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도롱 또똣 - 사족처럼, 로맨스와 드라마의 이유
반성을 모르는 것일까. 아니면 원래 타고나길 그렇게 타고난 것일까. 하기는 굳이 만나려 한다면 반드시 제주도여야 할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이제는 형수가 된 김해실(김희정 분)과의 악연 때문에 형 송정근(이성재 분)을 배려하느라 급하게 제주도를 떠났던 것이지 아예 한국땅에 머물 수 없는 다른 사정이 생겼던 것이 아니다. 배 한 번만 타면 당일치기로 가까운 육지의 해안에서 볼일까지 보고 돌아올 수 있었다. 그래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던 것일까.
어쨌거나 그래서였을까. 정작 1년만에 돌아오고서도 그들은 여전히 서로에게 솔직하지 못하다. 그토록 간절히 서로를 바라고 기다려 왔음에도 정작 얼굴을 마주하고서는 솔직한 한 마디를 끝내 전하지 못한다. 떠 볼 것이 라니라 먼저 고백부터 했어야 했다. 설사 그동안 마음이 바뀌고 멀어졌다 할지라도 후회는 남기지 말았어야 했다. 떠나는 백건우(유연석 분)를 이정주(강소라 분)가 공항까지 쫓아갔던 것은 무엇때문이었는가. 이대로 다시 떠나는 백건우를 바라만 보고 있을 것인가. 이정주만 남겨둔 채 다시 혼자서 떠나려는 것인가.
하지만 어떻게 보면 그렇기 때문에 로맨스라는 것은 존재한다. 솔직하지 못해서. 용감하지 못해서. 혹은 열등감 때문에. 혹은 남모를 상처로 인해서. 그래서 좋아하는데도 서로에게 다가가지 못한다. 가까이 있으면서도 서로에게 마음을 터놓지 못한다. 주위만을 맴돌며 그저 바라기만 할 뿐이다. 수많은 오해와 엇갈림이 마치 운명처럼 서로에게 이끌리는 자연스러운 과정마저 온갖 기기묘묘한 모습과 색깔로 바꾸어 버린다. 그래서 드라마다. 무려 15회다. 형 송정근은 더 늦게 만나서 결혼까지 하고 잘 사는데 아직 백건우는 가야 할 길이 멀다.
결국 주위에서 먼저 나서야 한다. 그 과정이다. 정풍산의 SNS가 다시 돌아온 백건우와 이정주를 잇는 매개 역할을 한다. 이정주를 그토록 좋아하고 쫓아다니던 황욱(김성오 분)마저 여전히 지지부진한 두 사람을 위해 백건우의 손을 잡아끌어 술을 먹인다. 술에 취해 인사불성인 백건우에게서 이정주는 처음으로 그의 진심을 듣게 된다. 백건우 역시 이정주의 사촌동생 정민의 아내가 된 그녀의 친구에게서 자신이 미처 알지 못하던 옛이야기까지 전해듣는다. 목지원의 거짓말에도 더 이상 흔들리지 않는다. 비로소 이정주는 흔들리지 않는 확신을 가지고 백건우 앞에서 솔직해지고 당당해질 수 있다. 바로 그같은 관계들이야 말로 서사의 완결일 것이다. 그동안의 이야기들의 결산일 것이다.
공정배(이한위 분)의 말은 위기이자 곧 기회다. 진태용(최재성 분)이 아니었다. 그러므로 진태용의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백건우가 죄인이 되어야 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만일 진태용이 아니었다면 당시 진태용이 짓지도 않은 죄를 대신 뒤집어쓴 것은 누구를 위해서였을까? 누구를 지키고자 그는 스스로 죄인이 되었던 것일까? 김해실은 송정근을 사랑한다. 송정근도 김해실을 진심으로 사랑한다. 이정주와 제주도에서 함께 살기 위해서는 김해실의 인정과 용서가 필요하다. 드라마가 끝나는 순간이다.
아쉽다면 과연 지금에 와서 굳이 백건우의 누나 차희라(옥지영 분)와 황욱이 이어져야 할 당위가 있는가 하는 점일 것이다. 아예 뻔뻔할 정도로 노골적이다. 티나게 작위적이다. 남자에게 차이고 홧김에 술을 마시는데 황욱이 찾아와 야단을 치며 적당한 박력과 배려를 보여준다. 그런 황욱에게 차희라가 어느새 호감을 보여준다. 어떻게든 남기는 것 없이 완벽하게 마무리하고자 하는 고집이 오히려 사족을 만들고 만다. 필요없는 나머지다. 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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