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맨도롱 또똣 - 등떠밀기, 스스로는 멈춰 있을 뿐인 그들

까칠부 2015. 6. 26. 04:28

결국 억지로 등떠밀어 보내고 만다. 솔직해져야 한다. 진실해져야 한다. 제 발로 나설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정작 이야기를 꼬고 비트는데만 정신이 팔린 사이 자신도 모르게 그 때를 놓쳐 버리고 만다. 백건우(유연석 분)가 한국을 떠나겠다고 말하는데도 오히려 이정주(강소라 분)와의 오해는 깊어지기만 할 뿐이다. 떠날 시간은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오해를 풀기 위한 어떤 계기도 단서도 주어져 있지 않다. 누군가 나서서 억지로라도 매듭을 풀어야 한다.


공정배(이한위 분)가 백건우를 위해 두 사람을 유인해서 낡은 집에 가두는 장면에서는 잠시 어안이 벙벙했었다. 그동안 노골적으로 읍장인 황욱(김성오 분)의 편을 들던 공정배가 느닷없이 백건우의 생부인 진태용(최재성 분)으로부터 받은 은혜를 떠올리더니 백건우의 편을 든다. 하필 황욱이 이정주에게 프로포즈하려 그녀를 불러낸 그 시간이었다. 두 사람이 갇힌 낡은 집에는 두 사람을 위한 세심한 배려까지 준비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는다면 뒤틀린데다 고집까지 센 두 사람은 결코 서로에게 솔직해지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까지 하고도 아직 풀리지 않은 두 사람의 오해를 위해 이번에는 정풍산(진영 분)과 목지원(서이안 분)이 직접 나선다. 아무래도 혼자 힘으로는 문제를 풀 수 없을 것 같으니 아예 노골적으로 힌트와 답을 적어준다. 백건우의 말 몇 마디에 갑자기 태도가 돌변한 목지원의 캐릭터가 당황스럽다. 마치 선전포고하듯 당당히 백건우는 혼자서 떠났으며 자기도 마음대로 백건우를 따라가겠다 선언한다. 원래 그런 캐릭터였던가. 


백건우가 사실은 그동안 그것도 무척 이정주 자신을 좋아한다며 주위에 이야기하고 다녔었다. 백건우가 떠나기로 결심한 데에도 형 송정근(이성재 분)과 관련한 남모를 피치못할 사정이 있었다. 심지어 황욱마저 괴로워하는 이정주를 보고 어쩔 수 없이 그날의 진실을 털어놓는다. 백건우는 자신을 찾아왔었다. 그렇게 떠밀고 떠밀고 떠밀고 나서야 비로소 이정주는 백건우를 쫓아 뛰어갈 이유를 가지게 된다. 그러나 이정주가 그대로 백건우를 따라잡기에는 아직 1주라는 시간이 더 남아 있다. 끝나기에는 아직 이르다.


결국은 외로움에 너무 길들어 버린 그들 자신의 왜곡된 내면에서 비롯된 문제들일 것이다. 누군가로부터 사랑받아 본 기억이 없다. 따라서 누군가 자신을 사랑할 것이라는 기대도 믿음도 없다. 그런 자신을 사랑할 수는 더욱 없다. 그런 주제에 그런 자신에 대한 확신만 고집스럽게 확고하다. 목지원을 향한 자신의 집착에 흔들리고, 황욱을 비롯한 주위의 사정에 휩쓸리며 정작 자신의 감정에는 소홀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정주가 자신을 마음에 두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끝끝내 자신의 진심을 전하는데는 비겁해진다. 항상 머뭇거리며 눈치보는 데만 익숙해지다 보니 이제는 그런 자신이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여겨진다. 힘으로 부수지 않고서는 관성이 되어 버린 일상을 바꿀 수 없다.


겨우 1주 남았을 뿐이다. 고작 2회 남은 동안 모든 이야기를 무리없이 끝내려면 그동안 벌려놓았던 이야기를 이쯤에서 적당히 수습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그들의 캐릭터가 가지는 관성에 기대 일상적이고 일관된 이야기들을 꾸려왔다면, 이쯤에서 어느 정도 정리하고 마무리에 들어갈 필요가 있었다. 여전히 그 자리에 멈춰서 있는 캐릭터들을 억지로라도 등떠밀어 움직이게 해야만 한다. 그동안 너무 마음놓고 있었다. 갑작스럽게 너무 바쁘다.


http://www.stardaily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624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