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진화론...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부분 가운데 하나다. 진화는 발전하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가는 것이다. 오히려 대부분의 진화는 유전적인 결함의 결과라 할 수 있다. 세포 하나로도 얼마든지 잘 살 수 있는데 굳이 복수의 세포로 유기체를 구성해야 할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생명이 가지는 수많은 유전정보 가운데 오류가 발생하고, 그 오류가 쌓이고 쌓여 새로운 개체를 만들어낸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서 살아남으면 그것이 진화다. 이를테면 말라리아가 유행하는 열대지방에서 낫모양 적혈구 증후군이 생존에 유리한 조건이 되었던 것처럼 말이다. 적혈구가 낫모양으로 변하는 것은 분명 열화다. 실제 열성유전자가 중첩된 경우 적혈구가 제 기능을 못해 어린나이에 사망하는 경우가 더 많다. 하지만 낫모양 적혈구 유전자를 가진 경우 말라리아 병원균에 감염되더라도 살아날 확률이 높아진다.
몸이 비대해지는 만큼 목의 자유는 떨어진다. 목이 짤아지고 대신 다른 부위가 성장한다. 하마와 코뿔소는 입이 길고, 코끼리는 코가 발달했다. 역시 유전적으로 비슷한 다른 개체들과 비교하면 그다지 쓸모는 떨어지는 변화다. 하지만 코끼리와 같이 거대한 몸집을 가진 초식동물에게는 매우 유용하다. 충분한 혈압과 머리를 아래로 낮출 경우 혈액의 역류를 방지해 줄 머리부분의 혈관구조가 아니었다면 기린은 지금과 같은 긴 목으로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진화란 어쩌면 유전적 열화에 대한 적응이고 생존이었을 것이다.
외부로부터 자신의 몸을 보호할 수 있는 털이 사라진다. 성장기간도 길어진다. 하체가 길어진 만큼 자세의 안정을 잃으며 힘도 약해진다. 달리기도 늦다. 대신 성장기간동안 인간은 뇌가 함께 성장한다. 손이 자유로워지며 다양한 도구를 만들어 쓸 수 있게 되었다. 아직 원시적인 도구만을 쓸 수 있었을 때도 털이 사라짐에 따라 뜨거운 대낮의 햇볕 아래서도 오랜시간 달릴 수 있게 되었다. 처음 인간이 아프리카의 초원에서 나타났을 때 얼마나 한심할 정도로 작고 약하고 열등한 존재였겠는가. 실제 아주 오래전 인간은 멸종위기로까지 몰리며 유전자풀이 극단적으로 좁아져 있다는 연구결과까지 있을 정도다.
바로 그것이 진화다. 다양성. 수많은 오류를 그대로 간직하는 것. 실제 생명이 가지는 유전정보 가운데 대부분은 쓸모없는 찌꺼기에 지나지 않는다. 그 가운데 아주 소수만이 생명의 존재에 기여한다. 그렇다고 그 나머지 유전정보들이 의미가 없는가. 지구가 갑자기 추워진다. 갑자기 많은 비가 내리며 사막이 습지로 바뀐다. 육지가 바다가 되고, 바다가 솟아올라 육지가 된다. 지구적인 변화로 특정한 환경에 오랫동안 고립되는 경우도 있다. 그런때 이제까지와는 다른 유전적 특성이 생존에 더 유리한 조건을 가지게 하기도 한다. 더운 지역에서는 필요없었을 이중털구조라든가, 피하지방구조라든가, 아니면 외형의 변화라든가. 참고로 몽골리안과 코카서시안의 차이도 아주 오래전 몽골리안들이 시베리아에서 추위속에 고립되었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연구가 있었다. 생존에 유리하도록 에너지 소모를 줄이고, 외부에 노출되는 말단을 최소화한다. 어설프게 얼음이 달라붙을 수 있는 털은 최대한 줄어든다.
