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 - 악과 선, 변지숙 최민우를 구하다
이해할 수 없다. 오로지 변지숙(수애 분)만이 모든 욕망으로부터 자유롭다. 가족이 아닌 무엇에도 유인되거나 매혹되지 않는다. 흔들리지도 바뀌지도 않는다. 그래서 차라리 인간같지 않다. 어떻게 그 탐욕의 한가운데에서 그토록 홀로 순결하고 고고할 수 있는가.
악마가 있다. 악마의 속임수에 넘어간 천사가 있다. 악마는 천사를 손아귀에 쥐고 모두를 파멸시킬 사악한 음모를 꾸민다. 천사는 악마에게 사로잡힌 뒤에도 추악한 탐욕의 한가운데에서 모두를 구원하려 한다. 당장 최민우(주지훈 분)가 달라진다. 더 솔직해지고 더 당당해진다. 최민우와 함께 쇼핑몰 사업의 결과 하마트면 생업에서 쫓겨날 뻔했던 시장상인들까지 구원한다. 변지숙을 중심으로 최민우를 노리는 송여사(박준금 분)와 누나 최미연(유인영 분)의 계획이 구체화된다. 변지숙을 이용해서 최민우를 넘어뜨리겠다.
완전한 악일 것이다. 원래의 얼굴마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민석훈(연정훈 분)은 철저히 자신의 악에 물들어 있다. 그리고 그런 민석훈의 반대편에 그에게 영혼을 사로잡힌 순결한 선의가 있었다. 차라리 신화나 종교에 더 가까울 것이다. 성스러울 정도로 강한 빛이 그림자마저 지우고 캐릭터를 평면으로 만든다. 그나마 동생인 변지혁(이호원 분)의 갑작스런 등장이 드라마에 입체감과 색채를 부여한다. 변지숙을 중심으로 인물들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욕망이 바쁘게 움직이는 가운데 순결한 선의만이 오롯이 지키고 서 있다.
그래도 선이 승리한다는 것은 모순된 세상을 살아야 하는 모두에게 바라마지 않는 꿈일 것이다. 정의가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은 부조리한 세상에서 기대고 싶은 판타지일 것이다. 어쩌면 시청자들에 비해서도 한참 가난하고 비참한 현실을 살아가던 주인공이었을 것이다. 주인공의 강하고 선한 의지가 탐욕으로 찌든 군상들을 바꾸고, 심판하고, 구원한다. 뻔하고 진부하기까지 한 대사이고 연출일 테지만 그럼에도 기대하게 하는 것이 있다. 드라마에서나마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꿈을 보고 싶다. 개연성이고 논리고 상관없이 그저 바라는 것을 보고 싶다.
변지혁이 우연히 누나 변지숙과 닮은 서은하의 존재를 알고 그녀를 의심하여 찾아온다. 어머니를 찾으려던 변지숙의 노력이 송여사와 최미연으로 하여금 서은하와의 관계를 의심케 한다. 서은하는 민석훈이 자신의 야망을 이루기 위해 준비한 모든 것이었다. 변지숙의 정체가 밝혀져서는 안된다. 전혀 엉뚱한 오해 속에 관계와 사건들은 얽혀간다. 최민우는 변지숙을 향해 어느새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최민우의 어머니와 관련한 기억이 수상쩍다. 변지숙을 계기로 지금까지와는 다른 기역의 편린들이 떠오른다. 겨우 한숨 놓으려는 순간 찾아온 변지혁이 어떤 변수가 되어 드라마를 흔들어놓을까.
민석훈을 향한 최미연의 감정이 상당히 애닲게 그려진다. 이미 민석훈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다. 민석훈은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며, 지금도 역시 거짓말로 자신을 속이고 이용하려 할 뿐이다. 모를 수 없다. 그만큼 민석훈을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민석훈이 의도한 대로 순순히 속아주고 이용당해준다. 거짓일지라도 자신을 사랑해주는 민석훈을 그녀는 도저히 거부할 수 없다. 순진한 것과 선한 것은 전혀 별개다.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민석훈이 꾸미고 있는 악의에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스스로 선택하여 휘말릴 수밖에 없다.
개연성이 많이 떨어진다. 전체적으로 많이 허술하다. 마지막 장면에서 시장상인과 상생하는 새로운 쇼핑몰 기획을 발표할 때는 너무 갑작스러워 뜬금없기까지 했었다. 그럼에도 공중파 드라마로서의 주제의식은 명확하다. 과감하기도 하다. 흥미롭다. 미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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