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장사의 신 객주 - 돈과 인간, 자본주의 사회에 필요한 고민들을 묻다

까칠부 2015. 9. 25. 04:53

돈이란 욕망의 단위다. 모든 욕망하는 가치를 돈으로써 계량한다. 이것은 얼마짜리. 저것은 또 얼마짜리. 단지 그 수단이 다르고 단위가 다를 뿐이다. 무엇을 욕망하고 무엇을 추구하려는가. 어떻게 그것들을 이루려 하는가. 돈을 사이에 둔 서로 다른 목적과 수단과 가치가 충돌한다.


천오수(김승수 분)와 길상문(이원종 분)이 다르고, 김학준(김학철 분)과 신석주(이덕화 분)가 다르다. 장사꾼이 아니기에 김보현(김규철 분)의 이유와 목적은 이들의 그것과 너무나 다르다. 단지 수단에 불과하다. 더 높은 관직과 더 귀한 신분과 더 큰 권력을 가지기 위한 통과점에 지나지 않는다. 장사꾼들에게는 돈 그 자체가 이유이고 목적이다.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 더 큰 이익을 얻기 위해서. 그것이야 말로 자신에 대한 증명이며 자기의 실현이다. 천가객주를 지킨다. 천가객주의 식구들을 지킨다. 보부상으로서 상인의 도리를 지킨다. 그보다 더 귀해지고 더 편해지고 싶다. 모두가 우러르는 높은 곳에서 모두를 굽어보며 더 큰 돈을 벌고 싶다. 어떤 이들에게는 돈을 버는 것 말고 아무것도 없는 경우도 있다. 이미 이룬 것들을 지켜야 하는 위치에 이른 이들도 있다. 


과연 이들 가운데 누가 옳고 마지막에 누가 살아남겠는가. 자식들에게까지 이어진다.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을 아들 길소개는 절규하며 지켜보고 있었다. 아버지의 한맺힌 유언까지 직접 앞에서 듣고 있었다. 아버지 천오수에게 위기가 닥쳤을 때 그곳에 딸 천소례(아역 서지희)와 아들 천봉삼(아역 조현도)이 함께 있었다. 한 사람은 아버지의 한을 이어받고, 한 사람은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는다. 자신들이 겪은 아버지의 비극적인 마지막 모습이 그들의 이후의 삶을 결정하게 된다. 그들의 앞에 아버지들을 비극으로 몰아넣는 김학준과 신석주, 김보현 등이 버티고 있다. 그들의 싸움은 곧 그들의 아버지들의 증명이기도 할 것이다.


김학준의 계략도 치졸하고 비열하지만, 그러나 결국 김학준의 계략에 넘어가고 만 것은 길상문 자신의 어리석은 욕심이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기대할 것이다. 세상이 썼었다면 썩은 만큼 자신에게도 기회가 있을 것이다. 썩어 듬성듬성 뚫린 구멍 가운데 자신이 비집고 들어갈 틈 하나 정도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바로 썩었기 때문에 인정도 신의도 의미를 잃는다. 사람마다 가치가 다르다. 사람마다 대하는 것이 다르다. 자신이 쓰는 돈만큼, 아니 그 이상을 얼마든지 써댈 수 있는 이들이 있다. 사람은 결코 같을 수 없다. 길상문의 욕심이 차라리 안쓰럽게 여겨지는 이유일 것이다. 신석주마저 동정한다. 그것은 허튼 꿈이었다.


천오수가 함정에 빠지기 전 김학준은 먼저 길소개에게 접근하여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자신을 가지고 무리에서 멀어졌을 때 짐을 건네는 길소개의 표정이 흔들리고 있었다. 짐에서 아편이 나왔다. 아편은 나라에서 금지하는 품목이다. 목숨을 잃을 수 있다. 너무 길게 끌고 가지 않는다. 드라마의 주제는 성인연기자들이 등장하는 본편에 있다. 다만 튼튼한 줄기와 무성한 가지가 자랄 수 있는 야무진 씨앗을 뿌려둔다. 단단히 눌러담은 이야기가 본편의 기대를 키운다.


벌써부터 많은 것들을 생각케 만드는 드라마일 것이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자본가 인간의 관계에 대한 중요한 고민들을 담아낸다. 돈이란 꿈이다. 돈이란 현실이다. 인간이란 욕망을 꿈꾸는 동물이다. 역동적인 군상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빠져든다.


http://www.stardaily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710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