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 - 주제의 상실...
모든 창작물은 결국 주제와 변주로 이루어져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창작자의 의도가 녹아든 주제와 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나머지다.
과연 드라마 '가면'의 주제는 무엇인가. 그러니까 첫회부터 지금까지 일관된 방향을 가지고 드라마를 지탱하고 있는 중심소재나 줄거리는 무엇인가. 변지숙이 서은하의 대신이 되었다. 그 다음은?
차라리 시트콤이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자신과 닮은 다른 사람을 대신하면서 생기는 에피소드들을 단지 나열한다. 왜? 어째서? 무엇때문에? 무엇을 목적으로? 그리고 중심인물들은 그로 인해 어떤 식으로 영향을 받고 변화해가는가. 중심이 되는 사건과 그와 관련한 인물들의 관계와 그로 인해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들이 하나의 굵은 서사를 만든다. 그런데 무엇이 있을까?
드라마만큼이나 인물들도 허술하다. 변지숙도 민석훈도 정작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하다. 그런 허술함이 드라마를 느슨하게 풀어버리고 만다. 사건들은 제각각 연관성 없이 일어나며 각각의 사건들에 대한 개별적 판단만이 존재할 뿐이다. 부분부분은 재미있을지 몰라도 전체가 없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지금에 와서 그런 것은 아예 관심조차 없다. 비판할 가치도 없다기보다 보고 있는 시간이 아깝다. 이걸 여기까지 보며 왔었다. 헷갈린 이유다. 중심이 없다. 중심을 가지고 판단할 부분이 없다.
배우들의 연기는 참 나쁘지 않은데. 캐릭터의 매력 역시 충분하다. 사건이 안 일어난다. 캐릭터를 살릴 수 있는 사건이다. 무어라도 해야 하는데 하는 게 없다. 기대가 아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