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프로듀사 - 신디의 용기, 진심이 두려운 겁장이들을 위해

까칠부 2015. 6. 7. 04:48

최악의 대응이었다. 신디(아이유 분)는 가진 용기를 모두 쥐어짜 자신의 진심을 전했었다. 그렇다면 그에 대한 대답 역시 자신의 모든 진심이 담겨 있어야 했다. 간단히 부정해 버렸다. 의심하고 단정지어 버렸다. 연기일 뿐이다. 착오에 볼과하다. 하기는 그래서 신디는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그것은 거절이 아니었으니까. 단지 자신의 진심을 다 전하지 못한 탓일 테니까.


처음 본 순간 두 사람이 친구인 것을 알았다. 친구란 그저 사이가 가깝고 먼 관계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얼마나 대등해질 수 있는가. 얼마나 서로에게 솔직해질 수 있는가. 가리고 재는 것도 없다. 살피고 헤아리는 것도 없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드러내며 정면으로 서로에게 부딪힌다. 과연 몇이나 될까? 아무런 두려움도 걱정도 없이 솔직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며 싸울 수 있는 상대란. 싸움도 아무나와 하는 것이 아니다. 서로에 대한 믿음과 이해가 없으면 싸움이란 단지 서로의 우열을 가리는 과정에 불과하다.


그래서 고아라의 영상편지를 보고 신디는 새로운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아직 진심이 다 전해지지 않았다. 아직 자신의 진심을 다 전하지 못했다. 그래서 알지 못한다. 그래서 오해하는 것이다. 아직 내려놓지 않은 나머지를 마저 내려놓는다. 이번에는 진짜 연예인도 아이돌도 아닌 신디 자신으로서였다. 톱스타가 아닌 빗속에서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몇 시간이고 기다릴 수 있는 사랑에 빠진 한 여성으로서였다. 이대로 오해한 채로 끝낼 수는 없다. 차라리 거절당하더라도, 아니 설사 거절당한다 할지라도 자신은 결코 이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백승찬(김수현 분)의 위기다. 이번에는 전처럼 그렇게 적당히 도망칠 수 없다.


무거워서였을 것이다. 무서워졌을 것이다. 진심이기 때문이다. 탁예진(공효진 분)과 라준모(차태현 분)가 서로에 대한 자신의 진심을 애써 감추고 억누르려 하는 이유일 것이다. 너무나 간절하기 때문에 오히려 두려워하게 된다. 과연 자신의 진심은 전해질까? 혹시 거절당하지는 않을까? 그로 인해 지금의 관계마저 틀어지지는 않을까? 설사 서로의 진심이 통했다 할지라도 그것이 영원하리라는 보장도 없다. 그러면 그때는 또 어떤 얼굴로 서로를 보아야 할까? 아니 무엇보다 자신을 의심하게 된다. 그럼데도 자신이 상대를 좋아해도 좋은 것일까.


믿기지 않았을 것이다. 톱스타다. 대한민국에서 모르는 사람이 오히려 드물 최고의 인기연예인이다. 그런 사람이 자신에게 고백을 해왔다. 어떤 대답을 하든 그 다음이 도저히 감당이 되지 않는다. 물론 아직 신디에게 그만한 각오가 필요할 정도로 감정이 생기지 않은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어떤 어렵고 힘든 과정이 기다리고 있다 할지라도 신디에 대한 자신의 진심을 지켜내겠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신디의 진심을 거절하는 것만으로도 백승찬에게는 너무나 버겁다. 도대체 어떻게 무슨 말로 상처가 되지 않도록 신디의 진심을 다시 돌려줄 것인가. 그래서 도망친다. 진심이 아닐 것이다. 착오일 것이다. 아예 없었던 일처럼.


그러나 결국 아직 그만큼 서로에 대해 간절하지 않다는 뜻이기도 할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탁예진은 언제나 라준모의 주위에 있었다. 라준모 역시 언제나 탁예진의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더 간절한 쪽이 용기를 낸다. 더 절실한 쪽이 행동에 나선다. 조심스럽지만 탁예진이 갚아야 할 수리비를 선물로 받기로 함으로써 더 가까이 다가갈 계기를 만들었다. 탁예진과 처음으로 단둘이 영화를 볼 약속을 잡았다. 약속장소로 가는데 신디의 전화가 걸려온다. 선택의 기로에 선다. 선택해야 할 정도로 신디의 감정이 강하게 백승찬에게 전해진다. 신디의 진심을 밟고 갈 정도로 탁예진을 향한 백승찬의 마음은 절실하기만 한가.


두려움에 대한 이야기다. 진심이 때로 사람을 겁장이로 만든다. 다치고도 차마 상처를 볼 수 없어 애써 외면하려고만 한다. 다치지 않았다. 상처입지 않았다. 그러니 아프지도 않다. 그런데도 너무 아프면 일부러 다른 곳에 상처를 내기도 한다. 다친 곳이 아픈 것이 아니다. 새로 생긴 상처가 아픈 것이다. 상처는 곪고 썩어 언젠가는 돌이킬 수 없게 되어 버린다. 어쩌면 변미숙(나영희 분) 대표도 그런 경우일 것이다. 사랑이 상처가 되었고, 상처가 다시는 사랑할 수 없는 겁장이로 만들어 버렸다. 어차피 신디도 자신을 떠날 것이다. 자신의 앞에서 사라질 것이다. 그때는 다시 누군가 신디를 대신하겠지. 하지만 진짜 신디가 자신을 떠나게 된다면 그때는 어떻게 될까? 그래도 여전히 아무렇지 않을 수 있을까?


일부러 모질게 대한다. 억지로라도 야멸차게 대한다. 단지 비즈니스일 뿐이다. 신디란 단지 자신을 위한 상품일 뿐이다. 그렇게 신디를 위한 행동들마저 위악으로 포장하고 만다. 그리고 어느새 그것이 변미숙 자신이 되어 버렸다. 하필 매니저나 실장이나 모두 신디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이들이었다. 서슬퍼런 변미숙을 거슬러서라도 신디를 돕고 지키고 싶은 사람들이었다. 하필 친구가 없는 신디를 위해 다른 기획사 사장에게 부탁한 것이 신디와 가장 사이가 좋지 않던 고아라였다. 유일하게 신디의 친구가 되어 줄 수 있는 동료였다. 짐승이 사납게 짖는 것은 상처입었기 때문이다. 겁먹었기 때문이다. 


지난회차에서 탁예진에게 걸려온 의문의 전화가 시청자의 관심을 잡아두기 위한 제작진의 짓궂은 장난이었듯, 어쩌면 백승찬의 공을 쳐낸 라준모의 선방도 페이크에 불과할지 모른다. 골키퍼 있다고 골이 안들어가는가. 그러나 정확히 골대 안으로 차넣은 공이 들어가지 않는다면 그것은 오로지 골키퍼 때문일 것이다. 아직 라준모와 탁예진 사이의 곰삭을 정도로 오랜 인연을 파고들기에는 백승찬과의 사이에 쌓여진 서사가 너무 적다. 그렇더라도 결국 백승찬이 어떤 선택을 하는가에 따라 이후의 전개와 결말이 크게 달라질 것이다.


아직까지는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 라준모에게도, 신디에게도 아직 기회는 남아 있다. 아니 탁예진에게도, 백승찬에게도 기회는 남아있을 것이다. 아주 작은 계기 하나로도 사람의 운명은 바뀔 수 있다. 하지만 역시 무엇이 되었든 결국 쟁취하는 것은 먼저 행동에 나서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신디가 먼저 움직인다. 아직 라준모는 뒤로 한 발 숨어있다.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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