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연금 - 공짜가 당연한 사회...
그러고 보니 구한말 조선인에 대한 그같은 평가가 있었다. 지배층이고 피지배층이고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남의 것을 이용하는데 너무 익숙하다. 드라마에서도 흔히 보는 길가던 나그네가 아무 집이나 찾아가 유숙을 청하는 장면등이 그 예일 것이다. 남의 집이고, 남의 재산이고, 남의 배려다.
어째서 원시사회에서는 공동생산 공동분배의 이상적 구조가 가능한가? 당장 안 그러면 죽으니까? 가난하던 때야 어찌되었거나 남에게 떼이든 뭐하든 자기가 열심히 하지 않으면 모두가 굶어야만 한다. 공산주의가 실패한 이유였다. 그럼에도 그들에게는 배급이라는 것이 나왔다. 자기들 안에서 모두 생산하고 쓰도록 했다면 생산효율은 전혀 다르게 나왔을 것이다.
주는 것 없이도 열심히 하기를. 받는 것 없이도 그저 열심히만 하기를. 아직도 그에 익숙하다. 노동자들도 그러니까 아주 최소한의 돈만을 받고 열심히 일하기를. 젊은이들도 아무리 열악한 처우라도 일단 열심히 하면서 버티고 기다려야 한다. 나라를 위해서. 사회를 위해서. 모두를 위해서. 무엇보다 자신을 위해서. 희생이 당연하다. 공무원도 따라서 주는 것 없이도 그저 봉사의 희생의 마음으로 일해야 한다.
명나라에서는 그렇게 부정과 부패가 끊이지 않았었다. 주원장이 선언했다. 적게 받고 욕심부리지 말고 봉사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일해! 그런데 청의 옹정제는 대신 관리들의 녹봉을 현실화했다. 조선에서도 관리들이 부정을 저지르지 않고서는 구조적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자체도 거의 불가능했었다. 심지어 지방관아의 아전들은 무급직이었다. 아니면 그런 일이라도 해야만 하는 사람들만을 바라는 것인가.
공무원 연금을 개혁해야 할 당위가 충분하다면 그만큼 공무원들이 손해보는 부분들에 대해서 보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동요와 반발을 최소화한다. 어쩔 수 없다면 최선을 다해 이해시킨다. 상대적으로 적은 급여를 현실화하고, 연금을 대신해서 사기업 수준의 퇴직금을 지급하고, 공무원연금은 국민연금과 통합한다. 차라리 합리적이다. 안되는 이유는 돈이 들어가니까. 사람 쓰는 게 바로 돈 들어가는 일이다.
아직 거지새끼들이라 그렇다. 아직 가난한 채로 남아 있다. 그래서 다 가난해야 한다. 가난한 채 뼈 곯아가며 일해야 한다. 젊은 세대도. 정규직이며 비정규직이며 모든 노동자들 역시. 공무원도 예외는 없다. 여론은 그것을 말해준다. 그나마 합의안조차 비난하는 이유다. 공무원이 너무 많이 받는다.
남이 받는 것에 신경쓸 필요 없다. 그만큼 받으면 그만큼 쓰게 된다. 공무원이 쓰는 돈은 어디로 갈까? 쓸 돈이 없어서 내수가 이렇게 침체되어 있다. 자영업을 하면서 직원 월급 줄 걱정에 고객들 주머니 채우는 것에 반대한다. 남의 더 번다고 내가 덜 버는 것도 아닐 텐데도.
반응들이 재미있다. 그래 공무원은 공짜로 봉사해야 한다. 신분보장이 되니까. 철저히 법대로 누릴 것 다 누릴 수 있으니까. 그런데 연금은? 공무원이 열악한 대우에도 열심히 일해야 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연금이었다. 그래도 다 감수해야 한다. 누구를 위해서? 차라리 영악하기라도 했으면 좋겠다. 우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