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문으로 들었소 - 찬탈의 이유, 새로운 왕을 위해서
아버지는 아들에게 물려주려 하지만 아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모든 것을 쟁취하려 한다. 역사상 많은 왕조에서 위대한 군주들이 다름아닌 자신의 아들에 의해 물러나야 했었다. 프로이트가 말한 그대로일 것이다. 모든 남성은 어머니를 동경하며 아버지를 증오한다. 하필 그 계기가 되어 주고 있는 것이 어머니이고 아직 어린 아내다. 왕자는 과연 왕을 꿈꾸는가.
원래 시작은 아주 사소하다. 어쩌면 대수롭지 않은 사생활일 수 있다. 인간으로서 다른 이성에게 관심을 가지고 호감을 드러낸다. 이미 배우자가 있고 가족이 있다면 그에 대해 반감을 가지는 것도 너무나 당연한 일상적인 상황일 것이다. 그런데 그 대상에게 빼앗을 것이 있다면 그것은 하나의 복수를 위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이미 한정호(유준상 분)는 너무 많은 것들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빼앗을 수 있다면 훌륭한 복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서봄(고아성 분)과 아들 한인상(이준 분)의 대화를 엿듣는 최연희(유호정 분)의 표정이 흥미롭다. 반역을 꾀하려는 자식들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서봄의 모호한 요소 역시 드라마를 더욱 입체적으로 완성하는 한 요소가 되고 있다. 겉으로 내세운 명분은 삼촌 서철식(전석찬 분)과도 연관이 있는 대산그룹 해고근로자들에 대한 진실과 정의다. 그러나 한 편으로 언니 서누리(공승연 분)와의 대화를 통해 자신이 가진 불안한 힘과 지위에 대한 아쉬움과 더 큰 힘애 대한 동경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었다. 자신이 가진 힘의 근원마저 마음대로 할 수 있어야 비로소 힘을 가졌다 할 수 있다. 서봄과 한인상이 밝힌 진실이 진정 한정호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면 서봄 자신을 위해서도 요긴한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오로지 진실만을 목표로 과감하게 먼저 행동하고 보는 한인상에 비해 서봄은 무척 조심스럽게 정치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앞으로 저들이 살아갈 세상은 당신들이 만들고 살아온 세상과는 다를 것이다. 한정호의 시대라는 것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에 지나지 않았다. 아버지의 인맥과 아버지의 정의와 아버지의 방식, 물론 그것을 자신의 현실에 맞게 응용해나가는 것은 분명 한정호 자신의 능력일 것이다. 그러나 과연 한인상의 시대 역시 자신과 같을 것인가. 자신의 아버지가 살아온 방식 그대로 손자인 한인상 역시 따르기만 해도 괜찮을 것인가. 아버지를 죽인다. 아버지를 밟고 올라선다. 아버지를 죽인 자는 난폭한 찬탈자가 되거나, 아니면 역사에 남을 영웅이 된다. 탄지 탐욕을 위해서가 아닌 진지하게 자신들의 정의를 고민하고 그 방법을 궁리한다. 어찌되었거나 한인상은 한정호가 지금껏 지켜온 왕조를 물려받을 '후계자'다. 물려받은 왕국이 아닌 자신의 왕국을 꿈꾼다.
묘하게 정치적이다. 마치 한 편의 우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하기는 한송이 굳이 법무법인으로 설정된 이유일 것이다. 기업이더라도 상관없었다. 혹은 정치인의 집안이어도 좋았다. 그러나 법무법인이라면 법을 그 수단으로 삼는다. 법이란 정의이며 한 편으로 권력이다. 법을 정하고 집행하는 것은 권력의 의무인 동시에 권한이었다. 다름아닌 법을 매개로 구세대와 신세대가 충돌한다. 법의 정의와 권력이 세대를 통해 나뉘고 충돌한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은 새로운 승자가 될 것인가. 새로운 가치와 새로운 질서, 무엇보다 새로운 정의와 권력. 한인상은 순진해도 좋다. 그는 곧 왕이 될 자이기 때문이다. 한정호의 주위에도 그가 왕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든다.
인간을 인간으로서가 아닌 오로지 대상으로 여긴다. 한정호를 오래전부터 지켜봐왔던 비서 양재화(길해연 분)를 통해 그의 성장과정을 들려준다. 어머니에 의해 여성조차 단지 수단으로서 그에게 공급되었다. 인간으로서의 여성도, 이성과의 복잡한 연애라고 하는 과정도 아직 전혀 이핼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자신으로 인해 고통받는 수많은 사람들을 비웃으면서 정작 그 과정에서의 고통이 두려워 탈모를 걱정하면서도 시술받기를 꺼리는 이중성은 그같은 한정호의 내면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을 것이다. 살을 맞대고 살아온 아내조차, 자신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자식들마저, 그러나 그것을 깨닫기에 그는 인간에 대한 이해가 너무 없다. 어째서 지배계급은 피지배계급에 대해 그토록 무심하고 잔인한가. 그보다는 단지 무지할 뿐이다. 현실에 대한 냉소일까.
그래도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와는 다른 방식의 삶을 살려 한다. 한인상은 물론이고, 서누리와 만나고 있는 윤제훈(김권 분)에게도 자신만의 목표와 지향이 있다. 지영라(백지연 분)의 딸 장현수(정유진 분) 역시 엄마와 같은 삶은 살지 않으려 한다. 부모를 닮으면서도 부모의 유산으로 자신들만의 삶을, 자신들만의 세상을 개척하려 한다. 반역의 시대다. 그 선두에 한인상과 서봄이 있다. 서봄은 마침내 바라던 것들은 손에 쥐게 될 것인가. 최연희의 선택이 기대된다. 아마 그것은 한정호의 선택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권력은 그렇게 유전되며 계승된다.
일상적인 대화들 사이로 아무렇지 않게 무거운 메시지들을 숨겨놓는다. 너무나 일상적인 상황과 모습들이 재미있고, 그를 통해 보이는 권력이라는 가장 현실적인 현실의 문제가 가슴에 와 닿는다. 어쩌면 시청자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현실의 원리이자 법칙일 것이다. 누가, 과연 무엇이 그것을 바꿀 수 있을 것인가. 아니 바꿀 수 있기는 한 것인가. 그래도 웃게 만든다. 삶이란 낙천이다.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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