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디데이 - 최악과 더 최악, 그들을 얽매는 현실에 대해

까칠부 2015. 10. 3. 07:17

세상에는 두 가지 종류의 사람이 있다. 성공만을 바라는 사람과 실패만을 두려워하는 사람. 성공을 위하 달려가고, 실패를 두려워하여 주저한다. 그런데 만에 하나 둘 중 하나가 사라지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성공에 대한 기대가 사라지고, 혹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지워진다.


더 이상의 최악은 없다. 더 이상의 최선도 없다. 둘 중 하나다. 죽거나 살거나. 죽이거나 살리거나. 당장 수술하지 않으면 환자는 반드시 죽는다. 그러나 수술하더라도 환자가 살 가능성은 얼마 없다. 다른 대안은 없다. 가장 절박한 순간에 가장 진실한 속내가 드러나고 말 것이다. 무엇을 더 두려워하는가. 무엇을 더 자신은 갈망하는가. 그런 순간에 조차 실패를 두려워하고 책임을 두려워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이해성(김영광 분)과 정똘미(정소민 분)가 기억하던 시절의 한우진(하석진 분)과 지금의 하석진 사이에 그들이 알지 못하는 다른 사정들이 있었다. 환자를 살리려 한 것이 죄가 된다. 하기는 그래서 드라마도 이해성이 자신이 살린 환자의 고소로 시작된 재판에 참석하여 변론하는 것으로 시작하고 있었다. 살리려 하면 죄가 되고 포기하면 차라리 죄가 되지 않는다. 정똘미에게 수술자국에 대해 원망한 적이 없는가 묻는다. 후회하지는 않지만 다시는 그러고 싶지 않다. 그런데 그래야 하는 상황이 밀어닥쳤다.


상당히 정교하게 계산된 장치일 것이다. 최선이라는 것이 가능했던 평상시와 최악만이 존재하는 비상사태를 비교한다. 핑계가 있었다. 검사가 덜 되었다. 준비가 덜 갖춰졌다. 어차피 검사도 설비도 자원도 하나같이 부족하다. 이것저것 따지다가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죽거나 혹은 살리거나. 죽이거나 혹은 그냥 죽거나. '데미지 컨트롤'은 처음이었다. 무수혈수술도 처음이었다. 두려움과 긴장으로 손을 떨면서도 이해성은 끝내 수술을 성공시키고 만다. 그 앞을 막아선다. 그들의 앞을 막아선 벽일 것이다. 어쩌면 평화로운 현재가 길들인 그들의 굴레일 것이다.


살리는 것이 옳다. 살릴 수 있으면 일단 사람부터 살리고 봐야 한다. 현실은 결코 그럴 수 없음을 안다. 그렇지 못함을 이해한다. 그럼에도 사람을 살린다. 살리려 한다. 살리려 한다고 믿는다. 당장 자신들이 구조해 온 환자들을 외면하는 의사들에게 구조대원들은 분노한다. 병원과 의사만 믿고 위중한 환자들을 살려 여기까지 데려왔다. 극단을 통해 이 사회에 경고하려 한다.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만들었는가. 같은 시간 정부부처 역시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해야 할 일을 미루고 있었다.


책임은 실패가 아닌 아예 하지 않은 것에 물려야 한다. 실패보다 더 나쁜 것이 포기이고 방기다. 그나마 비상상황에서 부상당한 서울시민들을 위해 미래병원은 최선을 다했다. 그 상황에서도 병원장 박건(이경영 분)은 그 책임을 응급외과장 강주란(김혜은 분)에게 떠넘길 생각부터 한다. 오히려 책임을 두려워하여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한다. 


"먼저 행동하기 전에 결과에 대한 책임부터 생각하라."


아마 일상에서 너무나도 흔하게 듣는 말들일 것이다. 조용히 하라. 가만히 있으라. 나서지 말라. 그런데 조용히만 있을 수도, 가만히만 있을 수도, 그렇다고 나서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런 상황에 여전히 조용히, 가만히, 나서지 않으며 주위의 눈치만 보는 이들이 모든 권력을 쥐고 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바꾸어야 하는 것일까. 오히려 의사로서 본분을 다하는 이해성과 주위의 사람들이 거대한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환자를 치료하지 말라.


박지나(윤소희 분)가 사실은 병원장 박건의 딸이었다. 한우진과 박지나 사이에 남모를 사인여 숨겨져 있었다. 은소율(김정화 분)과 안대길(성열 분)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싹트기 시작한다. 역시나 대중드라마다. 적절한 출생의 비밀과 로맨스, 그로 인한 인물들 사이의 관계와 갈등이 빠지지 않는다. 어떻게 넘치지 않게 주제를 살리며 드라마에 맛을 더할 것인가.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으려 한 탓에 정작 머리에 남는 이야기가 얼마 없다. 기억나는 것은 지진이 일어났다는 것, 그리고 예기치 못한 재앙에 맞서 강주란과 이해성이 모든 것을 걸고 나서서 맞서고 있다는 것. 사람을 살리고자 하는 당연하지만 어려운 의지를 느낀다.


너무나 당연한 것이지만 그것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기에는 걸리는 것이 너무 많다. 그것을 현실이라 부른다. 어쩔 수 없이 때로 타협하고 때로 굴복해야 하는 평범한 일상이다. 일상이 깨져나가며 그 앙상한 실체가 모습을 드러낸다. 하지만 역시 사람의 이야기다.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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