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청춘FC 헝그리 일레븐 - 오성진 선수 부상, 좌절이 끝이 아니기를

까칠부 2015. 10. 11. 08:23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는 운동인가 노동인가의 여부라고 말하기도 한다. 건강을 위해서. 일상의 활력을 위해서. 즐거움과 재미를 위해서.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다른 것들이 지워지기 시작한다. 당장 직업이다 보니 생계가 걸려있을 것이고, 실적은 곧 자신의 가치와도 이어질 것이다. 더 높은 수입과 명예와 자존을 위해, 팀과 동료와 팬들을 위해서, 그리고 무엇보다 사랑하는 가족들을 위해. 그래서 때로 한계 그 이상까지 자신을 몰아세우고 심지어 희생하기도 한다.


그저 건강을 위한 운동이라면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 없었을 것이다. 하기는 오성진 선주만이 아니었다. 션도 그랬었고, 주병남 선수도 마찬가지였다. 단순한 꿈이 아니었다. 이루어지면 좋고 이루어지지 않아도 조금 아쉬울 뿐 크게 상관없는 수준이었다면 그렇게 자신을 다쳐가며 매달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축구선수인 때문이다. 축구가 자신의 삶이며 현실이다. 축구라는 단 하나의 길 위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려 한다. 최소한 축구를 하고 있는 이 순간 축구가 자신의 전부다. 자신의 일로써 가족을 부양하는 것만큼 직업인에게 큰 보람은 없다. 팀과 동료와 가족마저 기꺼이 짊어진다.


경기 도중 상대선수의 스터드에 맞아 이가 부러졌다. 고통이 작지 않다. 음식도 제대로 씹지 못할 정도다. 그런데도 필사적으로 이를 악물고 뛴다. 다리에 쥐가 나 경련이 와도, 상대선수에게 밟혀 축구화자국이 선명해도, 부딪혀 쓰러지고 걸려 넘어졌어도 어느새 벌떡 일어나 그라운드를 누빈다. 고집이다. 바로 지금 여기에는 자신이 있어야 한다. 다른 어느 누구도 아닌 자신이 이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한다. 긍지이고 고집이다. 자신이 그라운드에 남아있는 순간이야 말로 자신의 존엄이며 가치일 것이다. 더 나아가 기회다.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는다. 고통을 넘어서는 절박함이며 필연의 이유일 것이다. 마지막까지 그라운드에 남아 마침내 승리한다.


확실히 실력은 현역 - 아니 K리그 클래식 상위팀인 성남FC의 선수들이 훨씬 나았다. 청춘FC의 수비수 최희영 선수의 인터뷰처럼 플레이에서 벌써 상당한 여유가 느껴지고 있었다. 시야도 더 넓게, 플레이도 더 유연하게, 그러면서도 작은 실수를 놓치지 않는 날카로움을 보였다. 상대적이기는 하지만 과연 강팀이란 이런 것인가. 운이 많이 따라줬다. 정확하지 못한 헤딩이 운좋게 상대의 수비와 골키퍼마저 속이는 페인트가 되었다. 그날따라 분발했던 골키퍼 김우성 선수의 베스트플레이가 더 이상의 실점을 막아내고 있었다. 축구는 골로 말한다. 한 점을 리드하고 있다는 여유와 그 한 점을 쫓아가야 한다는 다급함이 두 팀의 우열을 상당부분 희석시켜주었다. 강한 팀이 이기는 것이 아니다. 이긴다고 반드시 강한 팀이 되는 것도 아니다.


짊어진 무게가 무엇보다 컸었다. 아버지도 돌아가시고 어머니 혼자 포장마차를 하며 자신의 뒷바라지를 하고 있었다. 휴가라도 받으면 바로 어머니의 포장마차를 도우려 달려간다. 축구는 자기 혼자만이 아닌 어머니의 꿈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 울음이 누구보다 서럽기도 했었다. 가장 열심히 최선을 다해왔었고, 그라운드에서도 최고의 순간들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손꼽는 청춘FC의 기대주였다. 좌절이 끝이 아니기를. 오성진 선수와 함께 꾸는 꿈은 행복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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