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스캅 - 최남진의 눈물과 강태유의 웃음, 어쩌면 현실처럼
상당히 의도된 대비일 것이다. 벌써 7년째 공무원시험에 떨어지고 있었다. 어느새 나이도 서른이 넘으니 포기하고 다른 직장을 알아보려 해도 갈만한 곳이 없다. 그렇다고 혼자서 딸까지 기르면서 힘들고 위험한 경찰 강력팀 팀장으로 능력을 발휘하고 있는 언니를 외면할 수도 없다. 취업문제로 고민이 많은 여동생에게 딸의 육아와 집안일을 모두 의지해야 할 정도로 국가공무원인 싱글맘의 현실을 고단하기만 하다. 그런데 그 반대편에 온갖 범죄를 저지르며 부와 사회적 지위, 그리고 명예마저 모두 거머쥔 강태유(손병호 분)의 성공한 삶이 있다.
경찰로서는 승승장구다. 연쇄살인범에, 인신매매에, 이번에는 자동차 절도 및 밀수출조직까지. 하기는 경찰이 나서서 해결하지 못할 사건이란 그리 흔치는 않을 것이다. 충분한 인력과 시간과 지원이 뒤따른다면 아마 경찰이 가진 능력과 권력으로 해결하지 못할 사건이란 거의 없다 보아도 좋을 것이다. 많은 현실적인 한계가 경찰의 발목을 잡는다. 그럼에도 힘들고 어렵고 억울한 일이 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가장 먼저 찾고 의지하는 것은 바로 경찰들일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범죄자들을 수도 없이 잡는데 어째서 현실은 이렇게 우울하기만 한가. 결국 범죄의 배후에 도사리고 있는 진짜 원흉을 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마저 오래전에 강태유의 손에 목숨을 잃으며 자신과 동생 최남진(신소율 분)은 졸지에 천애고아가 되고 말았다. 어쩌면 지금 최영진과 최남진이 겪는 현실의 어려움이나 고통도 그로부터 비롯된 것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아버지라는 그늘이 그들에게도 있었더라면. 든든하게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부모라는 기둥이 그들에게도 있었더라면. 시험에서 떨어지고 최남진이 아버지의 무덤을 찾는 이유다. 연예인을 꿈꾸는 미성년자에게 성접대를 강요하고, 양귀비를 밀재배해서 아편을 거래하고, 멀쩡한 남의 자동차마저 훔쳐서 위조해 팔아먹는다. 무엇보다 많은 사람들이 믿고 의지해야 할 경찰과 검찰마저 타락시킨다. 과연 염상민(이기영 분)이나 고병욱(장인섭 분)과 같은 경찰이나 검찰이 제 역할을 충실히 했어도 세상이 이처럼 혼탁해졌을까? 보았듯 일개 경찰 강력팀도 일단 하려고 나서니 범죄자를 줄줄이 잡아들인다.
오히려 범죄자를 하나 잡을 때마다 집안사정은 더 혼란스러워지는 것 같다. 딸은 벌써 훌쩍 잘아 반항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취직까지 어려운 여동생 최남진의 현실은 고단해지고, 그만큼 최영진의 고민도 깊어진다. 그나마 조재덕(허정도 분)의 아내 홍반장(정수영 분)은 낙천적이어서 다행이다. 따로 식당까지 열어 운영하며 조재덕이 더 이상 집안일로 걱정하지 않도록 배려한다. 박종호(김민종 분)만이 아닌 홍반장까지 나서서 최영진을 압박한다. 내키지는 않지만 동생을 위해 경찰이라는 신분을 통해 얻어낸 입사지원서를 받아 건넨다. 동생의 자존심도, 평소 자신이 지키던 신념조차 고려한만한 여유가 없었다. 갈등은 더 깊어진다.
항상 함께 조를 이루어 행동하다 보니 한진우(손호준 분)와 민도영(이다희 분)의 관계도 야릇하게 발전해간다. 어쩌면 당연하고 자연스럽다. 매력적인 젊은 남녀다. 실력도 있다. 강력팀 선배로서 한진우는 풍부한 경험과 능란한 수단들을 선보인다. 오히려 신입다운 순수한 열정으로 민도영은 선배인 한진우에게까지 단호하게 맞서는 고지식한 모습을 보여준다. 당장은 기분나쁠지 몰라도 경찰로써 원칙을 지키려 애쓰는 모습을 싫어할 선배는 없을 것이다. 보고 듣고 배우는 모든 것들을 솔직하게 받아들이려 노력한다. 하지만 지난번에도 이야기했듯 그 야릇함이 수사과정의 치열함이나 치밀함을 넘어서는 경우란 없다. 수사하는 사이 사이 잠시의 여유를 최대한 즐기며 누린다.
훔친 자동차를 외국에 밀수출하는 조직을 일망타진한 정도로 여겼더니만 되찾은 자동차에서 다량의 금괴가 발견되며 사건은 더 커지고 만다. 그만한 금괴가 있으면 중고차나 밀수출하고 있겠는가. 금액에서 차원이 다르다. 하기는 강태유의 금괴다. 강태유로서도 무리하게 모은 중국과의 거래를 위한 중요한 수단이다. 자신의 오른판일 비서 윤성근(박성근 분)에게 드라마가 시작되고 거의 처음으로 진심으로 화를 낸다. 금괴를 찾으려 한다. 금괴를 되찾아 다시 원래의 거래처에 넘기려 한다. 숙명처럼 최영진과 강태유 사이에 쫓고 쫓기는 레이스가 시작된다. 아직 최영진은 자신이 쫓고 있는 것이 강태유라는 사실을 모른다.
하기는 모를 수 없을 것이다. 그만큼 단서를 주었다.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살인범이었다. 그런데 정작 피해자의 가족인 자신에게는 사과 한 번 한 적이 없었다. 용서를 구할 날이 있을 거라 말했었다. 죽기 직전 그때가 되었다 문자를 보내고 있었다. 박동일이 출소하고 바로 찾아가 복수하려 한 상대가 하필 그 강태유 회장이었다. 박동일과 강태유 사이에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박동일이 자신의 아버지를 살해한 것이 과연 사실일까? 염상민을 찾아가 묻는다. 강태유도 염상민을 찾아가 박동일을 죽일 것을 주문한다. 과거 최영진의 아버지가 살해당했을 때 살인범인 박동일을 체포한 것이 바로 염상민이었다. 비로소 강태유에게 치명타가 될 금괴를 쫓는 사이 최영진은 강태유에게 한 발 더 바짝 다가선다.
과연 강태유 한 사람인 것일까? 단지 강태유 개인의 탐욕과 악의가 국지적인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것에 불과한 것일까? 그래서 염상민과 고병욱과 같은 이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최영진이 단서를 찾기 위해 강태유를 찾아갔었던 사실만으로 염상민보다 훨씬 위의 지청장마저 곤란해지고 있었다. 누가 강태유를 지키고, 누가 강태유를 돕고 있는가. 한 쪽에서 누군가는 취업걱정에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최영진은 열심히 뛰어 범죄자를 잡고, 염상민은 강태유와 만나 거래를 한다. 무엇보다 염상민이 최영진의 상관으로 있다. 어쩌면 현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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