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미세스캅 - 명확해지는 적, 모성이라는 계기

까칠부 2015. 8. 11. 04:43

적이 누구인가는 명확하다. 부와 권력, 무엇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독심과 악의까지 두루 갖춘 KL그룹의 오너 강태유(손병호 분) 회장이다. 그의 손발이 되어 경찰을 움직이는 것이 최영진(김희애 분)의 상사인 수사과장 염상민(이기영 분)이다. 과연 겨우 징계에서 풀려나 강력반으로 돌아온 일개 팀장인 최영진이 어떻게 그런 거물과 싸워 승리할 것인가.


강태유의 아들이 살인을 저질렀다. 상해치사든 과실치사든 결국 강태유 아들의 손에 사람이 죽고 말았다. 재빠르게 증거를 없애고 강태유의 힘을 빌어 자살로 꾸미려 한다. 강태유의 사주를 받은 염상민의 노련한 개입으로 사건은 단순자살로 종결되려는 듯 보였다. 하필 최영진이 소장으로 있던 파출소의 관할이었고, 어머니로 돌아가 있던 최영진 앞에 피해자의 어머니가 나타났다. 다시 최영진의 모성에 기댄다. 어머니의 입장에서 딸의 죽음에 대한 납득할 수 있는 답을 찾으려 한다. 묻힐 뻔했던 사건의 진실이 표면으로 드러난다. 의도하지 않게 싸움은 시작된다.


강태유에게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다. 아들을 건드리는 것은 바로 자신을 건드리는 것과 같다. 강태유 역시 그동안 염상민의 도움을 필요로 했던 수많은 사건들의 당사자였다. 염상민은 결코 강태유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다. 강태유의 아들이 용의선상에 오르는 순간 강태유와 그의 지시를 받은 염상민과의 충돌은 피할 수 없다. 박종호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적당히 정의로우면서 적당히 속물적이다. 정치를 안다. 조직과 관계라는 것을 이해한다. 염상민을 달래며 최영진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도록 돕는다. 염상민은 그저 현장에서 수사만 할 줄 아는 최영진으로서는 도저히 버거운 상대다. 역할분담이다. 베테랑 김민종의 짐이 무겁다.


새로운 수사팀이 모인다. 최영진 자신만큼이나, 아니 그보다 더 올곧고 고지식한 원칙주의자 한진우(손호준 분)를 피의자의 신분으로 만난다. 경찰도, 동료도, 선배도 몰라보는 그의 완고함에 최영진 자신마저 학을 떼고 만다. 그저 규정대로 신고되지 않은 일인시위를 중단시키려는 민도영(이다희 분)의 앞을 막아서기도 한다. 자신과 함께 징계를 받았던 조재덕(허정도 분)도 돌아오고, 홀로 남았던 막내 이세원(이기광 분)도 합류한다. 아직 누구와 싸워야 하고,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 아무것도 정해진 바가 없다. 고난의 시작이다. 그만큼 적은 강하고, 그들은 약하다. 때로 법보다, 정의보다 더 강한 악이 존재할 수 있음을 잊지 않는다.


역시나 한결같이 최영진 자신의 모성을 강조하며 매번 중요한 계기로 삼으려는 작가의 의도가 선명히 드러나고 있다. 그래서 제목도 '미세스캅'인 것이다. 그보다는 '폴리스맘'이 더 어울리지 않았을까. 여성이고 어머니다. 그리고 경찰이다. 법과 정의를 지킨다. 이 사회의 가치와 질서를 지킨다. 하필 맞서싸워야 하는 대상이 가부장적 권위를 앞세운 남성들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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