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기억해 - 시체없는 살인과 정선호의 정체, 운명을 예고하다
어차피 대부분의 시청자가 벌써부터 눈치채고 있던 부분일 것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데 굳이 멀리 돌아갈 필요는 없다. 드라마에서의 비중과 나이대를 고려했을 때 정선호(박보검 분) 말고는 이현(서인국 분)이 어려서 잃어버린 동생 이민에 어울리는 인물이 없다. 지난 회차에서 서로 엇갈린 운명을 맞았던 두 친구 이정하와 이진우는 이를 위한 복선이었을까?
이준영(디오 분)이 탈옥하여 집으로 찾아와 아버지 이중민(전광렬 분)을 살해하던 그 순간 이민은 몰래 집을 빠져나와 낯선 차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주차된 차에 차문이 열려 있었고, 더구나 주차되어 있던 곳이 어린 이현과 이민의 집 근처였었다. 어린 이민이 숨어있는 사이 차는 출발했고 운전석에 있던 이준영이 어린 이민을 발견한다. 과연 이준영과 어린 이민의 사이에는 그동안 어떤 일들이 있었던 것일까?
시체가 발견된다. 배에 실어 해외로 내보내려던 상자들 가운데 사흘전 실종되었다는 물류회사 여직원의 시체가 숨겨져 있었다. 이대로 다른 상자들과 함께 배에 실어 바다로 나간 뒤 누군가 표식을 알아보고 그 상자만을 바다에 버리면 상자속 시체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고 만다. 그동안 정체를 알 수 없는 의뢰인의 지시를 받고 시체를 처리해 온 살인범이 마지막으로 처리한 시체의 주인공이 얼마전 실종된 검찰부장이었다 증언하고 있었다. 전화로 목소리만 들었을 뿐이라던 살인범 장일주가 정선호의 목소리에 반응하고 있었다.
아버지 이중민은 아들 이현이 장차 끔찍한 범죄자가 될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이민은 무시되었다. 어린 이현이 아버지에 의해 폐쇄된 방에 갇혀지내던 사이 이민은 자유롭게 집안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아버지가 살해당하던 그날 이현은 남았고 이민은 사라졌다. 이현은 아버지의 친구이던 현지수(임지은 분)의 보살핌을 받게 되었고, 이민은 이준영과 함께 있었다. 역시 지난 7회에서 친구이던 이정하와 이진우 두 사람에게 던졌던 물음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죄란 선천인가, 아니면 후천인가? 악이란 본성인가, 아니면 환경인가? 그도 아니면 누군가의 지시로 사체를 유기하던 살인범 장일주가 들은 목소리의 진실한 정체는 무엇인가.
이준영의 정체도 거의 드라나다시피 했다. 비중이나 역할에 비해 이현과의 접촉이 불필요할 정도로 잦다. 의미없이 부딪히고 맥락없이 얽힌다. 정선호와도 어떤 연관을 가지고 있다. 만일 아니라면 그것이 더 큰 반전일 것이다. 이현이 자신을 의심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여유로운 웃음으로 받아넘긴다. 이현이 자신을 의심하든 말든 전혀 상관없다는 태도다. 진짜 아무 상관도 없는 사이라면 충분히 불쾌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름부터가 성의없다. 이준호(최원영 분). 정선호가 형 이현에게 그리움 만큼이나 원망과 증오를 가지는 것은 그의 영향일까?
로맨스는 짧다. 해결해야 할 사건들이 많다. 사건들을 통해 도달해야 할 목적지가 멀다. 이민을 찾았고, 이준영의 정체를 알아도, 그 너머에 숨은 진실까지는 아직 멀기만 하다. 무엇이 감춰져 있을까. 시체없는 살인의 또 다른 가능성을 떠올린다. 흔적도 증거도 없다면 살인사건은 없는 것이다. 실제 물류회사와 배를 이용해 사체를 유기한 것이 그리 오래지 않다. 이준영이 살인죄로 체포된 것은 벌써 20년도 전의 일이었다. 이현과 이민의 어머니가 어떻게 죽었는가에 대한 물음조차 아직 시작도 못하고 있는 상태다. 어떤 비밀이 감춰져 있을까.
어차피 정의가 목적이 아니었다. 범죄자를 체포하여 법에 의해 처벌받게 하려는 동기에서 시작된 것도 아니었다. 오로지 이준영을 잡겠다는 생각 뿐이다. 이준영을 잡고 나서 어떻게 하겠다는 계획도 없다. 복수를 위해 살인까지 저지른 박대영이 차지안(장나라 분)에게 했던 말처럼 그때가 되어야 알게 될 것이다. 과연 그렇게까지 자신이 이준영을 찾고자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이준영과 만나 무엇을 어떻게 하려는 것인지. 복수인지. 아니면 다른 무엇인지. 살인범 장일주에게서 들은 사실을 철저히 감춘다. 경찰에게는 필요없는 정보다. 오히려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방해만 될 뿐이다. 선도 악도 아닌 회색의 이현이 드러난다. 그는 경찰이 아니고, 당연히 살인자도 아니다. 그는 경계에 선 존재다.
정선호가 되어 나타난 동생 이민이 형 이현에게 복수를 계획한다. 정선호의 계획에는 이현의 주위를 맴도는 차지안도 포함되어 있다. 이현은 한 발 다시 이준영에게 다가선다. 정선호의 원망과 증오는 마치 지독한 짝사랑같다. 이준영에 집착하느라 이현은 그 간절한 눈빛을 보지 못한다. 살인범 장일주의 마지막 표정은 잔인한 운명에 대한 예고다.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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