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너를 기억해 - 나란히 선 세 남자, 연극처럼 게임처럼

까칠부 2015. 7. 22. 05:05

그림이 묘하다. 이현(서인국 분)이 의심하고 있는 두 사람 이준호(최원영 분)와 정선호(박보검 분)가 나란히 서서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원래 한 팀이었던 것처럼 호흡까지 척척 맞는다. 주거니 받거니. 누군가 한 마디만 꺼내면 바로 반박하거나, 혹은 그 위에 살을 덧붙인다. 강은혁(이천희 분)이 떠올린 기억은 범인이 숨은 곳을 찾는 마지막 열쇠였다.


필요하다면 악마와도 손을 잡는다. 그토록 간절하고 절실하다면 기꺼이 악마와 계약도 할 수 있다. 경찰로서 성공하기 위해서 과거 현지수(임지은 분) 역시 이준영과 손을 잡은 바 있었다. 이준영의 부탁을 들어줌으로써 중요한 범죄의 정보들을 손에 넣을 수 있었고 그 결과 그녀는 지금의 위치에까지 오를 수 있었다. 그 결과 이준영은 탈옥했고, 그 과정에서 여러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지만, 심지어 오랜 친구인 이종민마저 이준영의 손에 살해당했다고는 하지만, 그러나 아무리 후회하고 있다고 그때로 다시 돌아갔을 때 그녀는 다른 선택을 하게 되었을까?


범죄자란 가장 유능한 탐정이다. 탐정은 단지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범죄자일 뿐이다. 범죄에 대해 범죄자보다 더 잘아는 사람은 매우 드물 것이다. 전문가들이 이미 저질러진 범죄를 뒤쫓아 분석하고 연구하는 사이 범죄자들은 항상 새로운 범죄수법을 연구하고 심지어 직접 행동으로 옮기기까지 한다. 같은 범죄자의 입장에서 과연 어떻게 어떤 심리와 목적으로 범죄를 저지를 것인가를 스스로 궁리하고 답을 찾아낸다. 어쩌면 탐정의 추리란 것도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범죄를 저지르고 은폐할 것인가를 스스로 궁리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만일 나라면. 내가 범인이라면. 하필 이현이 연쇄살인범으로 의심하고 있는 이준호에게서 나온 대사였다.


이준호를 의심한다. 정선호를 의심한다. 그러나 섣부르게 그 사실을 입밖에 꺼내지는 않는다. 이준호도 정선호도 모두 알고 있다. 이현이 자신들을 의심한다. 마치 게임과도 같다. 의심하는 사실을 알고, 의심하는 것을 알고 있다는 사실마저 알고 있다. 그러나 입밖에 꺼내지는 않는다.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다. 결코 부정하거나 회피할 수 없는 확실한 근거를 찾거나, 아니면 다른 조건이 충족되는 그 순간까지는. 이준호와 정선호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게임이다. 그렇다면 그들의 정체를 밝히지 못했을 때 이현이 치러야 할 대가는 무엇인가. 노골적으로 의도를 감춘 채 이어지는 상황극같은 대사들이 그래서 더욱 긴장감을 더하는 역할을 한다.


처음에는 어째서 굳이 세 사람을 모을 필요가 있었을까. 피의자를 심문하면서 나란히 서서 대사를 주고받는 모습에서는 부조리한 콩트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시청자가 아닌 서로와 자신들을 향한 콩트였다. 뻔히 알면서도 모르는 척 이용하고, 이용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 이용당해주고. 그러면서 시청자를 배려해서 가끔 자신의 본모습을 드러내보이기도 한다. 마지막은 역시 자신이 아닌 차지안(장나라 분)을 달려가 안는 이현에 대한 이민의 질투심이면서 분노다. 다시 한 번 자신이 버려졌음을 떠올린다. 역시 정선호와의 사이에서 매개역할을 차지안이 하게 될 것인가.


역시나 공주님을 구하는 왕자님이었다. 왕자님을 구하는 공주님이란 어쩐지 어울리지 않는다. 차지안의 납치가 계기가 되어 두 사람의 사이도 부쩍 큰 진전을 보인다. 차지안의 고백은 구태의연할 정도로 절절하다. 이현 자신도 솔직해진다. 그만큼 결정적인 위기였었다. 두 사람의 사이가 진전되면 남은 것은 과거의 진실과 이준영의 행방 뿐이다. 이준영의 곁에는 이민이 있다. 하나씩 감춰졌던 사실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진실을 향해 한 걸음씩 다가간다. 뻔히 속이 들여다 보이는 연기가 치열함을 더한다. 누구일까? 어디 있을까? 이미 알고 있더라도.


아무래도 얇고 가볍다. 젊기 때문일 것이다. 원래 배우를 지망했던 것도 아니었다. 조금 더 긴장하며 몰입해서 보았어야 할 장면이었다. 오히려 거리를 두고 배우와 드라마를 감상하게끔 만든다. 연기를 지켜보고 내용을 평가한다. 장르의 특성상 주인공의 연기력과 존재감은 거의 절대적이다. 주인공 서인국이 나쁘지는 않지만 썩 충분하지도 않다.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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