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미세스캅 - 열정의 공회전, 최영진이 주인공이다!

까칠부 2015. 8. 19. 04:40

잠시 돌아간 것이었다. 여전히 최영진(김희애 분)이 주인공이고 중심이다. 그래서 약간은 허탈하기도 하다. 민도영(이다희 분)과 한진우(손호준 분)의 분량이 상당하기는 한데, 정작 사건해결에 있어 비중이란 거의 미미한 수준이다. 열심히는 하지만 결국 사건을 해결하는 것은 최영진의 몫이고 두 사람은 그저 열심히만 할 뿐이다.


하기는 애송이들이다. 민도영은 아예 강력팀 자체가 처음이고, 한진우가 그나마 낫다지만 경력도 짧은데다 오랫동안 현장을 떠나있기까지 했다. 최영진은 물론이고 조재덕(허정도 분)에 비해서도 경험도 실적도 모두 한참 부족하다. 그런데도 단지 재능이 있고 열정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벌써부터 사건해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흥미롭지만 너무 지나치게 드라마다. 시행착오도 겪고, 좌절도 경험한다. 조금씩 성장해간다.


문제는 조재덕(허정도 분) 역시 사건해결에 있어 정작 기여하는 바가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그나마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 민도영과 한진우를 보여주느라 뒤로 밀린 탓도 있을 테지만, 그러나 어차피 사건을 해결한 것은 오로지 최영진 자신의 직관과 의지, 역량, 노력에 의한 것이었다. 다른 어느 누구의 도움도 없이 오로지 최영진 자신의 실력만으로 아무도 보지 못한 것을 찾고 사건의 진실을 꿰뚫을 수 있었던 것이었다. 진범을 찾아낼 수 있었다. 차라리 박종호(김민종 분)처럼 아예 한 발 물러서 있으면 모를까, 범인을 찾기 위한 모든 노력은 의미없는 공회전에 지나지 않을 수 있는 것이었다.


차라리 최영진이 뒤로 반 걸음 물러난 듯 보였던 지난회차가 더 나았다 여겨질 정도다. 조재덕이나 이세원(이기광 분)은 여전하지만 그나마 민도영과 한진우에게는 상당한 역할이 부여되고 있었다. 자료를 뒤져 증거를 찾고, 몸으로 부딪히며 사실관계를 확인한다. 최영진은 최영진 나름대로 CCTV 영상과 팀원들이 수사한 내용들을 토대로 사건의 실체에 접근해간다. 그러나 결국 데우스 엑스 최영진으로 끝나고 만다. 최영진이 주인공이고 드라마의 중심이다. 아니 그것을 넘어 드라마의 전부가 된다.


처음 드라마의 주제인 것처럼 여겨지던 최영진의 모성은 이번회차에서도 여전히 한참 뒤로 물러나 있다. 딸과 함께 있는 장면은 수사를 위한 단서 겸 PPL을 위한 장면에서나 잠시 양념처럼 스쳐지나갈 뿐이다. 그냥 최영진이 아이엄마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잊지 않을 정도로만 머문다. 그렇다고 강력1팀에서의 일상이 그것을 대신할 정도로 최영진을 중심으로 유기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느가면 아무래도 세대차이인지 민도영, 한진우 등과 전혀 따로 노는 경향이 강하다. 가족까지는 아니더라도 팀으로써 아직 하나로 녹아들지 못하고 있다. 이 역시 앞으로를 위해 남겨놓은 숙제였을까?


최영진이 사건해결에 중요한 실마리가 될 단서를 찾아내는 과정이나 그 내용은 매우 탁월했지만, 그러나 추리드라마가 아닌 수사드라마로서 완성도만 놓고 본다면 실망스러운 부분들이 적지 않았다. 무엇보다 팀이 배제되어 있었다. 팀원들이 사라져 있었다. 오히려 사건해결에 열심이었기에 민망할 정도로 허튼 노력으로 끝나고 말았다. 아무리 미숙한 신임에게 성장을 위한 동기로써 좌절을 겪을 필요가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 역시 한 주의 분량 안에 배치하는 배려가 필요했다. 팀으로서가 아닌 한 남자와 한 여자로서, 혹은 개인과 개인 사이의 갈등과 다툼만이 남는다. 아직도 최영진은 두 사람을 팀원으로 여기지 않고 있는 것일까.


모리어티 이후 모든 범죄의 배후에 존재하는 근원적인 악의의 존재는 매우 매력적인 소재로 여겨지게 되었다. 그것은 신의 반대편에서 인간을 유혹하여 악과 죄로 이끄는 저주스런 존재와도 닮아 있을 것이다.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고, 선이 있으면 악이 있으며, 질서가 있으면 혼돈도 있다. 법과 정의를 지키려는 이들이 있다면 그 반대편에서는 그것을 훼손하고 더럽히려는 이들이 존재한다. 하필 중견기업의 오너인 이유는 자본이란 곧 욕망인 때문일 것이다. 순수할 정도로 추악한 욕망이 부와 함께 죄의 탑도 같이 쌓아 올린다. 돈이 되는 일이란 무엇이든 한다. 마약이든, 혹은 인신매매든. 그보다 더한 일일지라도.


사실 개연성이 상당히 떨어지는 부분이다. 차라리 신화적이고 우화적이다. 강태유(손병호 분) 정도의 성공한 기업인이라면 이미 많은 부분이 세상에 노출되어 있을 것이다. 아무리 아무리 가리려 해도 세상의 관심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피고 있을 것이다. 가장 믿지 못할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사람의 욕심이다. 잃어야 할 것이 많은데 자칫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는 죄악에 여전히 깊이 관여되어 있다. 하필 그와 관계된 사건들을 아들과 관련해 악연이 있는 최영진이 수사하려 한다. 지금껏 강태유를 지키고 성장시켜 온 그것들과도 최영진은 싸워야 한다. 우리 자신이 느끼는 모든 죄와 악의 근원이다.


강태유의 존재가 더욱 노골화된다. 이미 악연으로 얽혀 있기에 최영진은 그와 싸우지 않으면 안된다. 마약과, 그리고 어쩌면 가출청소년들이 흘러갔을 국제인신매매까지. 민도영과 한진우는 여전히 혼란스럽다. 한진우에게는 아직 감춰진 아픈 상처들이 있다. 죽음마저 아랑곳않게 만든다. 이해하고 화해하고 용서한다. 팀이 된다. 그런 날이 오려는지. 아쉽다. 달려간다.


http://www.stardaily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672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