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스캅 - 재벌과 교도소, 마약, 시의성을 민첩하게 녹이다
시의성있는 사건들을 재빠르게 드라마의 줄기에 버무려 내놓는다. 어쩌면 많은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 '생방송'드라마의 몇 안되는 장점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민감하게 환경과 상황의 변화를 고려하여 작품에 반영할 수 있다. 같은 방송사의 시사고발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방영한 바 있는 교도소에서 재벌들이 누리는 특혜와 얼마전 보도된 재벌 2세의 마약사용이 강태유(손병호 분)의 아들 강재원(이강욱 분)의 일탈과 만난다.
최영진(김희애 분)의 수사로 10대소녀를 살해하고 은폐하려던 사실이 밝혀졌다. 체포되어 재판을 통해 유죄판결까지 받았다. 그러나 정작 교도소에 수감되고 나서도 강재원이 느끼는 감정은 그저 답답하고 지루하다는 정도에 불과했다. 강태유가 동원한 최고의 변호사들은 아무런 질병도 없는 그를 교도소에서 나와 병원에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해주었다. 그조차도 민간의 대학병원에서까지 진찰을 받으며 아버지인 강태유의 전용병실에서 안락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나마 아쉬운 것이라고는 병원 밖에서 자유롭게 활보하며 즐기지 못하는 것. 그조차 강재원은 너무나 쉽게 자신의 충동에 맡겨 버린다.
자신의 부름에 응한 친구와 함께 클럽에 가서 마약을 녹인 술을 마시고 여자와 함께 차에 오른다. 자신이 지금 살인죄로 유죄판결을 받고 수감중이며, 더구나 그럼에도 민간병원으로 외진을 나온 틈을 노려 몰래 빠져나온 상태이고, 무엇보다 지금 당장 술과 마약까지 한 채 운전대를 잡고 있다는 사실을 그는 너무나 가볍게 무시해 버린다. 오히려 자신의 차를 막아서고 있는 경찰을 그대로 차를 몰아 마치 장난처럼 치고 달려가 버린다. 달아난 것이 아니었다. 단지 옆자리에 태운 여자와의 섹스가 급했을 뿐이었다. 경찰을 치고 달려가는 강재원의 표정에서는 그래서 어떤 두려움도 쾌감도 느낄 수 없었다. 그에게는 이미 자신이 한 사람을 죽일 수도 있었다는 사실따위 머릿속에서 깨끗이 지워져 있었다.
강재원을 연기하는 배우 이강욱의 연기가 참으로 탁월하다. 물론 작가와 감독의 요구가 있었을 것이다. 짜증날 정도로 천진한 아이와 같다. 차라리 악의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악도 아니고 죄도 아닌 단지 장난에 불과하다. 사람을 죽이는 것도, 형을 확정받은 기결수의 신분으로 진료를 받기 위해 나온 병원에서 몰래 빠져나와 클럽을 찾는 것도, 마약을 하는 것도 역시 마찬가지다. 차로 사람을 치면서도 자신을 막아선 누군가에 대한 분노나 적의보다 오히려 재미있고 즐거운 것을 찾는 아이같은 유쾌함마저 보여준다.
실제 경찰을 치고 주차장을 빠져나와 밤거리를 달리며 그는 환호하고 있었다. 아침이 되어 윤비서가 찾아오고, 아버지까지 달려와 상황의 심각함을 알렸음에도 밀항을 위해 숨어 있던 집에서조차 그는 항상 한결같은 모습이었다. 그래봐야 어차피 아버지가 다 해결해 줄 것이다. 아버지의 돈과 힘이면 해결하지 못할 일이 없다. 매값이라며 돈을 정하고 무작정 사람을 폭행하더라는 어떤 재벌가의 후예를 떠올리게 하는 모습이다. 결국 아버지의 돈과 힘으로도 어찌할 수 없는 상황까지 만들었다. 어쩌면 그런 순진하기까지 한 광기를 얄밉도록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진심으로 분노하고 있었다. 영리하고 자연스럽다.
