의 말 한 마디 행동 하나가 서봄은 물론 한송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한송이 불편해진다면 대한민국의 힘있는 다수가 불편해질 수밖에 없다. 그리 대단하게만 보이던 재벌 2가 아직 고정프로그램도 하나 맡지 못한 서누리에게 찾아와 고개를 숙인다. 누구의 힘이겠는가.
한정호는 오히려 기뻐한다. 며느리가 자신의 이름을 이용했다. 자신의 이름을 앞세워 언니의 일을 해결하려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것은 자신이 당연히 했어야 할 일이었다. 한송과 관련한 불편한 소문을 잠재우고 혹시라도 한송의 이름을 넘보려는 이들에 대한 경고까지 곁들이게 되었다. 그렇다고 순리를 거스르는 무리한 수단을 사용한 것도 아니었다. 어찌되었거나 서봄은 한송의 며느리였고, 서누리는 그 서봄의 언니였다. 한송의 이름과 관련되었다면 결코 누구도 함부로 가볍게 여겨서는 안된다. 오히려 재벌 2세가 아무것도 없는 서봄의 언니 서누리를 일방적으로 쫓아다니다 차였다. 자신의 손에 쥐인 것의, 자신이 지금 딛고 선 위치의 의미와 가치를 너무나 정확히 안다.
과연 가난하면 선량한가. 부와 권력을 가지면 악한 것인가. 단지 기회가 없었을 뿐이다. 부유하고 권력을 가진 이들 만큼 타락할 기회가 아직 그들에게 주어지지 않았을 뿐이다. 더 많은 부와 더 큰 권력을 위해서. 더 큰 영광과 더 많은 기회를 쫓아서. 서봄의 아버지 서형식(장현성 분)과 서누리는 그것을 보여주고 있을 것이다. 오히려 이미 많은 것들을 가지고 있기에 한정호의 가족들은 엄숙하고 당당하다. 그런 가족의 모습을 서봄은 어느새 안쓰러운 눈으로 지켜볼 수 있게 되었다. 자신의 일이 아닌 양, 시댁과 자신의 체면과 명예를 위해서. 그것이 한 편으로 서봄의 엄마 김진애(윤복인 분)는 서럽다. 인간의 정이 아닌 계급의 논리로써 말하고 소통한다.
그래서 더 쉽게 받아들이고 있었을 것이다. 공정하지도 공평하지도 않은 현실을 안다. 자신은 절박했지만 상대인 재벌 2세의 입장에서는 그저 하룻밤 놀이에 불과했을 뿐이었다. 동생인 서봄 역시 언니에 대한 걱정보다 자신과 자신의 시댁의 입장만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한송의 이름이 더해지자 그토록 무책임하던 남자가 자신을 먼저 찾아와 사과까지 하고 있었다. 현실을 지배하는 진실은 무엇인가. 세상을 지배하는 힘의 정체란 무엇인가. 서봄이 조금 빨랐고 서누리가 조금 늦었다. 비로소 서봄과 그 뒤에 버티고 선 한송의 이름을 이용할 준비가 되었다. 자신의 실력으로 올라가라 하지만 이미 그녀는 서봄의 언니이며, 한송의 사돈이다. 당당해지고 자연스러워진다. 그것이 또한 한송의 힘이다. 그렇게 서봄이 성공한다면 그 또한 한송이 가진 힘의 하나가 된다.
철저히 이비서 이선숙(서정연 분)을 굴복시킨다. 최연희(유호정 분)는 굳이 이선숙을 굴복시킬 필요가 없었다. 그녀의 혈통이 곧 권위였다. 당연히 복종해야 할 이유였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녀의 출신과 조건이 곧 당연하게 복종해야 할 이유가 되고 있었다. 상대적으로 최연희가 이선숙에 대해 여유로울 수 있었던 이유였다. 어떻게 해도 이선숙은 최연희 자신을 넘어설 수 없었다. 그러나 서봄은 다르다. 그래서 복종을 확인한다. 자신은 이선숙의 위에 있다.
권력의 자격이다. 어떻게 자신이 가진 신분과 위치를 알고 그것을 충실히 효과적으로 활용하는가. 한송의 며느리라는 위치를 이용한다. 한정호가 자신의 시아버지임을 활용한다. 명성황후가 그렇게 시아버지인 흥선대원군을 몰아냈듯. 스포일러일까? 서봄이 노리는 것은 최고의 자리다. 한정호가 확인한 최고의 자질은 그를 노리는 비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을 가지려 한다면 이미 모든 것을 가지고 있는 한정호를 꺾지 않으면 안된다. 만만치 않은 상대다.
전혀 예상치 못한 장면에서 시쳇말로 터지고 말았다. 목을 멘다는 말이 실제 목을 맸다는 말로 와전된다. 서누리에게 목을 메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아직 자신은 죽지 않고 살아있다. 소문 하나에 사람들의 태도가 완전히 뒤바뀌고 만다. 사실보다 중요한 것이 소문이고, 진실보다 더 가치있는 것이 사람들의 평가다. 누군가는 그조차 아무렇지 않게 무시한다.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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