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프로듀사 - 프로듀서와 월급쟁이, 제목의 이유

까칠부 2015. 5. 16. 04:28

어째서 제목이 '프로듀사'인가 알 것 같다. 방송권력이라 부른다. 지배라 해도 좋을 정도로 압도적으로 미디어의 영향을 받으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현대사회다. 그 미디어에 종사한다. 아니 직접 자신의 손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완성시킨다.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인해 대한민국 전체가 들썩거리기도 한다. 백승찬(김수현 분)의 아버지 백보선(김종수 분)도 그래서 아들의 취직을 축하하며 프로듀서를 의사와 판검사와 같은 '사'짜의 반열에 놓는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프로듀서란 매우 특별하고 대단한 직업으로 여겨지고 있다.


여기에서 반전이 시작된다. 하기는 '프로듀사' 역시 프로듀사가 기획했을 것이다. 어쩌면 현직 프로듀서로서 자신들이 실제 보고 듣고 느끼는 가감없는 날 것의 현실을 시청자에게 그대로 보여주고자 하는 의도에서 기획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밖에서 보면 프로그램의 인기나 영향력에 비례해 그토록 대단하게만 여겨지는 프로듀서지만, 그러나 결국 방송국 안에서 그들 역시 월급 받고 일하는 월급쟁이에 지나지 않는다. 실적에 목매고, 책임을 두려워하며, 나름의 갑을관계에 얽매여 살아간다. 만드는 것은 프로듀서인 자신이지만, 정작 시작하고 끝내는 것은 다른 곳에서 다른 사정에 의해 일방적으로 결정된다. 일단 결정이 통보되고 나면 그에 거스르지 않고 따르는 것이 자신이 해야 할 일이다. 그러면 최소한 자신의 자리는 지켜진다.


상사의 개인적인 부탁에도 요령껏 알아서 따르고, 자신의 책임 아래 있는 프로그램을 위해서 한참 어린 나이의 인기가수에게 몸을 낮추고 억지웃음까지 짓는다. 이제 갓 예능국에 입사한 수습사원들에게 불합리할 정도로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 그래서 이해가 된다. 새내기 후배들에게 자신을 과시하려 짐짓 거짓말까지 해가며 허세를 떤다. 방송국 프로듀서로서 예능국에 출근한 첫날 백승찬이 보고 듣고 배운 것이라고는 그같은 아무데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직장인의 현실이었다. 크리에이터로서의 자부심이나 치열한 고민보다 당장의 현실적인 문제들부터 해결해야 하는 생활인의 모습이었다. 고단한 하루일을 마치고 돌아와 라면을 끓이며 소줏잔을 기울이는 너무나 평범한. 그만큼 힘들고 피곤한 하루였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남의 이야기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 자기 일이 아니면 귀도 잘 기울이지 않는다. 지나치게 자기 이야기에 빠져 버렸다. 드라마를 자기의 이야기로 만들고야 말았다. 현직 프로듀서가 프로듀서의 이야기를 만들고야 말았다. 디테일하고 현실적인 방송국의 일상이야 무척 흥미롭지만 그러나 드라마는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예능은 더욱 아니다. 누구의 이야기도 아니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시청자 자신의 이야기일 수 있어야 한다.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직장인의 모습이지만 프로듀서라는 직업을 특정하고 있었다. 드라마 초반의 내용이나 연출에 대한 냉정한 평가는 바로 그로 인해서였다. 그에 비하면 드라마 후반 드러나기 시작한 등장인물들 사이의 복잡한 관계나 감정들은 굳이 프로듀서가 아니어도 상관없는 것들이었다. 그래서 한국드라마에서는 직업과 배경, 소재를 막론하고 등장인물들이 사랑부터 하게 된다. 사랑이야 말로 보편이며 일반이다.


그다지 특별한 것은 없다. 신기한 것은 있다. 지금도 방영중인 KBS의 여러 예능프로그램이 그것도 실명으로 등장한다. '소녀시대'처럼 실명으로 출연하는 연예인들도 있다. 마치 실제의 방송국에서 그들의 일상을 몰래 훔쳐보는 듯한 즐거움마저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소재의 특수함에 기댄 일회성 재미에 비나지 않았다. 신기한 것도 반복되면 익숙해진다. 특수한 것도 지나치게 반복해서 노출되면 평범하게만 여겨진다. 잠시 화제가 될지는 몰라도 드라마 전체를 관통하여 유지되기는 어렵다. 첫회에 벌써 지루해진다. 그냥 컨셉이었다. 조금 색다르게 KBS의 동명의 프로그램 '다큐먼터리 3일'의 양식을 빌려왔다. 아마 그 뿐일 터다.


역시 소문난 잔치에는 먹을 것이 없다. 진짜 먹을 것이 없어서라기보다 그만큼 소문이 기대를 키운 탓이라 여겨야 할 것이다. 실제보다 기대가 커진 만큼 그것을 채우기가 더 어려워진다. 김수현이라고 하는 대세의 이름에 공효진(탁예진 역)과 차태현(라준모 역)이라고 하는 검증된 신뢰가 더해진다. 대중적 호감이 높은 아이유(신디 역) 역시 함께 출연하고 있다. 기대하지 않기가 더 어려운 조합이다. 색다르고 신선한 재미는 있다. 당황스럽지만 그래서 유쾌했다. 그 이상을 보여주어야 한다. 숙제를 남긴다. 여러모로 불안하다.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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