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방과 지지율 - 나랏돈은 주인없는 돈이다
나랏돈 100조 가까이가 허공에 떠 버렸다. 그 가운데 과연 얼마나 회수할 수 있을지 감조차 잡히지 않는다. 그런데도 정작 당시 국정을 맡아 운영했던 여당에 대한 지지율은 아직도 여전하다. 어째서?
당연하다. 나랏돈은 내 돈이 아니니까. 주인없는 돈이다. 눈 먼 돈이다. 먼저 먹는 게 임자다. 이를테면 국가중요무형문화재씩이나 되는 이가 대한민국 국보 1호이던 숭례문을 복원하는 역사적인 사업을 맡아 진행하면서 정작 목재를 빼돌리고 있던 것이 그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나라의 중요한 문화재를 복원하라고 귀한 목재를 내주었더니만 그것은 뒤로 빼돌리고 공사마저 부실하게 하고 있었다. 어째서? 국보 1호를 복원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그에게는 있었기 때문이었다.
내 공사. 내 일. 내 이익. 나랏일은 내 일이 아니다. 나랏돈도 내 돈이 아니다. 내 돈으로 만들어야 한다. 주인없고 눈없는 돈이니 어떻게든 내 돈으로 만들어야 한다. 더 중요한 내 일, 내 공사를 위해서. 자부심이나 사명감은 거기에 발휘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내 집앞에 도로 하나 생기고, 내 사는 곳에 아파트단지가 하나 들어서고, 그래서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이 바닥나더라도 중앙정부로부터 끌어다 채우면 상관없을 테니까. 그래서 나라재정이 고갈나면 씀씀이를 줄이면 된다. 당장 내가 얻게 될 이익이 중요하지 나랏재정이야 그들이 알아서 신경쓸 문제다. 그래서 100조의 손실이 났어도 그것은 남의 일에 지나지 않는다.
오히려 인천직할시의 전전시장에 대한 지역민들의 우호적인 여론이 적지 않은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일단 뭐라도 시작해야 한다. 뭐라도 부수고 만들고 지어야 한다. 그래야 돈이 돌고 발전이 된다. 부족한 돈은 중앙정부에서 받아다 쓰면 된다. 그러니 재정을 파탄내더라도 그게 뭐 그리 대수인가. 100조라는 국가예산을 낭비했어도 자신에게 무어라도 이익되는 게 있으면 그것은 결코 잘못된 것이 아니다. 아니 정확히 자신에게 직접 손해가 되는 일이 없다면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일제강점기 정부란 곧 일본의 정부를 뜻했다. 이승만과 뒤이인 군사독재정권은 국가를 사유화하고 있었다. 복종만을 강요받았다. 아예 관심을 끊으라.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치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을 미덕으로 여긴다. 어떤 정치적 견해도 드러내지 말 것을 충고하고 강요한다. 어째서 여권 실세들의 뇌물수수에도 국민들은 관대한가? 자기와 상관없는 문제니까. 그들이 돈을 얼마를 받건, 얼마나 부패하고 나쁜 짓들을 저질렀든, 그러나 그것은 자기와는 전혀 상관없는 문제다.
공동체가 사라졌다. 공공에 대한 인식이 없다. 나만 잘되면 된다. 그렇게 가르친다. 그렇게 배운다. 딱 그대로다. 참여정부 당시 정부의 잘못에 대해 비판하며 지지를 철회하던 지지자들이야 말로 그 마지노선일 것이다. 어차피 반대하던 사람들과 그럼에도 무작정 지지하던 사람들과 아예 아무런 관심조차 없던 사람들. 안타깝게도 그런 사람들이 현재 한국 유권자의 절대다수를 차지한다. 오히려 정부와 여당의 잘못에도 심판을 외치면 역풍을 맞는 이유다. 그게 뭐 그리 대수라고?
IMF 당시에도 여당이었던 한나라당은 대선에서 석패하고 총선에서 승리하며 그 지위를 이어가고 있었다. 유권자들은 그들을 심판하지 않았다. 어째서? 야당 수뇌부의 이른바 동진정책을 비웃는 이유다. 어떻게 해도 야당이 해주는 그 이상을 해 줄 수 있는 여당이 이미 그들에게는 있다.
잘못을 저질러도 심판을 말하지 마라. 잘못을 심판하자 말하면 오히려 자신이 심판당한다. 선거에는 정치적인 책임에 대한 추궁도 포함된다. 한국 정치는 그래서 재미있다. 바뀌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