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싸가지없는 진보 - 정치와 설득의 의무...???

까칠부 2015. 6. 26. 15:45

민주주의 사회에서 구성원 개인은 곧 단위다. 누구에게 속하지도, 누군가에 의지하지도 않는다. 정치적 책임 역시 오롯이 자기 자신이 진다.


자살도 권리다. 모든 개인에게는 - 아니 모든 살아있는 것에는 자기파괴의 권리마저 있다. 자기를 어떻게 하든 모든 권리는 자기 자신에게 귀속되는 것이다. 사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반드시 옳은 판단을 해야 할 필요도 없고,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판단이어야 할 필요도 없다. 설사 책임따위 지고 싶지 않아도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선택에 대한 책임을 결과로써 지게 된다. 누가 강요할 수도, 강제할 수도 없다.


반대자들을 설득해야 한다. 중도자들을 납득시켜야 한다. 왜? 어째서? 그들은 머리가 없는가? 그들은 손이 없고, 입이 없는가? 알아서 판단한다. 알아서 생각하고 알아서 결론을 내린다. 그리고 행동한다. 책임도 진다. 그것은 오로지 그들 자신에게 속한 신성한 권리다. 그들과 반대편에 서 있거나, 다른 곳을 바라보는 이들이 일부러 자신을 희생하고 양보해가며 그들을 바꿔주어야 할 이유따위는 어디에도 없다.


그래서 그렇게 판단했으면 그 역시 전적으로 판단한 자신의 책임이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그렇게 선택했으면 그에 대한 책임은 온전히 자신이 지면 되는 것이다. 싸가지없는 진보란 그 책임을 어느 한 쪽에게 떠넘기려는 것이다. 그들이 다른 판단을 하고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어느 일방이 배려했어야 했다. 오만이다. 누군가 싸가지있든 없든 그같은 판단을 하고 선택을 한 것은 전적으로 자신에게 속한 행위인 것이다.


누군가가 마음에 들지 않아 4대강을 지지했다. 그래서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최소한 싸가지보다 4대강이 더 중요하지 않은 문제라 여겼었다. 방산비리와 자원외교의 문제를 싸가지보다 더 가치없는 문제라 여겼었다. 불법 선거자금 문제조차 싸가지에 비하면 하찮다 여겼었다. 그 책임을 지는 것이다. 다른 누군가에게로 가는 것이 아니다. 선택한 자신 역시 그 책임을 져야만 한다.


내가 정치적으로 - 아니 어떤 사안에 대해서든 누군가를 설득하려는 목적으로 글을 쓰지 않는 이유다. 선택은 자신의 몫이다. 판단은 자신의 몫이다. 나 역시 내 자신의 몫으로써 현실을 비판하고 또는 비웃는다. 그것을 가지고 무엇이라 생각하고 여기든 그 역시 자신의 몫이다. 내가 아니다. 탓을 한다면 단지 핑계가 필요했을 뿐이다. 그 정도로 자기 확신이 없으면서 결국 그렇게 선택한다.


내가 싸가지없는 진보론에 동의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왜 설득해야 하는가. 왜 납득시켜야 하는가. 왜 돌아서게 해야 하는가. 기술이 아닌 태도가 문제라면, 그것도 정치인이 아닌 지지자의 문제라면, 그렇다면 다른 쪽에 선 구성원들은 독자적으로 판단할 능력이 없는 한정치산자들이라는 뜻인가. 역시 오만이다.


싸가지없는 진보론 이후 그런 주장들을 자주 접하게 된다. 야권 지지자들의 태도가 여당을 선택하게 한다. 정확히 여당을 선택하는 것은 결국 누구이던가. 그만한 자신도 없이 선택하는 것이었는가.


여당을 지지하는 것 가지고 무어라 하지 않는다. 야당하는 꼬라지 보니 야당보다는 여당을 더 믿을 수 있다. 여당의 정책이 더 자신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 여긴다. 나라를 위해서도 이익이 될 것이라 여긴다. 단지 비겁하다는 것이다. 그래 놓고서 어째서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떠넘기려 하는가.


각자 선 위치에서, 자기가 바라보는 만큼 판단하고 결정하고 선택한다. 그 결과에 대한 책임도 자신이 진다. 그것이 민주주의다. 다른 사람 때문이 아니다. 다른 누군가로 인해서가 아니다. 나는 다른 어느 누구에 대해서도 책임을 위임받은 바 없다. 다른 구성원들도 마찬가지다.


차라리 한심하다. 선택은 하고 책임은 지지 않는다. 판단을 하고 그에 대한 책임은 누군가에게로 떠넘긴다. 모든 구성원은 대등하다. 독립되어 있다. 자신이 주체다. 그것을 잊는다. 한심한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