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기억해 - 전지전능, 혼자서의 짐이 너무 무겁다
굳이 이현(서인국 분)이 직접 격투까지 벌이며 싸움실력을 보여주었어야 했는가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악마적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탁월한 지적 능력을 가진 인물로 설정되어 있었다. 가만히 앉은 채로도 몇 가지 단서만 주어지면 사건과 범죄자에 대한 아주 구체적인 부분까지 단숨에 꿰뚫을 수 있다. 그런데 싸움실력까지 남다르다. 틈이 없다.
기왕에 상설부서도 아닌 경찰 본청 특수범죄수사팀까지 설정해서 등장시키고 있었다. 팀장인 강은혁(이천희 분)부터 하나같이 남다른 강한 개성과 매력으로 무장한 인물들이었을 것이다. 더구나 철저히 경찰을 농락하고 탈옥한 뒤 살인까지 저지른 천재적인 범죄자 이준영이 이현이 쫓고 있는 그의 적이었을 것이다. 적은 더 크고 더 강할수록 시청자로 하여금 더 집중케 하고 긴장케 만든다. 당연히 이길 수 있는 적이라면 그만큼 흥미도 떨어진다.
경찰의 자원과 인력을 동원할 수 있다. 그 가운데는 직접 수많은 사건을 해결했던 베테랑도 포함되어 있었다. 팀장 강은혁(이천희 분) 역시 허술해 보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선택된 엘리트 가운데 하나였을 것이다. 무엇보다 히로인인 차지안(장나라 분)이 특수범죄수사팀의 일원이었다. 일방적으로 도움을 받기만 하는 존재가 아닌, 이현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파트너로써 서로 협력해간다. 처음에는 이현의 프로파일링에 일방적으로 기대고 있을 뿐이지만 점차 경찰만이 할 수 있는 수사를 통해 이현을 돕게 된다. 어쩔 수 없이 주위의 도움에 기댈 수밖에 없는 이현 개인의 약점은 그를 위한 필연이 되어 준다. 누군가 이현을 노리고 함정에 빠뜨리려 한다면 그를 위기에서 구해줄 또다른 누군가가 필요하게 될 것이다.
수사는 이현만이 한다. 오로지 이현만이 감춰지고 지워진 진실에 다가갈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나머지는 단지 손발이 되어 이현이 보고 듣고 생각한 것들을 현실에서 행동으로 옮긴다. 히로인인 차지안조차 이현과 결코 대등해질 수 없다. 처음에는 신기하기도 하겠지만 반복된 노출은 결국 시청자의 내성만 키워 줄 뿐이다. 아니면 일찌감치 이준영을 등장시켜서 두 사람의 대립과 대결을 중심으로 드라마의 긴장을 한층 조여준다. 이현이 누명을 썼을 대 특수범죄수사팀원들은 어떻게 그를 도울 수 있을 것인가.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하도록 뒤만 쫓는 사이 단조로워지고 지루해진다.
물론 만능의 히어로라는 것도 아주 없지는 않다. 약점이라고는 없는 만능의 캐릭터인데 충분히 재미있는 경우도 당연히 많다.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이현 개인의 역량에 너무 기대야만 한다. 이현이 추리하고, 이현이 직접 격투까지 벌이며 범죄자를 체포한다. 나머지 캐릭터가 전부 들러리로 전락하고 나면 그만큼 이현의 캐릭터에 지워지는 부담 역시 커질 수밖에 없다. 어쩌면 이현이 직접 범죄자와 몸싸움까지 벌여야 했던 것은, 단지 머리로 추리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한 존재감과 매력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줄 수 없을 것이란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다. 서인국은 충분히 매력적인 배우지만 차지안을 만나 몇 가지 중요한 힌트를 주는 것만으로 드라마의 중심을 잡고 이끌어가기에는 힘이 아직 부족하다. 보다 원초적이고 직접적인 수단에 의지할 필요가 있다.
어쩌면 아직 초반이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아직 차지안에 대해서 다 밝혀진 것이 아니다. 특수범죄수사팀 역시 모든 것을 다 보여주고 있지 않다. 역시 이현만 너무 앞서가고 있다. 이현이 빠진 함정이 그 부조화와 모순을 해결하는 계기가 되어 줄 수 있다. 어쩔 수 없이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지금은 일방적으로 도움만을 주는 입장이다. 굳이 협력관계가 아니더라도 서로 나름의 방법으로 진실을 쫓으며 경쟁하는 도중 어디선가 만나게 된다. 아니라면 벌써부터 사람들이 너무 많다. 더 단순해질 수도 있다.
이준영은 아주 가까이에 있다. 흔한 설정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이준영은 이현의 주위에서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다시 만나자는 초대장이었다. 다시 만나기 위해서는 먼저 이준영 자신부터 찾아야 한다. 충분히 찾을 수 있게 단서를 준다. 퍼즐을 맞춰간다. 혼자서 찾아야 한다. 혹은 누군가와 함께 찾는다. 운명이 아닌 악의 의지가 그들을 그리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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