한국경제의 위기는 결국 대기업의 위기다. 대기업의 실적악화가 바로 한국경제에 영향을 미친다. 미국 역시 마찬가지다. 에너지를 제외한 많은 미국의 대기업들은 벌써 오래전부터 위기를 겪어왔었다. 무엇보다 다른 나라와의 기술격차가 줄어들거나 오히려 역전당하면서 경쟁력을 잃은 기업들마저 적지 않았다. 그래서 미국의 위기론도 크게 불거지고 있었다. 하지만 어떤가. 그럼에도 미국에는 인텔이 있었고, MS가 있었고, 애플이 있었고, 구글이 있다. 새로운 가능성이 대기업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현실화되고, 새롭게 창업된 기업들이 새로운 가능성을 낳는다. 미국의 놀라운 가능성은 해외의 인력과 기술마저 미국으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한다. 중국이 미국과 경쟁한다? 하기는 중국이 가진 힘도 새롭게 우후죽순처럼 일어나던 기업들에 있었을 것이다. 기업을 창업하던 인력들에 있었다.
한국은 어떤가? 대기업의 범죄를 방치한다. 대기업 경영자들의 시장을 흔들 수 있는 범죄들마저 쉽게 용서한다. 대기업을 위해 중소기업들이 희생한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로 무장한 새로운 가능성들이 대기업에 의해 희생당하고 만다. 80년대 이후 확정된 대기업 이외에 한국경제에 활력이 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이란 과연 얼마나 되는가. IT붐이라 했는데 그래서 지금까지 살아남은 경우란 과연 얼마나 되었을까? 그 극단이 4대강이다. 건설회사를 살리려 다른 가능성을 희생한다. 대기업을 위해 노동자의 노동환경마저 희생시키려 한다. 그런데 그 대기업의 실적이 악화되니 대한민국 경제에 무엇이 남겠는가.
그런데도 대기업만. 대기업이 살아야만. 새로운 대기업을 만들어내야 한다. 새로운 대기업이 일어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시장이다. 그것이 자유주의 경제다. 물론 그 과정에서 많은 기업들이 도태될 것이다. 많은 아이디어와 기술들이 시장에 도전했다 사라지고 말 것이다. 그런 가운데 지금껏 없었던 새로운 가능성이 만들어진다. 경제를 이끌어갈 대안이 된다. 사실 안철수에게 가장 기대하는 부분이기도 했었다. 한국경제가 가진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어느 SF소설처럼 당장 불필요하니 나머지 유전자를 잘라내 버리려 한다. 환경이 바뀐다. 마르크스가 예언한대로 이윤율은 하락하는 기업은 쇠퇴한다.
아마 마르크스가 지금까지 살았다면 '자본론'에 이 문장 하나를 더 추가했을 것이다. 잉여가치는 떨어지고, 이윤율도 하락한다. 하지만 인간의 욕망은 새로운 잉여가치와 더 높은 이윤율을 스스로 찾아나서게 될 것이다. 새로운 가능성이 새로운 이익과 자본의 활력을 낳는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대기업의 실적이 떨어진다는 것은 대기업의 경쟁력이 전과 같지 못하다는 뜻일 것이다. 그렇다면 더 높은 부가가치를 낳을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을 찾아나서야 하지 않을까. 만일 우리 사회에 그런 것이 있다면 도태되지 않도록 기회를 열어 줄 수 있어야 한다. 새로운 활력과 가능성이 생겨난다.
진화론에 대한 많은 공격들은 결국 진화론에 대한 무지의 결과인 경우가 많다. 어째서 원숭이는 인간이 되지 않는가. 인간이 반드시 원숭이보다 우월한가. 아무 도구도 축적된 지식과 기술도 없는 상태에서도. 인간이 도태되어도 어떤 생물들은 살아남는다. 여전히 원시적이지만 살아남을 수단을 갖는다. 종의 우열이 아니다. 다양성이다. 아무런 설계도 계획도 없이 그냥 방치해 두어도 자연은 선택하고 살아남을 수 있게 한다.
경제를 살리려 죄를 지은 대기업 경영자들을 풀어주려 한다. 그 가운데는 시장을 교란하는 자본주의에 있어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이들마저 포함된다. 이 사회의 가장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가치를 배반한 이들도 섞여 있다. 대한민국의 미래다.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그것만이 남는다. 정지된 것은 도태된다. 암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