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밴드

탑밴드3 - 너무 부족한 시간과 여유, 경연의 무대가 아쉽다

까칠부 2015. 10. 25. 02:57

어쩔 수 없다. 밴드의 각 파트는 그러나 개인이다. 독립된 주체다. 그래서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더 의미있는 것이기도 하다. 서로 다른 개성이 만나 하나의 조화된 소리를 만들어간다. 그래서 지난주 심사위원들에 의해 매칭된 밴드들이 일찌감치 탈락한 것에 대해 아쉬워했던 것이기도 했다. 밴드가 밴드만의 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그만큼 많은 시간들이 필요하다.


그래서 더 의미있었을 것이다. 야외에서 아무것도 없이 즉흥으로 서로 다른 개성의 밴드들이 콜라보레이션하여 들려준다는 것은. 즉석에서 주어진 과제들을 나름대로 궁리해서 서로 주고받으며 하나의 소리로 완성해간다. 그래도 즐겁다. 음악이 즐거운 것은 음악을 '잘'해서가 아니라 들려주고 듣는 모두가 이미 즐기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마침 재즈 패스티벌이 열리고 있었다. 음악을 즐기고자 모여든 관객이 있었다. 자신들이 음악을 즐기고 있었다. 이보다 더 완벽한 조건이 어디 있겠는가. 더 정교하게 다듬는 것은 그 다음의 과정인 것이다.


아쉽다. 시간이 너무 짧다. 실력 자체는 나무랄 데가 없다. 다른 사람도 아닌 윤일상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작곡가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런 윤일상의 선택을 받았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평생의 자랑으로 여겨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밴드 구성원들의 나이 만큼이나 밴드 자체도 만들어진지 그리 오래지 않은 젊은 밴드들인 경우가 많다. 더 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더 서로를 알고 자신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솔직히 심심했다. 마치 밴드에만, 혹은 자기 자신의 연주에만 급급한 느낌이었다. 자유란 결국 자신감이다. 윤일상 자신도 그래서 무척 안타까워 하고 있었을 것이다.


루나플라이와 리싸, 노텐션 모두 멤버들 사이에 충분한 의견교환이 이루어지지 않은 듯한 모습이었다. 심심하고 단조롭다. 하기는 기성곡을 악보 그대로 손발을 맞춰 연주하는 것만도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 편곡까지 새로 해야 한다. 하나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이해하고 그 위에 다른 개성을 더하기 위해서는 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여유도 없이 이미 나와 있는 아이디어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만도 마음이 급하다. 그래도 짧은 시간 동안 자신들만의 개성과 장점을 놓치지 않고 최선의 무대를 만들어내지 않았는가. 상대적으로 오리엔탈쇼커스가 더 돋보일 수 있었던 것은 그나마 더 무대를 적극적으로 즐기려는 모습을 보여서가 아니었을까.


루나플라이는 보컬을 나눈 것에 비해 코러스가 너무 심심했고, 리싸는 오로지 보컬만이 보이고 있었다. 노텐션이 들려준 비극의 심화가 바로 뒷무대에서 오리엔탈쇼커스가 보여준 흥의 고조와 대칭을 이루는 장면은 흥미로웠다. 일부러 그렇게 무대를 구성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영리하게 단계를 두고 강약을 조절하여 '녹턴'의 비극속으로 청자를 끌어들이던 정영우의 보컬과 컨디션의 난조에도 불구하고 무대에서 멤버들과 함께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라는 노래가 가지는 흥겨움을 최대로 끌어올렸던 오리엔탈쇼커스의 무대는 좋은 대조를 보이고 있었다. 물론 지금까지 - 그리고 앞으로 서게 될 여러 무대 가운데 하나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전부가 아니다. 아주 작은 하나다. 시간마저 부족한데 실력을 말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경연의 아쉬움이다.


여러가지로 출연한 밴드는 물론 보는 시청자까지도 숨고를 여유도 없이 프로그램이 너무 급하게 진행된다는 느낌이다. 충분히 자신을 이입하며 프로그램을 즐기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완급의 조절이 필요하다. 어느새 쫓기듯 벌써 4회만에 윤일상조의 조별예선까지 끝나고 만다. 아미도 시즌2의 실패가 그토록 뼈아팠을 것이다. 그래도 밴드는 즐겁다. 음악이 즐겁다. 가장 큰 미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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