어쩌면 이번 아들 강재원의 사건이야 말로 철벽과도 같던 강태유를 흔들리게 만들 결정적인 계기가 되어 주고 있을 것이다. 경찰이 자신을 감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강태유는 굳이 아들을 직접 만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쓴다. 자칫 경찰이 자신을 쫓으면 아들을 숨겨주고 있다는 사실은 물론 아들의 위치까지 고스란히 탄로날 위험이 있다. 그러나 어차피 아버지인데 아들을 만나려는 것이 죄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아버지는 죄가 되지 않을지라도 경찰에 노출되면 아들 강재원은 체포되어 다시 감옥에 가야 한다.
맹목이다. 집착이다. 그런데 다시 최영진의 팀에 의해 강재원이 체포되고 재판받고 처벌받게 된다. 더구나 체포되기 직전 총소리까지 크게 울려퍼지고 있었다. 예고편은 그로 인해 강태유가 얼마나 화가 났고, 그래서 얼마나 무리한 수단까지 동원하게 되는가를 보여준다. 경찰을 건드리면 경찰이 가만히 있지 않는다. 염상민(이기영 분)의 개입도 고작 몰래 숨어서 문자 한 줄 보내는 정도가 고작이다. 분노한 경찰들에게 염상민의 도움은 전혀 의미가 없었다.
동료 이전에 전우다. 온갖 위험과 어려움을 함께 겪는 동지다. 선량한 시민들에게 아무런 거리낌없이 위해를 가하는 범죄자들이다. 그런 범죄자들이 경찰앞이라고 갑자기 순한 양으로 돌변할 리 없다. 타인에게 거리낌없이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이기라면 바로 그 이기를 위해 또다른 타인에게도 얼마든지 위해를 가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도 그래서 많은 경찰들이 흉악한 범죄자들을 체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있다. 해다마 많은 경찰들이 다치거나 심지어 목숨까지 잃고 있다. 그래서 더 서로에 기대고 서로를 위한다. 차라리 부상당한 경찰관을 위해 범인을 향해 총을 쏠 생각까지 한다. 자신들은 한몸이다.
한진우(손호준 분)가 민도영(이다희 분)에게 했던 신고식은 그를 위한 의식이다. 우리는 서로 한 팀이다. 서로를 믿고 서로에게 등을 맡기며 서로를 지킨다. 비로소 그들은 한 팀이 되었다. 불편하게 삐걱거리던 관계가 달큰한 대화들이 먼저 오가더니 이제서야 비로소 서로를 팀으로 인정할 수 있게 되었다. 다만 한진우가 민도영을 인정한 것은 단순히 파트너로서만인가. 그래도 역시 드라마에 로맨스가 빠지면 심심하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얼마든지 눈치챌 수 있을 것 같은 상황이다. 최영진의 팀이 강태유의 뒤를 쫓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은 강력 1팀 외에 계장인 박종호(김민종 분)과 지청장, 그리고 과장 염상민 정도다. 하필 강태유가 자신의 아버지를 살해한 사실을 최영진은 과장인 염상민에게 털어놓고 있었다. 강태유에 대한 압박이 강해질수록 염상민이 느끼는 위기감 또한 커질 수밖에 없다. 강태유를 쫓으려면 염상민도 같이 쫓아야 한다. 반드시 같이 쫓기게 된다.
모두가 동료경찰관의 불행에 분노하며 안타까워하는데 염상민만이 오히려 강태유와 그의 아들 강재원에 대해 생각한다. 더 이상 염상민은 경찰이 아니었다. 하기는 역시 경찰이던 최영진의 아버지가 강태유에게 죽임을 당한 것을 벌써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으면서도 그를 돕고 있던 중이었다. 강재원이 조재덕(허정도 분)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고, 그런 강재원을 향해 민도영의 총구도 불을 뿜는다. 이후의 드라마를 결정한 중요한 분기다.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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