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도롱 또똣 - 사족, 너무 긴 꼬리가 여운마저 삼키다
지루했다. 15회와 16회의 순서를 바꿨어야 했다. 멀리 떨어진 상태에서도 얼마든지 서로에 대해 들을 수 있고, 알 수 있다. 그동안 전혀 알지 못하던 진실을 알게 되고, 쌓였던 오해와 엇갈림도 풀어가고, 만남을 위한 준비를 한다.
사랑이야기의 끝은 역시 이 한 마디로 충분하다.
"그리고 두 사람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굳이 더 덧붙일 것도 없고, 애써 꾸미려 할 것도 없다. 결국 모든 것은 그 한 마디를 위한 과정이었을 것이다. 서로 만나고, 반하고, 오해하고, 부딪히고, 엇갈리고, 때로 멀어지기도 하고, 그러다가 어느 순간 자신과 서로에 대해 솔직해지며 그동안의 모든 오해를 풀고 화해하게 된다. 사랑의 시작이 곧 사랑이야기의 끝이다. 그런데 정작 그동안 미뤄왔던 고백도 하고 연인까지 되었는데 아직 남은 이야기들이 너무 많다. 그다지 중요한 이야기도 아니다. 흔한 연인들의 대화가 낯간지러울 정도로 지리하게 반복되고 있었다.
김해실(김희정 분)에게서 전남편을 앗아갔던 30년 전 교통사고의 진실은 송정근(이성재 분)과의 사이에서 더 큰 긴장과 위기로 다가갔어야 했다. 자칫 이대로 사고의 진실이 밝혀지고 나면 그토록 사이좋던 두 사람이 영영 헤어지게 될지도 모른다. 결국 두 사람의 사랑을 지켜낸 것은 서로에 대한 자신들의 올곧고 순수한 마음이었을 테지만, 그것을 보여주는 방식이 너무 고루했다. 진태용(최재성 분)의 말 몇 마디와 송정근이 감춰둔 마지막 보물이 너무도 허무하게 김해실의 분노와 갈등을 녹여버린다. 아니 갈등이랄 것도 없었다. 시작하기도 전에 두 사람의 어쩌면 위기는 순식간에 끝나버리고 만다.
지난 회차에서도 지적했지만 굳이 마지막 장면에서 황욱(김성오 분)과 차희라(옥지영 분)가 이어져야만 하는 당위가 있는가. 드라마 내내 서로 마주한 장면도 적었고, 그래서 15회에서 다시 만나고서도 황욱이나 차희라나 서로를 전혀 알아보지 못하고 있었다. 단지 주인공의 누나였을 뿐이다. 주인고을 짝사랑하여 따라다니던 남자였을 뿐이다. 나름대로 비중있는 등장인물들이었을 테니 두 사람도 역시 마지막에는 행복해졌으면 한다. 마침 두 사람 모두 혼자가 되었으니 그냥 이어주자. 지나치게 꼼꼼한 나머지 필요없는 부분에 대해서까지 에너지를 낭비하고 만다. 흔히 말하는 뱀발 '사족'이다. 목지원(서이안 분)이 개그캐릭터가 된 것은 그동안 주인고을 괴롭힌 것에 대한 응징이었을까.
굳이 제주도여야 하고, 반드시 소랑마을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설명 역시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백건우가 떠나기를 망설인 것은 오로지 강소라 때문이었다. 이정주(강소라 분) 역시 소랑마을과의 인연 때문에 백건우를 따라나서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 지금이라도 떠날 수 있다. 어디서는 두 사람이 원한다면 다른 곳에서도 얼마든지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을 빠뜨린다. 반드시 그곳에서 살아야만 하는, 살고자 하는, 땅과 사람과의 관계 역시 인연이며 필연일 것이다. 가장 의문인 부분이다. 굳이 소랑마을이 고향인 김해실을 일부러 일본으로 데려가지 않아도 이정주가 제주도를 나와 살면 모든 문제는 해결된다.
마지막 2회는 사실상 나머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을 것이다. 굳이 추가된 이야기들마저 시간에 맞추느라 얼버무리듯 끝맺고 만다. 몇 회 분량을 한 번에 몰아 본 듯 지쳐버린다. 다른 현실적인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실망스러웠던 마무리였다. 시간이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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